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인 미학산책] 소묘론 Ⅳ
소묘는 채묘보다 단순한 만큼 간단명료하며 채묘보다 할 수 있는 완성도가 명확하다. 따라서 채묘로 표현할 수 있어도 소묘를 뛰어나게 묘사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채묘에서 어느 정도 미가 나와도, 그 정도의 견해로는 그같은 정도의 소묘로 미를 표출할 수는 없다. 소묘의 요소는 협소해서 간단명료하게 표현하는 대상이 한정되어 있어서 어느 정도 깊은 미가 보이지 않으면 아무 것도 포착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예를 들면, 눈 등에서도 여러가지 효과로부터 하나의 채묘의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소묘에서는 같은 주관적인 힘으로 흑백과 선만으로 나타낼 수 밖에 없으므로 계속 효과가 약해진다.
그러므로 소묘로 좋은 것을 그릴 수 있게 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상당히 심오한 것이 보였다는 증거이다. 곧, 단도직입적으로 물상의 깊이를 포착한 것은 소묘이다.
훌륭한 소묘를 보면 순간적으로 미에 접해 있다는 느낌을 알 수 있다. 상당히 깊은 것이 보이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깊이를 순간적으로 보고, 순간적으로 파악하여 좋은 형으로 나타내고 있다. 게다가 힘 안들이고 그것이 행해지고 있다라는 느낌을 준다. 무채묘에서도 훌륭한 것은 그렇지만 채묘에서는 추구의 맛이 있고, 소묘는 더욱 단도직입적이다. 순간적으로 미가 보인다는 느낌이 깊다. 이리하여 소묘로 깊은 것을 그릴 수 있으면 그 사람은 채묘에 있어서 더욱 깊은 것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소묘로 깊은 것을 그릴 수 있으면, 미술가로서 이미 훌륭하다라고 할 수 있다.
그 다음에 소묘표현의 범위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로 한다.
소묘로 나타낼 수 있는 미는 첫째로 선과 점이 요긴한 부분이며 가장 중요하다. 다음에 두 가지 색 및 그 농담으로 빚는 물체 및 화면의 명암의 미. 다음에 선 또는 점의 교향, 곡선, 직선, 병행, 교차, 난차(亂叉, 어지럽게 교차),기타, 이것들은 물상의 장식적 미와 정신적 영역을 표현하는데 충분한 요소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그 사실적 미감을 나타낼 수 있다. 즉 일체의 색을 제외한 실상의 미, 또는 색으로부터 오는 미를 어떤 한가지 색을 갖고 어느 정도까지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뭐라고 해도 사실로 관철하기 위해서는 색을 수반하는 것을 필요로 한다. 질의 미는 한편 색을 주요한 요소로 한다. 이리하여 소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채묘보다 장식적 경향을 많이 한다. 이것은‘형’에 있어서 소묘가 보다 직접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소묘에도 장식 또는 상상과 사실의 구별은 있지만, 그 사실에 있어서의 소묘도 사실적 장식의 영역을 채묘보다 상당히 많이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 다음에 소묘에는 단채(單彩)라는 다소 순수한 소묘를 초월하는 영역이 있다. 이것은 소묘의 미적 효과를 보다 복잡하게 또는 강화하기 위해서 채색을 첨가하는 것이다. 이것은 역시 소묘를 주로 하고 거기에 자의(字義)대로 색을 더해서 보다 소묘를 소묘로서 살리는 것이기 때문에 채묘에는 더하여지지 않는다. 역시 소묘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색이 조금씩 조금씩 늘어나서 복잡해져 가고, 흑백의 소묘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면 채묘로서도 독립적이고, 소묘라고도 말할 수 있는 것도 있다. 이러한 것은 조금 구별하는데 곤란을 겪지만 단지 미술이라면 굳이 어느 것이라고 정할 필요도 없다.
어쨌든, 미술가는 소묘를 깊이 아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