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강남구 강남대로에 위치한 미진프라자22층 Space22에서는 2025년 1월 7일~1월 24일까지 채미경 개인전 'nabi'가 전시된다.

채미경은 코로나 시절을 겪으며 현실 문제를 직접적으로 경험하는데 서울 중심가에서 숙박업과 클래식 음악 카페를 운영하던 작가에게 코로나는 쓰나미같은 시련을 안겨주었다. 

채미경 개인전 'nabi'
채미경 개인전 'nabi'

쇼핑과 관광 1번지 명동의 상점들이 폐업을 하고, 외국 관광객과 손님들로 북적이던 거리는 스산한 바람만 일렁였다. 코로나로 닥친 위기는, 나비가 도약하듯, 채미경에게 사진 작업에 매진하는 기회의 시간으로 전환되었다. 

현실 속에서 좌절된 꿈의 모습을 찾아 촬영을 하게 된 것이다. 몰락한 상점의 간판과 닫힌 셔터 문 위 어지럽게 붙은 스티커들, 철거 전 황폐해진 건물 외벽과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퇴색한 상점 내부 등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이미지를 목도하고 촬영했다. 

채미경 개인전 'nabi'
채미경 개인전 'nabi'

여기까지는 이미지 수집가들이 사라지는 것들을 기록하는 보편의 방법일 것이다. 채미경은 꿈의 시간을 구체적으로 구현하려는 듯, 누군가가 입었던 모시 한복을 배경으로 두 개의 시공을 겹쳐 보여준다. 

채미경 개인전 'nabi'
채미경 개인전 'nabi'
채미경 개인전 'nabi'
채미경 개인전 'nabi'

가게를 닫아야 했던 사람들, 그곳을 지나치거나 방문했던 사람들의 무수한 기억의 흔적이 ‘분명히 살았던 사람의 피부에 닿은’ 옷과 합체가 되면서 새로운 형상을 만들었다. 베르그손은 『물질과 기억』에서 “의식 상태들은 조각조각 흩어져 시간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흐름으로서 그 전체가 기억으로 보존된다.”고 했는데, 채미경의 <나비>는 보이지 않는 기억과 지나간 시간, 그 시절을 살았을 사람들의 열망을 지각하고 직조하여 사진으로 보존되었다. 

채미경 개인전 'nabi'
채미경 개인전 'nabi'

희미하고 더욱 희미하게, 스며들고 번지고 곧 달아날 것 같은 ‘나비’의 이미지로 기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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