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인증 시스템에 대한 '빵 만들기' 체험을 통한 유머러스한 풍자자

홍콩에서 태어난 현대미술 작가 실라스 퐁(Silas Fong)의 개인전 <SAD 예술가직업훈련학교, 빵학과>이 소격동 갤러리조선에서 열리고 있다. 이와 더불어 2024년 11월 16일 오후 2시에는 작가가 참여한 행사인 ‘예술가를 만나다’가 진행되었다.

실라스 퐁 개인전 'SAD 예술가직업훈련학교, 빵학과' 전시 풍경
실라스 퐁 개인전 'SAD 예술가직업훈련학교, 빵학과' 전시 풍경

실라스 퐁은 홍콩과 독일 쾰른에서 미술을 공부한 뒤, 현재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에서 사진전공 조교수로 재직하며 교육과 창작을 병행하고 있다. 그는 동시대 미술의 흐름 속에서 예술가의 역할과 한국 예술계의 당면 과제,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다룬 작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제도비평미술에 기반한 그의 작품들은 예술가에게 부여되는 다양한 사회적 기대와 제도적 요구를 비판적으로 탐구하며, 창작 활동과 제도적 현실 간의 간극을 드러내고자 한다. 

실라스 퐁 개인전 'SAD 예술가직업훈련학교, 빵학과' 전시 풍경
실라스 퐁 개인전 'SAD 예술가직업훈련학교, 빵학과' 전시 풍경

그의 대표적인 프로젝트 <SAD(예술가직업훈련학교)>는 2019년 금천예술공장에서 처음 선보였다. 자격과 인증이 진정한 배움보다 우선시되는 현실을 풍자적으로 반영한 이 시리즈는 예술가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예술의 가치를 어떻게 기관들이 형성하고 통제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2020년 청주 레지던시에서 이어진 두 번째 전시에서는 ‘성공한 예술가 되는 법’과 ‘예술가로서 갖추어야 할 조건’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미술품 대여 서비스 홍보 훈련 등 진정한 예술적 표현보다는 시장성과 자격에 중점을 둔 냉소적 시각을 제시했다.

2021년 발표된 <SAD Kitchen>시리즈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위안이 되는 음식’을 통해 서로에게 공감과 치유를 제공하는 모습을 담았다. 음식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압박과 성과주의로 가득 찬 현대사회에서 위로와 연결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했다.

실라스 퐁 개인전 'SAD 예술가직업훈련학교, 빵학과' 전시 풍경
실라스 퐁 개인전 'SAD 예술가직업훈련학교, 빵학과' 전시 풍경

이번 전시 <SAD 예술가직업훈련학교, 빵학과>는 빵 만들기라는 체험을 통해 교육과 인증 시스템을 유머러스하게 풍자한다. 전시된 <Flourglass>는 불필요한 기술을 연습하도록 유도해 성취와 검증의 기준이 얼마나 자의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Shape and Score Clinic>은 외부 기준에 맞춘 정밀 작업을 반복하게 하며 창의성을 억누르는 제도의 단면을 드러낸다. 이러한 체험은 자격과 성과 중심의 사회가 개인의 잠재력을 어떻게 제한하는지를 관객들에게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전시된 사진 작품 <Stretch> 시리즈는 빵 만들기 동작을 과장된 형태로 연출하며 기관들이 공공 공간에서 과도한 연출로 권위를 드러내려는 태도를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관람객은 전시를 통해 밀가루와 반죽으로 손과 가방이 더러워질 수 있지만, 이러한 경험을 통해 배움과 호기심이 성과 중심의 기준 속에서 얼마나 가려지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실라스 퐁 개인전 'SAD 예술가직업훈련학교, 빵학과' 전시 풍경
실라스 퐁 개인전 'SAD 예술가직업훈련학교, 빵학과' 전시 풍경
실라스 퐁 개인전 'SAD 예술가직업훈련학교, 빵학과' 전시 풍경
실라스 퐁 개인전 'SAD 예술가직업훈련학교, 빵학과' 전시 풍경

<SAD 예술가직업훈련학교, 빵학과>는 오는 11월 29일까지 갤러리조선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실라스 퐁, Stretch (2), 2024, fine art print on photo paper, 180x120cm, © 작가, 갤러리조선
실라스 퐁, Stretch (2), 2024, fine art print on photo paper, 180x120cm, © 작가, 갤러리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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