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풍경과 색채의 울림 - 이화진의 회화(1)

김종근 (미술평론가)

이화진이 신작들을 발표한다. 서울시 종로구 아르떼 숲 갤러리(인사동 5길12)에서 12월4일부터 12월12인까지 열린다. 

이화진은 정말 일찍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창경원 전국어린이 실기 대회에서 문교부장관상을 수상하기 시작했다.그리하여 그림은 초등학교 2년 교과서에 그림이 실리기도 했다.

그리움의 풍경과 색채의 울림 - 이화진의 회화(1)
그리움의 풍경과 색채의 울림 - 이화진의 회화(1)

그만큼 이화진은 예술에 관한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났다.1967년 홍익대 미술대학을 졸업한 작가는 지금까지 서울은 물론 뉴욕 북경 시드니 등 행외에서 모두 32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오랜 경륜을 가지고 있는 초기 그의 화폭은 다소 아무런 규칙이나 질서 없이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분명 추상 현대미술의 세례 속에서 활동 하였지만 그의 형상은 자유로운 상상을 통한 무의식의 세계를 절충적으로 드러냈다. 그의 풍경은 명확한 윤곽선 없이 외연적인 형태를 분명하면서 간결한 풍경의 단편들로 담아내기 때문이다. 

그리움의 풍경과 색채의 울림 - 이화진의 회화(1)
그리움의 풍경과 색채의 울림 - 이화진의 회화(1)

초기 때로 그의 풍경들은 새가 날고 있는 바닷가의 인상을 표현하기도 하고 , 정지된 풍경을 위에서 그린 것처럼 타원형의 구도 속에 넣기도 했다. 그것은 한 인간에 대한 그리움의 진정성에 관한 표현이다. 

작가는 개인적인 삶과 환경을 담아낸다. 작가에게 있었던 그러나 지금은 부재하는 한 사람에 대한 애틋함과 그리움이 그의 그림을 지배하고 있다. 바닷가 벤치에 앉은 연인의 모습을 떠올리는 감성적인 장면들이 글러한 경우이다.  

그리움의 풍경과 색채의 울림 - 이화진의 회화(1)
그리움의 풍경과 색채의 울림 - 이화진의 회화(1)

화면에 이러한 풍경과 구성의 장면들은 생생하고 수채화처럼 경쾌하다. 그의 화폭에서 우리는 우울과 슬픔은 잘 보이지 않았다.

외형적으로는 행복하고 경쾌한 색채의 흔적들로 온통 가득하다. 또한 이 풍경들은 아름다운 꽃들과도 맞닿아 있다. 이런 구성으로 볼 때 이화진의 그림은 감정과 느낌의 환희나 언어가 보여주는 작가의 성정과  닿아있다.  색조가 그렇고 형태가 그렇다. 그의 색조는 풍경 속에서 쉽게 찾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환상적이거나 상상적인 것에 훨씬 가깝다,  그러나 작가의 내면에는 그와 함께 오랜 시간을 지냈던 한 사람에 대한 죽음과 슬픔 , 그리고  그 사람을 그리는 울림이 있다. 대작 속에 펼쳐진 무수한 하얀 메밀꽃 같은 풍경들은 마치 김환기의 언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냐랴 같은 회귀성을 보여준다.

그리움의 풍경과 색채의 울림 - 이화진의 회화(1)
그리움의 풍경과 색채의 울림 - 이화진의 회화(1)

그녀는 유방암으로 몇 년을 투병하며 작업을 이어왔다.  

겉으로는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그의 풍경 속에는 이렇게 강한 절제와 그리움 그리고 슬픔이 담겨있다.  

특히 색채에 있어 화려하거나 혼란스럽기보다 은은한 색채들로 봄날의 거리나 한 여름의 우울한 풍경을 떠올릴 정도로 그의 내면은 애틋하고 쓸쓸하다.   

그리움의 풍경과 색채의 울림 - 이화진의 회화(1)
그리움의 풍경과 색채의 울림 - 이화진의 회화(1)

어떤 부분은 대담하고, 원색적인 색채로 은근한 환상의 색채를 흘림의 화폭에 참신한 감각을 담아내지만 그것 또한 작가의 감정을 드러내는 하나의 수사학이다.  

그의 화폭에 그리움과 애틋함은 어린아이처럼 천진무구하며 순진함으로 묻어난다. 그 자유롭고 상상력 풍부한 원색의 범람으로 그리움의 화면구성을 풀어낸다. 

그리움의 풍경과 색채의 울림 - 이화진의 회화(1)
그리움의 풍경과 색채의 울림 - 이화진의 회화(1)

일관되게 보이는 그의 경쾌한 원색 풍경과 인물은 용납할 수 없을 만큼의 순박한 표현으로 내면을 통제한다. 

탐미적이면서 인상의 즉흥적인 기쁨에 찬 풍경과 포옹은 고상한 색채의 대비와 정서가 그래서 더욱 훌륭한다. 그의 이런 색조는 더욱이 넓은 추상적 색점과 색면을 중경에 배치하면서 조형적 자유로 청착하고 있다.

그것은 색채가 이미 자연의 재현 수단이 아니라 이화진이 감성과 느낌의 표현수단으로 회화에 적용하고 있음을 증거해준다. 

마치  '나의 눈앞에 있는 것을 그대로 그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보다 강렬하게 표현하기 위해 색채를 사용한다.'는 고흐의 말이 이화진의 그림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편안하게 바라 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작가의 해외에서의 삶과 작업시간이 고독과 애잔함이 숨어있다. 다만 그것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 것은 색채의 화사함 때문이다. 

오직 녹색조가 지배하는 직접적인 대비로 색조와 공간 표현을 가능케 하는 작품들은 그만의 구성과 색조로 다른 차원의 내면에 그리움의 세계를 창조하고 있다. 

그가 초기의 어두운 색조에서 벗어나 과장 없는 평범한 바닷가 이미지로 가기 위해, 작가는 생략과 선을 숨기면서 색채를 구성요소로 단순화시키는 화풍을 정착 시키고 있다.  

이화진의 그림 속에 순수 풍경화는 마치 마티스가 추구했던 "화사함, 고요함과 쾌락" 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사람을 그리워하는 진한 깊이와 사유가 느껴진다. 

그리움의 풍경과 색채의 울림 - 이화진의 회화(1)
그리움의 풍경과 색채의 울림 - 이화진의 회화(1)

또한 작품 구성에 모던한 감성도 보여준다.  고정된 시선과 형식에서 승화된 회화적 요소를 극명하게 노출 한것이다.  

더욱 강조되는 부분은 화면 위의 달 혹은 해이다. 동일한 화면에 존재 할 수 없는 해와 달의 형태들이 한 화면에 등장하는 것이다. 이 기법들은 민화에서나 봄직한 구성으로 모든 회화적 기법을 고전적인 형태로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이런 구성은 작품속의 많은 요소가 선험적이라는 것과 무궁한 세계를 향한 작가의 이념의 표식으로 해석된다.

새나 인물이나 해변들이 단순한 공간 안에서 만나 마치 생의 환희처럼 빛나는 그림들.

그것은 더 이상 볼 수 없고 만날 수 없는 또 한사람. 그와 동행 했던 사람에 대한 한없는 그리움,

인간에 대한 끝없는 슬픔의 노래임이 틀림 없다.

우리가 그의 화폭에서 그녀의 감정에 흠뻑 빠져드는 것은 바로 그녀의 그림에 대한 생명력과 한없는 그리움에 진실과 간절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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