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갤러리 류가헌에서는 2024년 9월 10일(화) ~ 22일(일)까지 천 개의 카메라 7기 '서대문과 신촌'전이 열리고 있다.

갤러리 류가헌 '서대문과 신촌'
갤러리 류가헌 '서대문과 신촌'

<천 개의 카메라>는 사진을 통해 서울을 기록하는 사회공익프로그램이다. 후지필름과 사진가 성남훈이 뜻과 걸음을 같이해,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천만 시민들의 삶의 터전으로서 급속히 변해가는 서울의 오늘을 기록해서 내일에 전하고자 한다. 사진가와 사진에 관심이 높은 일반인들이 참가하여 서울의 특정 지역을 약 3개월에 걸쳐 촬영하고, 그 결과물이 ‘세계보도사진상’을 수차례 수상한 사진가 성남훈의 멘토링을 통해 아카이빙되고 <포토파티> 프로그램에 초대된다. 종로구 청운동 사진위주 갤러리 <류가헌>에서 스크린쇼와 전시, 오프닝 파티의 형식으로 펼쳐지는 포토파티 프로그램은, 참가자들과 관람객, 후지필름 유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특별한 문화행사로서 매 기수별 <천 개의 카메라> 프로그램의 대미를 장식한다. 7기 참여자는 김찬태 박상민 박수인 송현주 오문석 이상호 정유진 최현주 최혜민 홍가희 등 총 10명이다. 참여자들이 각기 다른 관심과 시선으로 바라본 서울의 일곱 번째 대상지는 서대문과 신촌이다.

남에서 북으로, 무악재를 지나 문산을 거쳐 평안북도의 신의주까지 길이 이어지던 조선시대에는 서대문구가 중국으로 문물이 들고나는 ‘한국의 비단길’이었다. 일제강점기였던 1910년대에는 경의선 철도가 서대문구 신촌역을 지났고, 해방이 된 이후에는 서대문구 도심에 동서로 뻗은 길이 김포국제공항이 있는 하늘길과 이어졌다. 남북으로 동서로, 오랫동안 외국의 문물과 사람이 오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땅이 서대문구였다. 

 새로 개척된 새마을이라는 뜻에서 ‘새말’이라 불리던 것이 한자로 ‘신촌’이 되었지만, 연세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등 우리나라의 굵직한 사립대학들이 자리하면서 대학문화특구의 상징이 된 이름이 신촌이다. 이러한 신촌을 품고, 서울의 대표적인 도심공간인 종로구와 중구, 은평구와 서로 어깨를 건 채 과거와 미래를 쉼 없이 견인하는 서대문구. <천 개의 카메라> 7기가 서대문구와 신촌의 현재 속으로 들어갔다. 

김찬태는 대규모 아파트단지, 고층건물 풍경과 대조적으로 재개발에서 소외된 채로 남아있는 개미마을을 찾았다.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으로서의 기록을 넘어, 눈에 보이는 경계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경계를 사진으로 담고자 했다. 박상민은 공공의 역사성을 띠고 있는 장소가 현재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고찰로서 서대문형무소와 독립문의 면면을 살폈다. 박수인은 서울 한복판, 과거와 현재가 오롯이 공존하는 홍제동의 풍경과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거주민들의 일상을 좇았다. 송현주 역시 시장 내부와 주택가 골목을 찬찬히 걷다 보면 마치 어릴 적 동네인 듯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동네, 공덕동의 ‘사람냄새 가득한’ 오늘을 기록했다. 오문석은 신촌이 간직한 ‘빛’을 추적했다. 

빈 건물에 반사되는 오토바이의 전조등 빛이 네온사인을 대신하는 밤의 빛부터 과거의 기억만이 어렴풋이 남은 듯한 한 낮 뒷골목의 빛까지 오늘날 신촌의 현실을 빛에 빗대었다. 도시의 성장세와 더불어 사회도 빠르게 돌아간다. 늘 바쁘기만 한 현대 사회. 이상호는 서대문구에서 빠르게 ‘흘러가는 것들’의 속도에 주목했다. 정유진은 서울 도심에서 가깝고 접근성도 좋아 누구나 쉽게 방문할 수 있으면서, 많은 이들의 염원과 역사가 담겨있는 인왕산을 서대문구의 한 상징으로 선별했다. 

최현주는 신촌의 다변화 하는 모습을 다양한 시각적 이미지로 담아냈다. 다중적인 사진의 결합을 통해 신촌의 도시 이미지를 재구성함으로써 신촌의 존재감을 새롭게 정립하고자 하였다. 최혜민은 서대문구의 한 특징으로 한국 현대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온 연세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에 시선을 두었다. 웅장한 건축물들로 둘러싸인 교정과 그 속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의 일상을 통해 서울의 젊음과 지성, 그 속에 담긴 시간의 흐름을 기록코자 하였다. 

홍가희는 서대문구 안에서 다른 어느 곳보다도 우선순위로 변화의 흐름 위에 놓여있는 유진상가와 인왕시장을 탐색했다. 개발 이후 편리와 쾌적함에 밀려, 사람 냄새 사라진 무색무취의 공간으로 변모친 않을까 염려하면서. 

