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지유영 기자] 가나아트 한남은 2025년 2월 28일부터 3월 30일까지 미국 출신 현대미술가 애런 존슨(Aaron Johnson, b.1975)의 개인전 《New Light》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그의 세 번째 가나아트 개인전으로, 자유로운 색채의 흐름과 즉흥적인 기법을 통해 인간과 자연, 그리고 우주의 상호 연결성을 탐구하는 신작 14점을 선보인다.
애런 존슨은 뉴욕 현대미술관(MoMA), 허드슨 밸리 현대미술센터, 와이즈먼 재단, 스페인 컬렉션 솔로(Colección SOLO) 등의 주요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며 국제적인 명성을 쌓아온 작가다. 그는 2024년 스페인의 라 테르미카(La Térmica, Malaga) 미술관에서 첫 미술관 개인전을 개최하며 더욱 주목받았으며, 최근 로스앤젤레스로 거처를 옮겨 새로운 환경 속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애런 존슨의 회화는 전통적인 기법에서 벗어나, 물감의 유동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즉흥적인 형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나는 작업을 시작할 때 계획이나 스케치 없이, 물감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형상이 탄생하는 순간을 탐색한다."고 말하며, 색이 자유롭게 흘러가며 충돌하고 뒤섞이는 과정을 통해 우연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특히, 그의 작품에서 색채는 단순한 시각적 요소를 넘어 에너지를 담고 영적인 깊이를 더하는 역할을 한다. 원형으로 퍼지는 색의 배열은 마치 행성, 차크라(Chakra), 또는 생명의 원천을 상징하는 듯하며, 존슨의 철학적 탐구가 회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또한, '동양 철학과 애니미즘(animism)'의 개념을 반영하여 작품 속 인물들이 특정 개체가 아닌 우주적 존재 혹은 정령처럼 해석될 수 있도록 표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존슨은 두 명 이상의 인물이 등장하는 구도를 탐구하며, 인간관계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그는 현대 사회의 개인주의 속에서 “누군가와 삶을 공유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근본적인 고민을 바탕으로, 작품 속 인물들이 서로를 끌어안거나 교감하는 장면을 통해 ‘함께하는 것’에 대한 갈망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했다.
특히, 신작 중 연인을 모티프로 한 작품들은 그의 개인적인 삶의 변화와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로 거처를 옮긴 후, 새로운 환경 속에서 느낀 빛과 공간의 변화, 그리고 첫 아이의 탄생을 기다리던 시기가 이번 작품들에 반영되었다. 그의 작업실은 야자수와 선인장이 가득한 정원 속에 자리하고 있으며, 자연 속에서 얻은 영감이 더욱 풍부한 색채와 구성을 가능하게 했다.
존슨의 작품 속 인물들은 별빛이 스민 눈빛을 교환하며, 점차 하나로 융합되는 형상을 이루고 있다. 그는 "우리의 영혼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탐구하는 것이 이번 작품의 핵심"이라고 설명하며, 생명의 탄생과 존재의 의미를 더욱 깊이 탐색하는 회화를 완성했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과 동일한 작품 '《New Light》(2024, acrylic on canvas, 121.9 x 111.8 cm)'는 강렬한 불꽃과 색의 폭발을 중심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존슨은 이 작품이 빅뱅(Big Bang), 새로운 지구의 탄생, 혹은 불타는 행성을 연상시키는 다층적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한다.
불꽃의 중심에서 색의 고리들이 퍼져나가며, 일곱 마리의 새가 하늘을 가로지르는 장면은 또 다른 차원으로 진입하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화면 상단의 창백한 보랏빛 하늘은 마치 마주 보는 두 인물의 얼굴 윤곽을 형성하며, 보름달 아래에서 연인이 마주하는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존슨의 작품에서 ‘눈’은 중요한 요소다. 그는 "색의 흐름이 추상적인 형태를 형성한 후, 마지막에 ‘눈’을 더하는 순간 작품에 생명력이 깃든다"고 설명한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에서도 등장하는 인물들이 세 개의 눈을 가진 모습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며, 이는 불교 및 티베트 도상의 영향을 반영한 표현 기법이다.
존슨의 작품은 단순히 강렬한 색채와 형상을 넘어, 자연과 인간, 그리고 우주적 존재의 연결성에 대한 철학적 탐구를 담고 있다.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의 영혼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삶과 관계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나무, 강, 별들 속에 깃든 생명과 에너지를 포착하며,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흐른다"는 그의 예술적 관점은, 관람객들에게 자연의 경이로움과 깊은 사색의 순간을 제공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