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과 남겨지는 것, 예술로 기록된 시간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갤러리몸은 2025년 3월 4일(화)부터 4월 6일(일)까지 이용택 작가의 개인전 ‘흔적의 미학: 사라지는 것들, 남겨지는 것들’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남겨진 흔적과 사라지는 순간을 탐구하는 작품들로 구성되며, 작가가 오랜 시간 연구해온 먹(墨)의 깊이와 여백의 미학,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실험적 표현 기법이 함께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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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택 작가는 동양화의 전통적인 기법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시간’과 ‘흔적’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작품을 전개해 왔다. 그의 작업은 단순한 대상의 묘사가 아닌, 소멸과 생성의 순간을 포착하여 영원 속에 기록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대표적인 시리즈 ‘New Born’을 비롯해, 시간이 지나며 시들어가는 꽃과 열매를 기록한 작품들이 선보인다. 매일 ‘오전 9시’ 특정 시간에 변화하는 카네이션의 모습을 포착한 작업은 소멸의 과정이 또 다른 존재 방식으로 이어진다는 작가의 철학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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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시든 목련’, ‘검은 모과’ 등은 생명과 소멸의 순환을 표현하는 주요 소재로, 꼿꼿이 서 있는 꽃잎과 시들어가는 열매를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탐구한다.

한의정 미술평론가는 이용택 작가의 작업에 대해 “그가 시간을 현시하는 방식은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대상에 잠재된 이미지를 현실과 연결하는 결정화(結晶化) 방식”이라며, 이를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의 ‘결정-이미지(image-cristal)’ 개념과 연결해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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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그의 작품은 보존되는 과거를 기반으로 새롭게 시작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으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하나로 연결되는 방식으로 존재한다.

작품 ‘검은 모과’는 시간이 흐르며 점차 썩어가는 모과의 모습을 통해 소멸과 재탄생의 상징적 의미를 담아낸다. 작가는 단순한 검은색이 아니라, 빛과 어둠이 혼재된 공간에서 수많은 색의 파장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탐구하며, 이는 프랑스 화가 '피에르 술라주(Pierre Soulages)'가 말한 ‘outrenoir’ 개념과도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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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은 작가가 화폭 위에 펼쳐놓은 생성과 소멸의 교차점을 통해, 삶의 유한성과 무한성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뿐만 아니라, 사진과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작품들도 함께 전시된다. 작가는 단순한 정지된 순간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며 변화하는 흐름을 시각화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구성하고 있다.

이처럼 ‘흔적’을 통해 생명과 예술의 지속 가능성을 탐구하는 방식은, 그의 작품이 단순한 조형미를 넘어 철학적 깊이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갤러리몸은 3월 15일(토) 오후 3시 오프닝 리셉션을 개최하며, 이 자리에서 이용택 작가와 직접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창작 과정과 예술적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될 예정이다. 전시를 기획한 김손비야 갤러리몸 대표 역시 함께 참여해, 관람객과의 소통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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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택 작가
이용택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 청주교육대학교 미술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전통 한국화의 깊이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그는 서울 관훈 갤러리, 청주 무심 갤러리를 시작으로 국내외에서 19회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총 260여 회의 단체전에 참여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용택 개인전 포스터 (갤러리몸)
이용택 개인전 포스터 (갤러리몸)

그의 작품은 한국화의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디지털 기술과 새로운 매체를 결합한 현대적 회화 실험을 보여주며, 국내외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시간과 존재의 흐름 속에서 사라지는 것과 남겨지는 것 사이의 흔적을 탐구하는 과정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소멸과 생성이 맞닿아 있는 삶의 순간을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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