동양 산수화의 재해석, 그리고 새로운 비사실적 풍경의 탄생

[아트코리아방송 = 지해성 기자] 갤러리칠 2관에서 열린 김형욱 개인전 ‘기억의 층위’(2025.03.18~03.24)는 동양 산수화의 전통적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작가는 기암절벽, 수목과 바위가 엉켜 있는 전통적인 산수화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구현하면서도, 이를 화면 속에 단독자로 배치하고 흰 여백을 남기는 방식으로 새로운 회화적 언어를 탐구했다.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허물다

김형욱 작가의 작품은 동양화의 고전적 미감을 따르면서도, 형식적으로는 완전히 새로운 실험을 감행한다. 그의 화면에는 동양 산수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절벽과 바위, 나무가 등장하지만, 그것들은 배경과의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고립된 개체로 화면 속에 자리 잡는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전통 산수화의 문법을 유지하면서도, 작품이 전달하는 분위기와 의미를 완전히 새롭게 만든다. 특히, 작가는 화면 위에 정사각형 형태의 흰 여백을 남김으로써, 관람객들이 익숙하게 알고 있던 동양화의 구도를 흔들어 놓는다. 이러한 기법은 동양 산수화에 ‘영문 모를 비사실성’을 부여하며,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기억과 풍경의 조합

작품 속 풍경들은 단순한 자연의 재현이 아니라, 기억 속에서 변형된 이미지들이다. 김형욱 작가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기억의 특성을 화면 위에 구현하며,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흐리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작가가 의도적으로 남긴 여백은 단순한 빈 공간이 아니라, 관람객이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투영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이 된다.

김형욱 개인전 ‘기억의 층위’는 전통적인 미술 형식을 현대적으로 변주하는 동시에, 회화적 언어의 확장을 시도한 전시로 평가받으며, 관람객들에게 동양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저작권자 © 아트코리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