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동물을 통한 생존의 이야기

[아트코리아방송=전설기자] 20여 년 전, 서울예술고등학교와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한 후 뉴욕으로 건너간 작가 구본정이 새로운 개인전 Déjà vu/Jamais Vu (기시감/미시감)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뉴욕 첼시의 메이저 갤러리 Gallery AP Space에서 12월 한 달간 진행된다. AP Space는 박서보, 이우환 등 한국과 세계를 대표하는 블루칩 작가들의 전시가 열리는 첼시의 대표적인 갤러리로, 가고시안, 페이스 등 세계적인 갤러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구본정작가는 뉴욕에서 신학을 공부하며 인간에 대한 연민과 생존 본능을 동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회화로 표현해 온 작가다. 그는 8회의 개인전과 100회 이상의 그룹전에 참여하며 국제 아트페어에서도 꾸준히 주목받아 왔다. 그의 작품은 동물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며, 생존과 연민, 그리고 삶의 다양한 단면을 서정적으로 담아낸다.

동물을 통해 풀어낸 인간의 본능과 서사

구본정의 초기 동물 시리즈는 수컷 동물의 본능적인 허세와 그 뒤에 감춰진 서글픔을 조명했다. 이어진 Welcome to the Jungle 시리즈에서는 초고층 빌딩들이 밀집한 월스트리트를 정글의 동물들과 결합, 뉴욕이라는 공간을 생존의 장으로 표현하며 도시인의 삶을 반추했다.

이번 Déjà vu/Jamais Vu 시리즈에서도 동물은 주요한 상징으로 등장한다. ‘데자뷰’와 ‘자메뷰’라는 심리학적 개념을 통해, 익숙한 일상에서 느껴지는 낯섦과 복잡한 감정을 담았다. 작가는 자신도 모르게 잊혀지거나 지워진 기억들, 그리고 예기치 못하게 찾아오는 낯선 순간들이 주는 당혹감을 동물의 모습과 교차된 화면 속에 담았다.

특히, 스퀴지 기법으로 화면 곳곳을 뭉개거나 지워낸 물감의 흔적은 정지된 듯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이는 동물의 고요하면서도 깊은 시선을 통해 마치 작가의 내면적 독백이 관객에게 속삭이는 듯한 인상을 준다.

뉴욕의 중심에서 선보이는 한국 작가의 힘

이번 전시가 열리는 Gallery AP Space는 첼시 중심부에 자리하며 세계 미술계에서도 손꼽히는 주요 갤러리다. 박서보, 이우환, 김학균 등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들이 작품을 선보인 곳에서 구본정의 작업이 소개된다는 점은 그의 작품성과 국제적 위상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계기가 된다.

구본정작가의 Déjà vu/Jamais Vu 시리즈는 삶과 꿈, 그리고 생존 사이의 미묘한 경계를 탐구하며, 관객들에게 낯섦과 익숙함이 교차하는 예술적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이번 전시는 뉴욕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깊이와 독창성을 세계에 알리는 또 하나의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다. 세계중심무대에서 대작가로 자리매김하는 구본정작가의 앞날에 더큰 기대를 거는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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