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구와 중구, 동대문과 을지로를 담은 시민 사진가들의 기록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서울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사회공익 프로젝트 ‘천 개의 카메라’가 제9기 전시 중이다. 이번 전시는 2025년 3월 18일(화)부터 23일(일)까지 갤러리 류가헌에서 진행되며, 성동구와 중구, 동대문, 을지로 일대를 배경으로 한 사진 작품들이 선보인다.

<천 개의 카메라>는 후지필름과 사진가 성남훈이 함께하는 장기 프로젝트로, 서울의 특정 지역을 일반 시민들이 직접 촬영하고 세계보도사진상을 다수 수상한 사진가 성남훈의 멘토링을 통해 아카이빙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3개월간 촬영된 결과물은 <포토파티> 프로그램을 통해 전시되며, 사진가들과 시민들이 함께 소통하는 특별한 문화 행사로 자리 잡았다.

이번 9기 프로젝트에는 고준석, 김도균, 김철승, 박종엽, 박하은, 이보슬, 장정훈, 정연솔, 최경덕, 홍성우 등 10명의 참여자가 각기 다른 시선으로 서울의 중심부를 기록했다.

서울의 중심부, 변화와 공존을 기록하다
이번 9기 대상지인 성동구, 중구, 동대문, 을지로는 서울의 역사를 품은 장소이자 빠르게 변화하는 공간이다.

성동구는 조선시대부터 교통과 물류의 중심지였으며, 한강변을 따라 형성된 산업지구에서 최근 문화예술과 IT 산업이 융합된 ‘한국의 브루클린’으로 변화하고 있다.

중구는 서울의 중심지로, 작은 면적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행정, 경제, 문화의 핵심 역할을 담당해왔다. 동대문과 을지로 일대는 한국전쟁 이후 상업과 공업이 발달한 지역으로, 오랜 전통을 간직한 시장과 인쇄소 거리, 최근의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공존하는 곳이다.

10명의 시민 사진가, 서울을 기록하다

1. 동묘 벼룩시장 – ‘추억을 사고파는 놀이터’ (고준석)
고준석은 동묘 벼룩시장의 생생한 풍경을 담았다. 과거에는 생경한 물건들에 시선이 갔다면, 이제는 사람들의 표정과 순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헌책방 앞에서 고서를 읽는 중년, 옷더미 속에서 보물을 찾는 듯한 젊은 연인들… 동묘는 생계의 현장이면서도 추억을 사고파는 공간”이라며, 그는 사진을 통해 추억이 오고 가는 순간을 포착했다.

고준석 동묘-추억을 사고파는 놀이터-사진제공 갤러리 류가헌
고준석 동묘-추억을 사고파는 놀이터-사진제공 갤러리 류가헌

 

2. 서울의 역사적 층위 – ‘Layers’ (김도균)
김도균은 신당, 금호, 옥수를 걸으며 서울의 역사적 변화를 기록했다. 공동묘지에서 노동자 판자촌, 재개발을 거쳐 고급 아파트 단지로 변모한 과정을 보여주며, 불과 100년 사이 서울이 품은 다층적인 역사를 ‘Layers’라는 주제로 담아냈다.

김도균 층위-Layers-사진제공 갤러리 류가헌
김도균 층위-Layers-사진제공 갤러리 류가헌

 

3. 동대문 – ‘변하는 도시 속 시민의 필요를 채우는 공간’ (김철승)
김철승은 서울에 처음 올라와 옷을 사러 갔던 동대문의 기억을 떠올리며, 현재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시장의 변화를 기록했다. “동대문은 시대의 요구에 맞춰 계속 변해왔다. 앞으로 또 다른 모습으로 시민들에게 필요한 공간이 될 것”이라며, 동대문의 내일을 사진으로 담았다.

김철승 동대문 변하는 도시 속 시민의 필요를 채우는 공간-사진제공 갤러리 류가헌
김철승 동대문 변하는 도시 속 시민의 필요를 채우는 공간-사진제공 갤러리 류가헌

 

4. 방산시장과 중부시장 – ‘서울의 기층’ (박하은)
박하은은 서울 한복판에 남아있는 산업과 노동의 현장, 방산시장과 중부시장을 기록했다. 손에서 손으로 건네지는 거래의 온기, 현대화 속에서도 여전히 남아있는 사람들의 노동을 다정한 시선으로 포착했다.

