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닌 나

 

김  규  봉
Kimgyubong.seoul.korea 
 

나를 버리고 돌아온 이 밤
나는 내가 무서워 나를 피한다.
나만이 나를 버릴 수 있는
이 어둠의 조건 속에서
마음과 얼굴이 어긋난
몸짓을 버리고 침묵하는 자유 - 나는
하늘 아래 땅 위에서
하이얀 새 한 마리를 닮은
말 없고 표정 없는 꿈의 이방인.
어두울수록 보다 깊은 잠에 끌려
움직임 없이 생각 없이
밝은 햇살의 아침을 몽유하는
어둠에서의 창백한 소품 - 본질.
사람이 사람을 이기려 하는
이야기로 짓눌린 가슴이
지치고 힘든 피부의 중량을
카인의 눈빛으로 감당하며
땅에 내려올 줄 모르는, 허공의 진실을\
손가락만으로 가리키면서도
기도하는 부죄의 거짓을
웃어주는 순결 - 눈물.
아,
눈물의
쓰디쓴 운명의 얼굴을
빛으로 오는 별, 하나에 두고
고립 또 다시 고립을 택하여
죽기 아니면 살기로
유빙의 거대한 백야를
차라리 숙면하는 실존이여!
 

도시의 불빛에 밤은 가고
푸른 지폐의 숨소리에 귀 기울이던
나이 어린 새들의 합창도 잦아든
20세기의 끝, 그리고 잠
잠 속의 화려한 축제를 꿈꾸는
또 다른 얼굴의 사망연습 하나, 둘, 셋...
 

그리하여
나 아닌 나의
검은 그림자 피하여 돌아온 나는
내가 무서워 나를 피했다.

[김규봉 시인의 심혼시] '나 아닌 나'
[김규봉 시인의 심혼시] '나 아닌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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