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의 작곡가 ‘셀레스트 부르시에 무주노’의 ‘Acquaalta’

CELESTE BOURSIER-MOUGENOT  
오감의 작곡가 ‘셀레스트 부르시에 무주노’의 ‘Acquaalta’

십 년전 쯤 방문했던 전시인데, 파리 16구에 위치한 팔레드 도쿄 (Palais de Tokyo) 시립미술관에서 프랑스 작가 셀레스트 부르시에 무주노(CELESTE BOURSIER-MOUGENOT)에 의해 베니스의 Acquaalta 현상이 미술관 안에서 일어나는 것을 경험한 일이 있다. 

CELESTE BOURSIER-MOUGENOT
CELESTE BOURSIER-MOUGENOT

내가 평생동안 방문했던 전시중에  가장 충격적이고 강한 인상이 남아 늘 전시를 떠올리면 바로 ‘셀레스트 부르시에 무즈노’의 전시가 연상된다. ‘Acquaalta’란 ‘높은물’이란 뜻으로 베니스에서 매년 가을에서 봄사이, 특히 겨울에 많이 일어나는 현상인데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의 상승으로 도시가 물에 잠기는 현상을 의미한다. 팔레드 도쿄(Palais de Tokyo)에서는 ‘Acquaalta’ 전시를 위해  거대한 스케일의 전시 프로젝트를 오랫동안 준비하였는데 근처에 살았던 나는, 이 한가지 전시를 위하여 3개월이 넘게 늘 공사중이여서 큰 호기심에 이 전시를 기다린 경험이 있다. 

이 오랜 공사는 전시가 개방되고 보니 전시를 위한 건물내 방수공사와 물공사였다. 이 간단한 글로는 그때 그 전시를 위한 준비과정을 다 느끼기 어렵겠지만 전시장을 처음 들어섰을때, 나에게는 당시 온몸에 전율과 소름이 돋을 정도로 놀라운 전시 광경이었다. 

전시장은 입구부터 물로 가득차 있었다 그리고 돗단배들이 입구부터 줄을 서 있었고 입장객들도 돗단배를 타고 전시장을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야 했다. 이러한 설치 작업을 구상한 작가도 놀랍지만 이런 거대한 작업 프로젝트를 승인하고 거대한 공사를 감행한 전시관에 존경스러운 마음부터 들었다. 그때부터 나는 팔레드 도쿄 전시관의 팬이 되었고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CELESTE BOURSIER-MOUGENOT
CELESTE BOURSIER-MOUGENOT

프랑스 니스 출신인  ‘셀레스트 부르시에 무주노’는 원래 음악교육학 전공자이자 작곡가로서 1985년부터 1994년까지 파스칼 랑베르 극장에서 아방가르드 작곡가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이렇게 음악을 전공한 사람이 동시대 미술을 한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지만 현대예술에서는 자연스러운 모습이기도 하다는 생각이다. 그는 오랫동안 실험음악과 조형미술의 교착점을 연구해오고 실험적인 작업을 전시해 왔는데, 그의 작업에서는 음악가 출신답게 소리가 빠지지 않는다. 

정형화된 작곡 작품이 아닌 즉흥적이면서 무작위적인 소리를 들려주는 반면. 음향과 설치작업, 환상적인 이미지들이 만난 복합적인 그의 작업들은 일상의 사물들 또는 일상의 현상들이 재구성되어 전혀 새로운 아름다움들을 전시속에서 연출하고 있다. ‘셀레스트 부르시에 무주노’는 ‘오선지위에 인위적으로 작곡하는 음악보다는 자유롭게 움직이는 재료들을 통해 관객들이 직접 체험하고 느낄수 있는 음악이 더 아릅답다’고 전시를 통하여 설명한 바 있다.  그의 전시는 자유롭고 우연적으로 일어나는 현상과 소리들이 관객들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한다는 생각처럼 관객들이 작품안에 들어가 직접 체험하고 느낄수 있도록 유도한다,

전시장을 들어서면서 전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거대하면서도 어두운 물결의 일렁임들에 관객들의 눈이 휘둥그레지게 만드는 스케일 있는 전시부터 그야말로 ‘세레스트 부르시에 무주노’의 주제인 ‘베니스 Acquaalta’를 경험하고 있는듯, 검은 바닷물의 홍수가 팔레드도쿄 전시관을 점령하고 있었다. 거기에 더 흥미로운 모습은 그 물결위에 관객들이 한 그룹씩 한가롭게 노를 저으며 전시장안의 조각배들 위에 떠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일까? 그 검은 ‘셀레스트’의 홍수는 혼란스럽거나 긴장감을 주지 않는다. 

CELESTE BOURSIER-MOUGENOT
CELESTE BOURSIER-MOUGENOT

잔잔한 물결과 물결위에 일렁이는 빛의 조각들 어두움안에 한가하게 노를 젖고 있는 관객들의 조각배 모습들, 물비린내, 그리고 그의 희미한 기계음들은 관객들에게 평안하고 고요함을 전달해 준다. 작가는 자신이 만들어낸 공간안에서 관객의 오감 즉 청각, 시각, 촉각, 후각까지도 오묘하게 자극하는 것을 의도하고 있다. 

일상의 모든현상이 예술로 승화할수 있는 현대미술의 무한한 가능성안에 ‘셀레스트 부르시에 무주노’의 검은 침수공간안을 항해해 들어감에 따라 관객들은 작가의 이데속으로 가상여행을 떠나게 되는 것이다. 현실을 잠시 떠나 ‘셀레스트 부르시에 무주노’의 새로운 이데속으로 환상적인 항해를 떠나기 위해 전시장은 관객들에게 오픈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번 파리 여행을 통해 그때 강하게 경험 했던 세레스트의 전시가 향수처럼 떠로른다.

글 주명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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