박하은 도시의 기층-사진제공 갤러리 류가헌
박하은 도시의 기층-사진제공 갤러리 류가헌

 

5. 살곶이다리에서 바라본 성동구 – ‘살기 좋은 OOO가 되기까지’ (박종엽)
박종엽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돌다리인 살곶이다리에서 촬영을 시작했다. “왕십리의 고층 아파트와 활기찬 시장, 한강공원과 서울숲까지… 하지만 재개발을 반대하는 손팻말과 홀로 공원을 바라보는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도시의 변화 속에서 남고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는 감상을 전했다.

박종엽 살기 좋은 OOO가 되기까지-사진제공 갤러리 류가헌
박종엽 살기 좋은 OOO가 되기까지-사진제공 갤러리 류가헌

 

6. 충무로 – ‘겹쳐진 시간’ (이보슬)
이보슬은 한때 ‘한국의 헐리우드’였던 충무로의 변화를 기록했다. 인쇄소 골목이 재개발을 앞두고 사라져가는 풍경, 과거의 영화관이 호텔로 변한 모습 등, 쇠락과 생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을 포착했다.

이보슬 겹쳐진 시간 충무로-사진제공 갤러리 류가헌
이보슬 겹쳐진 시간 충무로-사진제공 갤러리 류가헌

 

7. 황학동 만물시장 – ‘만물’ (장정훈)
장정훈은 황학동 만물시장에서 오래된 가전제품과 골동품,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상인들의 모습을 담았다. 도시의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독특한 시장의 분위기와 사람들의 표정을 기록했다.

장정훈 만물-사진제공 갤러리 류가헌
장정훈 만물-사진제공 갤러리 류가헌

 

8. 중앙아시아 거리 – ‘칭기즈 칸의 나라에서 온 사람들’ (정연솔)
정연솔은 동대문 인근의 ‘몽골타운’을 기록하며, 중앙아시아에서 온 이주민들이 모여 살아가는 공간을 담았다. “이곳은 코리안 드림을 품고 온 이들에게는 출발점이자,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따뜻한 쉼터”라며,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정연솔 '칭기즈 칸'의 나라에서 온 사람들-사진제공 갤러리 류가헌
정연솔 '칭기즈 칸'의 나라에서 온 사람들-사진제공 갤러리 류가헌

 

9. 성수동 – ‘공존의 도시’ (최경덕)
최경덕은 과거 공업지대에서 문화예술과 IT 산업이 공존하는 성수동의 변화를 기록했다. K-팝 굿즈샵과 빈티지숍, 신생 스타트업과 젊은 예술가들이 공존하는 성수동의 다채로운 풍경을 ‘공존의 도시’라는 주제로 담아냈다.

최경덕 공존의 도시 성수-사진제공 갤러리 류가헌
최경덕 공존의 도시 성수-사진제공 갤러리 류가헌

 

10. 마장축산물시장 – ‘생과 사, 그리고 다시 삶’ (홍성우)
홍성우는 마장축산물시장에서 하루 동안 벌어지는 삶과 죽음의 순환을 기록했다. “새벽에 도착한 고기가 손질되고, 저녁이 되면 시장은 활기를 띤다. 이곳은 생물의 비릿함과 사람들의 노동이 어우러진 공간”이라며, 시장의 하루를 관조적인 시선으로 담았다.

홍성우 생과 사 그리고 다시 삶-사진제공 갤러리 류가헌
홍성우 생과 사 그리고 다시 삶-사진제공 갤러리 류가헌

 

이번 '천 개의 카메라 9기' 전시는 서울의 오래된 풍경과 변화하는 도시의 모습을 기록한 소중한 아카이브다. 참여자들은 각자의 시선으로 서울의 역사와 현재를 탐색하고, 변화하는 도시 속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것과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고민을 사진으로 표현했다.

갤러리 류가헌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서울을 기록하는 시민 사진가들의 작품을 직접 감상하며, 도시의 변화를 함께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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