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식론 Ⅰ
일반적으로 도식이란 다이어그램과 같이 복수 항목의 관계나 사물의 커다란 윤곽을 나타내는 소묘를 말하지만, 철학적·미학적 개념으로서의 도식은 대상의 지각과 산출에 의한 정신의 규제적인 원리다. 흥미로운 것은 프랑스어의 경우에 전자를 le sché?ma(도식), 후자를 le sché?me로 구별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개의 개념은 원래 전자를 후자에 적용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관련이 있다. 다시 말해, 복잡한 사상(事象)에 대해서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복수 항목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다이어그램을 쓰는 것은 그 현상을 분석하고 전체를 파악하는 것이며, 그러한 전체상(全體像)을 얻어서 처음으로 그 현상을 하나로 지각할 수 있는 것이다. 거기에서 프랑스의 철학자 라첼리에(Jean Lachelier, 1639-99)는 도식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도표를 그릴 때 상상력으로 순수한 경향의 상태에서 찾아지는 규칙’
미학에서 이 개념의 중요성을 지적한 것은 레이먼드 바이엘(Raymond Bayer)이 효시다. 그는 ‘도식현상(schmatisme)’으로서 문체ㆍ공통 토포스(topos)ㆍ카논(canon)ㆍ유형 등을 채용하고, 그 특징을 구체적 보편에 의해 독특한 고차원적 감수성이라는 점을 추구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러한 예술현상은 어떤 구체적인 대상의 감각적 지각으로부터 시작되지만 그 체험은 항상 다른 것으로 통하는 보편적 특질을 전개해 간다. 도식은 구체적인 개별적 경험을 보편적인 개념으로 다른 개별적인 표현에 매개하는 것이다. 레이먼드 바이엘은 결과로 얻을 수 있었던 표현을 도식적인 것만을 채용하고 있지만 이러한 도식이 움직이고 있는 장소는 넓다. 인간의 창조는 무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소여(所與)로 변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도식이란 단적으로 인간적인 창조적 상상력의 형이 아니면 안 된다.
개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보편성이 있는 표현에 통로를 개척하는 예술가의 감수성은 독특한 것이며 보통 지각과 무연(無緣)한 것이 아니다. 그 메커니즘을 생각하는 동시에 칸트를 참조해야 한다. 칸트야말로 도식의 구조를 처음으로 지적하여 이론화했다. 그는 선험적 감성론이란 감각적 지각이 어떻게 성립하는 것인지를 해명하려고 했다. 이 문제는 고전적인 것으로써 물질과 정신이라는 이질적인 두 개의 실체 사이의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의 가능성을 묻고 있다. 다시 말해, 인식하는 것은 정신이 대상을 받아들이는 것이지만 물적 대상을 지각하는 경우, 컵이 물을 받아들이는 것과 같을 수는 없다. 대상을 어떤 의미에서 정신화하지 않으면 동화될 수 없다.
이 동화에는 정신의 능동적 작용이 불가결하다고 생각한다. 칸트는 우선, 물적 대상에 한하지 않고 인식인 일반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정신이 능동적인 형식으로서의 카테고리(순수오성개념)라는 것을 내세웠다. 그것은 일종의 규제적인 틀이며 대상이 제어될 때 처음으로 그것을 이해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양ㆍ질ㆍ관계ㆍ양상의 네 가지에 대해서 각각 세 개의 규정성이 상정(想定)되고 있다. 그러나 카테고리는 순수개념오성이며 감각적인 것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감각적 대상을 알게 되는 경우에 직접 이것을 감각소여에 적용할 수는 없다. 거기에서 감각소여와 카테고리를 이어 나가는 제3자, 다시 말해, 지성적인 것과 동시에 감각적인 것으로서 칸트는 선험적도식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시간의 형식 안에서 이 도식의 활동을 인정하고, 네 개의 카테고리의 각각에 대해서 도식을 규정했다(시간의 계열, 내용, 순서, 총괄). 따라서 도식이란 정신이 물적 대상에 제의하는 이른바 정신화하기 위한 능동적 원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