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지엔 주명선의 미술이야기
작품의 에너지와 사이톰블리 'CYTOMBLY'
현대 미술에서 작품을 통해 느껴지는 에너지가 매우 중요하게 느껴지는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작가의 감정과 순간의 에너지들이 고스란히 작품에 녹아들어 표현되는가 하면 그림을 감상하는 관객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치유적 역할을 담당하는것에 깊이 동의하고 있다.
그래서 작가는 좋은 정신과 에너지로 작품에 임해야 하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몇 년전 우연히 추상작가 사이톰블리의 전시를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관람한 기억이 있어 현대 작가들 중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되기도 한 사이톰블리에 대해 소개해 보려고 한다.
1950년대 작업부터 시대별로 나누어져 전시되고 있었는데 시간적 흐름에 따라 발전하는 그의 작업 변화들을 한눈에 느낄수 있었다.
그의 초기작업들은 단순해 보이는 표현들과 비교적 단순한 색감들로 표현되는 듯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화려하고 보다 구체적인 표현으로 변화되고 있었다.
특히 그의 초기작업은 심오하고 복잡함의 고민으로 표현되었다고 느껴지는데 후기 작업으로 갈수록 평안함과 연륜에서 묻어나는 여유로움과 자유로움을 느낄수 있었다.
1928년 미국 버지니아 렉싱턴에서 태어난 사이톰블리는 어린 나이부터 미술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열두 살에 스페인 미술가 피에르 도라 밑에서 공부를 했고 출중한 실력 덕분에 장학금 혜택을 받아 뉴욕에서 미술공부를 할수 있었다고 한다.
1951년 동료인 로버트 라우센버그(Robert Rauschenberg)의 권유로 당시 많은 주요 예술가들을 배출한 노스캐롤라이나의 블랙마운틴대학에 입학하였다고 하는데 이 시기에 그는 잘 그려진 그림보다는 확고한 자기 세계를 작품에 담아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실험작업들을 시도하기 시작한다.
그곳에서 그는 프란츠 클라인(Franz Kline)과 로버트 마더웰(Robert Motherwell), 벤 샨(Ben Shahn)의 가르침을 받았으며 음악 감독 존 케이지(John Cage)를 만나기도 하였다,
이 계기로 사이톰블리는 1951년 뉴욕 쿠츠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는데 당시 그의 작품은 폴 클레(Paul Klee)와 클라인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극히 실험적인 그의 작업이 처음부터 대중에게 환영받지는 못했다.
사이톰블리는 자신만의 작업세계를 구축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스스로의 방법으로 표현하는 시도들을 하였다고 한다.
그의 작업은 각 매체간의 경계가 희미하게 혼합되어 매우 독특한 방법으로 표현하는데 이미지와 낙서, 드로잉을 장난스럽게 표현한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의 작업은 오래된 건축과 신화와 시, 역사에서 영감을 얻어 표현되는데 이미지들을 독특한 선묘와 상징적인 기호로 풀어낸 듯 하면서도 서정적인 느낌을 주고 휘갈겨 쓴 서체의 흔적들은 초현실주의의 자동기술법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또한, 작업에서 느껴지는 폭발할 듯한 강한 에너지들은 마치 행위예술을 연상하게도 한다.
그의 작업은 ‘graffiti art’라고도 할수 있는데 벽 표면을 긁어서 표현한 드로잉과 이미지를 의미한다.
여기서 낙서를 한듯한 표현들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내가 긋는 선은 어린애 같지만 유치하지는 않습니다. 당신 그림 실력이 모나리자를 따라 그릴수 있을지 몰라도 내 그림을 흉내 내기는 쉽지 않을걸요,
왜냐고요? 내그림은 느끼지 않으면 선을 그을수 없으니까요.” 라고 그는 말한다.
오늘날 추상화의 기본평가는 작가의 의도와 작가만의 세계관의 표현에 있다고 본다.
사실 낙서의 역사는 우리의 삶에서 이미 오래된 생활습관과 같이 익숙하게 느껴지는데 낙서를 통해서 우리는 잠재된 해방감을 느낄수 있는것과 같이 이러한 추상적 예술표현이 우리에게 생소하면서도 어쩌면 이미 우리안에 익숙해 있는 표현이기도 할것이다.
1966년에 사이톰블리는 화려한 색채의 신화적인 그림들에서 회색 바탕 위에 좀 더 기하학적인 그림들을 그리기 시작한다.
다시 그의 후기 작업들도 갈수록 초기의 작품들처럼 에너지가 넘치고 강렬하면서도 좀 더 깊이 있고 평온함을 느낄수 있다. .
그의 작업은 다른 추상표현주의 작가들과 달리 구성적인 느낌이 들기도 한다. 색채덩어리와 선과 물감의 흐름이 매우 조화롭게 느껴지고 즉흥적이면서도 매우 강한 에너지를 전달하는듯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힘이 있다.
작업의 큰 스케일로 시원한 느낌을 주면서도 추상적인 표현으로 서정적인 느낌을 전해주기도 한다. 작가의 새로운 표현들은 서로 다른 신선한 느낌들(강렬함, 자유로움, 화려함, 평온함)의 충돌로 관객들로 하여금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기회가 될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