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때는 해외 전시를 정말 많이 다녔었다.
불과 5~6년만에 항공 마일리지가 40만점 가까이 쌓였을 만큼 돌아 다녔으니 영락없는 보따리 장사였고, 나름 장사 수단도 있어서 전세계 관리하는 컬렉터 수가 600명에 가까웠었다.
그러나 2016년 탄핵 시국에 접어들면서, 출국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었다.
그동안 짐이 아무리 많아도 별 문제 없이 출.입국을 했었는데, 출국이나 입국시에 검문 검색이 도를 넘어 진행되기 시작했다. 그림 보호를 위해 애써 포장을 해 놓으면 그림 하나하나를 뜯어서 샅샅이 뒤지는가 하면, 하다 못해 집사람의 화장품까지 일일이 열어 보았고, 무슨 정보를 받고 뭘 찾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뒤지고 또 뒤지고 해 가면서 홍보 및 업무용 자료 보관의 USB조차 압류를 당하면서, 내가 뭘 잘 못 한 게 있는가 하는 극도에 긴장감을 느껴야 했다.
나중에 짐작한 사실은 내가 최순실씨의 지인으로 의심 받고 있었고, 때마침 최순실씨와 해외 동선이 겹쳐 있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 아니었나 싶었다.
나는 한때 미술한류를 꿈꾸며 해외 사업에 모든 투자를 아끼지 않은적이 있었다
그 당시 박근혜 대통령 중동 4개국 순방 경제 사절단으로 참여 하기도 했는데, 자격 여건이 한참 모자람에도 참여 하게 된 이유가, 내가 최순실씨의 지인으로서의 의심을 받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지방의 이름 없는 갤러리가 어느 날 갑자기 경제사절단 명단에 포함이 되고, 해외 각국의 대사관과 코트라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가면서 한국 작가 띄우기 작업이 거침없이 진행되고 있었으니 일개 갤러리의 행보로 보기엔 그 파이가 너무 컸었던 것은 사실이다. 한국의 언론이 보기에도 이해가 안 갈 만큼 특별한 대우를 받기 일쑤였는데, 한번은 카타르에서 열린 한국의 날 행사에서는 각국 대사들과 중동의 부호들 앞에서 LG와 함께 아산갤러리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소개 되기도 했었다.
나는 한류 문화를 이끌어 나간다는 자부심으로 코트라와 대사관등에 이것저것 협조 요청을 구하곤 했었는데, 그때마다 너무나 많은 지원을 해 주어서 평소 내가 대단한 일을 하는가 하고 생각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대통령 탄핵 촛불 집회가 본격 시작되고, Jtbc를 비롯 많은 언론 기자들이 나에게 인터뷰 요청을 해 왔었는데, 그때마다 나오는 이름이 최서원(최순실)씨와는 어떤 관계인가 하는 질문을 받곤 했었다. 그러면서 그동안 내가 왜 그렇게 정치권과 경제계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어 있었는지를 짐작하게 되었었다.
전혀 관련이 없었음에도 당사자가 되어, 그 많은 투자를 해 놓고도 접어야 했던 모든 해외 사업은 나에겐 너무나 아쉬운 결과로 남아있다.
또한 그 일이, 지금까지도 뉴스는 일체 외면하고 살고 있는 계기가 되어 있지만, TV체널 사이에, 또 인터넷 웹페이지 한구석에서 언뜻 정치인들 얼굴이 비춰지면 소스라치듯 놀라게 되고 가슴이 두근거려 공항 장애 약을 먹지 않으면 진정이 되지 않을 만큼 나에게 있어서 정치인들에게 대한 트라우마는 크기만 하다.
몇 일 후에 지난 8년간의 공백을 깨고 해외 전시에 나간다.
약간은 두려움으로, 약간은 설레임으로 작가들의 작품을 챙기고, 포장을 하면서 드는 생각이 참 애처롭다.
하필 이면 해외 시장 개척이라도 해 보려는 이 시점에, 또 한번 촛불 시국이 열리고 탄핵이란 단어가 눈과 귀를 더럽히니, 환율 폭등에 국가 위상 하락에 ~~~~~인생은 타이밍 이구나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