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이길이구 갤러리는 2024년12월 7일~28일까지 이문주 작가의 개인전 '지속되는 도시 Continuous Cities'를 개최한다. 

지난 2021 년 개인전 '댄스 Dance' 이후 이길이구에서 다시 만나는 전시이다. 도시를 단순히 물리적 공간으로 바라보지 않고, 유기적이고 복합적인 생명체로 해석하며, 현대 도시의 순환적이고 역설적인 본질을 심도 깊게 탐구하며 독창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해오고 있는 작가이다. 이번전시는 신작을 포함 28점을 선보이며, 도시의 팽창, 쇠퇴, 해체, 그리고 재구성이라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순과 아이러니를 회화적 언어로 풀어내어, 도시라는 공간이 지닌 복합적인 면모를 특유의 시선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문주_디트로이트(어린이주의)_Detroit(Watch for Children)_acrylic on canvas_130.3x193.9cm_2020
이문주_디트로이트(어린이주의)_Detroit(Watch for Children)_acrylic on canvas_130.3x193.9cm_2020

이탈로 칼비노 Italo Calvino (1923-1985)의 소설 ‘보이지 않는 도시’에서 제목을 가져온 이번 전시는, 끊임없이 물질을 소비하고 폐기물을 배출하며 팽창하는 도시를 우화적으로 묘사하며, 결국 도시가 스스로 만들어낸 쓰레기 섬으로 둘러싸이는 역설적 상황을 제시한다. 

이문주_진관외동 화원 Ⅱ(two panels)_acrylic on canvas_130.3x194cm_2024
이문주_진관외동 화원 Ⅱ(two panels)_acrylic on canvas_130.3x194cm_2024

이러한 도시는 현대 도시의 성장과 쇠퇴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문주 작가 또한 도시의 팽창과 쇠퇴, 해체와 재개발이라는 순환적 과정을 보여주며 지속적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다. 끊임없이 소비하고 배출하며 확장해 가는 도시의 우화적 모습을 회화 언어로 풀어내고, 도시 풍경 속에서 드러나는 사회적, 환경적 모순을 표현하고 있다. 

이문주_건설중단(대천) Abandoned Buildings(Daecheon)_LEFT_acrylic on canvas_162.2x130.3cm_2017-2024
이문주_건설중단(대천) Abandoned Buildings(Daecheon)_LEFT_acrylic on canvas_162.2x130.3cm_2017-2024

인간 활동이 만들어낸 흔적들이 도시의 순환적 특성을 형성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압축해 보여줍니다. 작가는 도시라는 공간적 개념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며, 도시가 가진 모순적인 구조와 인간 활동의 결과물이 만들어내는 미래의 가능성과 한계를 탐구합니다. 도시의 팽창은 새로운 건축물과 구조물을 낳지만, 동시에 쇠퇴와 해체, 그리고 쓰레기를 남긴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도시를 확장하는 주체이자, 쇠퇴와 해체 속에서 소멸하는 존재로서 인간은 이중적인 위치에 놓여 있다. 

이문주_무제(운동장)_종이에 목탄과 아크릴릭_35.3x49.8cm_2021
이문주_무제(운동장)_종이에 목탄과 아크릴릭_35.3x49.8cm_2021

그들은 도시의 팽창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거대한 순환의 일부가 되어, 끊임없이 재개발의 현장을 목격하고, 자신이 속한 공간이 점차 낯설어지고 소외감을 느끼는 과정을 경험한다. 도시의 반복되는 재개발은 인간의 흔적과 기억을 지워버리지만, 동시에 그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 는 인간심리를 보여주고 새로운 가능성을 품고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낡은 건축물과 새로운 구조물 사이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은 다양한 형태로 드러납니다. 도시의 쇠퇴와 재구성의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문주_글라이즈드라이애케 부근, Near Gleisdreiecke_Acrylic on Canvas_130.2 x 193.7cm
이문주_글라이즈드라이애케 부근, Near Gleisdreiecke_Acrylic on Canvas_130.2 x 193.7cm

