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식론 Ⅳ

문장을 조심스럽게 읽고 그 다음 내적인 조직을 생각하고, 단락 또는 부분으로 나눈다. 거기에서 전체의 도식적인 겨냥을 할 수 있고, 그로부터 이 도식의 내부에 가장 두드러진 표현을 끼워 넣는다. 그리고 상기할 때는 반대로 이 추상적인 골조에 구체적인 말을 복원해 가는 셈이어서 거기에는 이미 어느 정도 창조적인 계기가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이 도식적인 도(圖)이며, 그 기억의 요체는 모든 관념, 모든 이미지, 모든 단어를 단순히 한 점에 집약하게 한다는 것에 있다. 그리고 이 응축된 많은 이미지에 전개할 수 있는 단순한 표상을 가리켜 베르그송은 역동도식이라고 부르고 있다.

박명인 미학산책-도식론 Ⅳ
박명인 미학산책-도식론 Ⅳ

이 개념에 관해서 두 가지가 문제 된다. 우선 이 명명에서 베르그송은 ‘그리스어를 수용해’거절하고 있다. ‘특히 그리스어의 의미를 담아’라는 의미일 것이다. sché?ma도 dynamique도 함께 그리스어에서 유래하는 단어이며 이 단서는 어느 쪽에도 타당할 수 있다. 그러나 그리스어로 모양을 의미하는 sché?ma는 특수한 의미로 이용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것을 한정하고 있는 dynamique이다. 그렇다고 이것을 역동적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그러면 그것은 어떠한 의미인가?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이 문맥에 있어서 베르그송이 ‘기타의 일체가 잔돈(monnaie)에 지나지 않는 기본화폐(piece)라고 하는 비유를 채용하면서 그것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리고 그리스어의 dynamis에는 화폐의 가치의 의미가 있다. 이 의미를 거론하면 sché?ma dynamique란 고가치의 도식이라고 말하게 된다. 또 하나는 철학용어로서 친숙한 세태라는 의미다. 그 가운데에서 단어의 기본적인 어의로서의 계기는 당연히 은폐된 상태로부터 확실히 현현(顯現)해 가는 현실화의 경향에 있고, 이것도 또한 베르그송의 역동도식의 성격으로 타당하다. 다시 말해, 그것은 현실화하려고 하는 도식이다. 이 두 가지 해석은 어석(語釋)에서는 대립하지만 사상적으로는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각각 역동도식의 특징을 표현하고 있다.

그것 자체가 현실화된 다이어그램이 아니라 세태적인 규제적 원리라면 왜, sché?me가 아니고 sché?ma일까? 이것이 제2의 문제이다. 사실은 베르그송의 유사한 개념이 또 하나 있다. 즉, 운동적 도식(le sché?me moteur)이다. 이것도 또한 기억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며 말을 들어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이 운동적 도식에 의한 것이다. 청각적 인상은 단순한 수동적인 것이 아니고, 말의 움직임을, 즉 ‘초동적(初動的)인 근육감각(sensations musculaires naissantes)으로서의 듣는 말의 운동적 도식’을 듣는 사람 안에서 산출한다. 다시 말해, 운동적 도식도 현실화를 촉진시키는 원리이며, 역동적 도식과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방향이 sché?ma에서 다른 방향으로 sché?me라고 부르고 있는 것은 단지 각각 붙일 수 있었던 형용사의 성질에 의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개념상의 구별을 인정한다면, 그것은 베르그송이 이 두 가지 도식을 어떻게 표상하고 있었는가 하는 것에 유래하는 것이 틀림없다. 역동적도식은 전체를 응축한 것이기 때문에 그 전체가 잠재적으로 그 곳에 있으며 그 의미에서 전체상(다이어그램)을 인정할 수 있다. 그것에 대해 운동적 도식은 시간적으로 전개해 가는 것이기 때문에 전체상이 그 곳에 있으면 빛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것을 현실화해 가는 힘이라는 면에서는 차이가 없지만 예술창조를 생각하면 이 두 가지 도식을 공간적ㆍ시간적이라는 존재 위상의 차이에 대응하는 것으로서 근본적인 사상을 이해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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