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 사물이 지닌 기억과 감정을 탐구하다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오는 2025년 3월 25일부터 4월 1일까지 서울 중구 필동로에 위치한 서진아트스페이스에서 이미경 작가의 창작 기획 개인전 '심리적 서사로서의 오브제(Objects as Psychological Narratives)'가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평범한 일상의 사물들이 개인의 기억과 감정을 담아 심리적 오브제로 변모하는 과정을 탐구하며, 전유(appropriation)의 개념을 현대적 시각으로 풀어낸다.

이미경-The Psychology Museum_Relationship,Achival Pigment Print,50cmx70cm,2022-사진제공-이미경 작가
이미경-The Psychology Museum_Relationship,Achival Pigment Print,50cmx70cm,2022-사진제공-이미경 작가

이미경 작가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일상의 사물들—야구 모자, 손가방, 병, 운동화, 손거울, 시계 등—이 단순한 기능적 역할을 넘어, 개인의 삶과 깊이 맞닿아 있음을 강조한다. 이러한 사물들은 단순한 오브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기억과 감정을 저장하는 매개체가 된다. 작가는 이 같은 개념을 '심리박물관'이라는 작업을 통해 구현하며, 익숙한 사물들을 석고로 재현하여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탐구하고 있다.

이미경- The Psychology Museum_#6,Plaster on canvas,40x120cm,2022-사진제공-이미경 작가
이미경- The Psychology Museum_#6,Plaster on canvas,40x120cm,2022-사진제공-이미경 작가

석고라는 재료는 사물의 본래 물성을 잃게 하지만, 형태는 보존하는 특성을 지닌다. 이는 인간이 사회적 경험을 통해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색과 질감이 사라진 석고 오브제들은 기존의 맥락에서 벗어나, 관람객들의 기억과 상상력을 자극하며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낸다.

이미경- The Psychology Museum_A cloud dream,Achival Pigment Print,133cmx100cm,2024-사진제공-이미경 작가
이미경- The Psychology Museum_A cloud dream,Achival Pigment Print,133cmx100cm,2024-사진제공-이미경 작가

이번 전시에서 이미경 작가는 전유(appropriation)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사물들을 심리적 오브제로 변형한다. 작가는 “어떤 사람들은 석고로 제작된 병을 보고 자신의 감정을 투영하며 ‘화병’이라 명명했다”고 설명하며, 관객들이 자신의 내면을 사물에 투영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미경- The Psychology Museum_Emotional Ondolbang,Achival Pigment Print,80cmx57.14cm,2022-사진제공-이미경 작가
이미경- The Psychology Museum_Emotional Ondolbang,Achival Pigment Print,80cmx57.14cm,2022-사진제공-이미경 작가

이러한 명명 과정은 관객들이 각자의 경험과 감정을 오브제에 담아내도록 하며, 이는 사물이 단순한 기능적 도구에서 벗어나, 내러티브를 가진 독립적인 존재로 변화하는 과정을 상징한다. 작가는 오브제에 기호와 숫자를 새겨넣어 마치 박물관 유물처럼 보이게 함으로써, 사물이 가지는 시간성과 서사적 의미를 강조한다.

이미경- The Psychology Museum_Voice,Achival Pigment Print,105cmx78.75cm,2023-사진제공-이미경 작가
이미경- The Psychology Museum_Voice,Achival Pigment Print,105cmx78.75cm,2023-사진제공-이미경 작가

이번 전시에서 이미경 작가는 단순한 조각 작업을 넘어, 변형된 사물들을 촬영하여 하나의 시각적 기록으로 남긴다. 평론가 박영택 교수(경기대 미술평론)는 이를 두고 “이미경의 사진은 일상에서 사용된 익숙한 물건을 다른 존재로 돌변시키며, 미술과 비미술, 사물과 조각, 실재와 허구의 경계를 탐구한다”고 평했다.

이미경-The Psychology Museum_Blissful,Achival Pigment Print,70cmx98cm,2022-사진제공-이미경 작가
이미경-The Psychology Museum_Blissful,Achival Pigment Print,70cmx98cm,2022-사진제공-이미경 작가

그는 또한, 석고로 재현된 사물들이 본래의 물성을 상실함으로써 오히려 ‘시간성을 내포한 조각적 존재’로 변모한다고 설명한다. 전시장에서 배치된 오브제들은 흡사 박물관의 유물처럼 보이며, 관람객들은 이 사물들과 개별적으로 조우하며 저마다의 기억을 떠올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미경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들이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탐색하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사물은 단순한 물리적 존재가 아닌, 감정과 기억을 담는 심리적 기제로 작동하며, 이를 통해 타인과의 감정적 연결을 경험할 수 있다.

이미경-The Psychology Museum_Mill·Dang,Achival Pigment Print,80cmx57.14cm,2022-사진제공-이미경 작가
이미경-The Psychology Museum_Mill·Dang,Achival Pigment Print,80cmx57.14cm,2022-사진제공-이미경 작가

그녀는 “이 작품이 단순한 전시를 넘어, 우리가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사물 속에 깃든 기억이 다시 깨어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사물이 가지는 감성적 의미를 탐색하고, 개인의 기억과 감정이 투영된 오브제를 통해 심리적 내러티브를 형성하는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익숙한 것에서 낯선 의미를 발견하는 이 흥미로운 전시에 주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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