작가는 도시 풍경 속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이러한 인간의 모습을 다양한 형태로 유려한 회화의 맛으로 연속된 파노라마처럼 화면에 연결하며, 도시 풍경 속에 숨겨진 시간의 흔적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이 땅은 거주하는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기억, 그리고 시간이 축적된 복합적인 생명체임을 보여준다. 관람객들은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공간 속,  도시에서 자신과 우리의 흔적을 되돌아보게 하고, 도시가 품은 아이러니와 모순을 성찰하게 한다. 

이문주_철거작업(홍연동) Demolition Workers(Hongyeon-dong)_acrylic on canvas_96.8 x 130.2cm_2021-2023
이문주_철거작업(홍연동) Demolition Workers(Hongyeon-dong)_acrylic on canvas_96.8 x 130.2cm_2021-2023

또한, 도시라는 복잡한 생명체가 인간의 삶과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탐구하며, 현대 도시가 가진 가능성과 한계를 상상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드로잉과 회화, 구상회화와 추상회화 그 사이에 존재해 온 전통적인 경계 선들을 허물고 표면적으로 매끄러워 보이는 회화면 안에 이질적인 간극을 만들면서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그만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과 다름없다. 

이문주_휴식시간(삿포로 공원)_Breaktime(Sapporo Park)_acrylic on canvas_2024
이문주_휴식시간(삿포로 공원)_Breaktime(Sapporo Park)_acrylic on canvas_2024

회화성을 탐구하는 치밀하고 의도적인 그리기가 가능하도록 하는 그의 작업들로 전시장을 가득 메운 ‘강렬하게’ 현재진행형의 일상의 파편처럼 스며드는 장면들을 통해 회화성을 성찰하는 기회를 갖기를 바란다. 

이문주 (1972년생) 

이문주 서울대학교 서양화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크랜브룩 아카데미 오브 아트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2005 년 금호미술관과 대안공간 풀에서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작가는.이후 1994 년부터 서울 봉천동과 시흥동의 재개발 현장을 직접 관찰하며 사진과 스케치를 통해 도시 재개발의 과정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문주_하선 Disembark_connected_acrylic on canvas_100 x 100cm_2010
이문주_하선 Disembark_connected_acrylic on canvas_100 x 100cm_2010

이후 창동레지던시, 베를린 쿤스틀러하우스 베타니엔 스튜디오 프로그램, 난지스튜디오 등 국내외 주요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국제적인 활동 반경을 넓혀 왔다. 여러 도시를 거주하며 목격한 도시 재개발, 젠트리피케이션, 그리고 도시의 순환적 특성을 중심으로 회화 작업을 이어왔다. 도시의 사회적, 환경적 모순을 압축적으로 시각화한 그의 작업은 단순히 도시를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도시와 인간이 만들어내는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이야기를 담아내며 도시의 팽창과 쇠퇴, 해체와 재구성이라는 순환적 과정을 회화적 언어로 풀어내며, 도시가 가진 복합성과 모순을 탐구해 왔다. 

이문주_행신동 Haengshindong Goyang_acrylic on canvas_193.9x260.6cm_2017
이문주_행신동 Haengshindong Goyang_acrylic on canvas_193.9x260.6cm_2017

 

이문주_화원 Plant Shop_acrylic and colored pencil on paper_75.2x110.2cm_2024
이문주_화원 Plant Shop_acrylic and colored pencil on paper_75.2x110.2cm_2024

기획전 《서울 오후 3 시》은 도시의 시간적, 사회적 층위를 탐구하며 도시가 지닌 복합성과 인간의 흔적을 더욱 심화된 언어로 표현했다. 작가의 작품은 국내외 주요 미술관 및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이 그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크랜브룩 미술관과 다임러 크라이슬러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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