시간이 만든 경계 _ 김찬태
시간이 만든 경계 _ 김찬태

시간이 만든 경계 _ 김찬태

 개미마을은 6.25 전쟁 이후 피난민들이 정착하며 형성된 마을로, 당시 ‘인디언타운’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 마을은 전쟁의 상흔을 안고 살아가는 피난민들과 서민들이 모여든 공간이었고, 초기에는 급하게 지어진 임시 거주지로 시작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차 정착지로 자리 잡았다.

 1960~70년대 서울에 급속한 경제 성장과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개미마을과 같은 지역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는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재개발에서 소외된 채로 남는다.

 개미마을은 도시 개발의 혜택을 받지 못했지만, 동시에 이로 인해 마을은 독특한 역사적 정체성을 유지하게 된다. 좁은 골목과 다닥다닥 붙어있는 작은 집들은 당시 서민들의 삶의 애환과 공동체 정신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2000년대 초부터 개미마을은 여러 차례 재개발 논의가 있었지만, 투기 세력의 개입과 주민들의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무산된다. 최근 들어 다시 재개발 논의가 불거지고 있으나, 그로 인한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외부에서 본다면 낡고 불편한 주거지일 수 있지만, 그곳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오랜 시간 쌓아온 삶의 터전이자 공동체의 일부다. 이런 배경에서 마을 주민들은 외지인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는 마을의 폐쇄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요소가 되었다.

 개미마을로 가는 유일한 버스는 서대문07번이다. 이 버스는 가파른 언덕을 힘겹게 오르며 종점에 도착하는데, 그곳에서 마주하는 풍경은 서울 도심의 화려한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특히 밤이 되면, 고속도로를 경계로 아파트 단지의 밝은 불빛과 개미마을의 어두운 골목길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몇 개의 가로등만이 겨우 어둠을 밝히는 이곳은, 서울이라는 대도시 속에서 쉽게 잊혀질 수 있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이번 작업을 통해 나는 개미마을의 눈에 보이는 경계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경계를 사진으로 담아내고자 했다. 이 경계는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의 구분을 넘어, 개발과 보존, 외부인과 주민 사이의 미묘한 긴장감을 상징한다. 개미마을은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 속에서 소외되고 잊혀질 수 있는 장소이지만, 그곳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는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삶의 무게를 가지고 있다.

독립으로 통하는 과거와 현재의문 _ 박상민
독립으로 통하는 과거와 현재의문 _ 박상민

독립으로 통하는 과거와 현재의문 _ 박상민

 공공의 역사성을 띠고 있는 장소가 현재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고찰이 있었다. 서대문형무소와 독립문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서대문형무소는 1908년에 일제 강점기에 설립된 일본의 식민지 감옥이다. 이곳은 독립운동가들과 민족주의자들이 극심한 고문과 처벌을 받던 장소로, 한국 독립운동의 상징적인 공간이다. 형무소 내의 수감자들은 독립을 위해 싸우며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견뎌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곳에서도 국가와 민족을 위한 결연한 의지를 불태우며 독립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늘날 서대문형무소는 그 역사적 아픔을 기억하고 독립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박물관으로 변모하였다. 이곳은 많은 방문객들에게 그 시대의 고난과 희생을 실감나게 전달하며, 자유와 독립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독립문은 1897년에 세워진 기념문으로, 조선이 대한제국으로 전환되었음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되었다. 독립문은 조선 왕조의 독립과 민족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건축물로, 한국의 근대화와 독립의 의지를 표상한다. 독립문은 이후 일제 강점기에 강제로 철거되었으나, 해방 후 1976년에 재건되어 지금은 서울의 상징적인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있다. 

 공간이 가진 역사성을 각자의 생각으로 받아들이는 그 방식에는 자유와 행복이 있다. 당시 시대상을 재현함으로써 우리는 그 시절을 상상하며, 그리 멀지 않았던 그때를 마음속에 그려볼 수 있다.

 이따금 태극기가 바람에 나부끼는 날, 이곳들을 기억하면 좋겠다.

과거와 현재의 공존 _ 박수인
과거와 현재의 공존 _ 박수인

과거와 현재의 공존 _ 박수인

 서울 한복판, 과거와 현재가 오롯이 공존하는 곳이 있다. 그곳은 바로 홍제동.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북동쪽에 위치한 동으로, 동쪽으로 인왕산, 남쪽으로는 안산과 백련산, 북한산 자락에 둘러싸여 있다. 홍제동이란 이름은 과거에 존재했던 국립 숙박시설 홍제원에서 유래한다. 고려 및 조선시대 역원제의 실시로 공무 여행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되었다. 홍제동과 홍은동과의 경계를 이루며 내부순환로 고가가 동서 방향으로 지나가는 홍은 사거리에는 국내 1세대 주상복합이라 할 수 있는 유진상가가 1970년대부터 동네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있다. 건너편에는 인왕시장이 있고, 홍제역까지 상업 구역을 형성하고 있다. 현재 홍제동은 역세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단지들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재건축과 재개발이 필요한 낙후 구역도 많다. 다만, 2017년 말부터 현재까지 철거와 주민이주가 진행되고, 신축 아파트가 생겨나며 많은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홍제천을 따라 서대문구까지 걷다 보면 낙후된 빌라 뒤로 새로 건축 중인 아파트들이 하나 둘 세워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낙후된 빌라와, 신축 아파트가 세워지고 있는 곳, 옛 것과 새것이 공존하는 홍제동을 걷다 보면 마치 과거와 현재를 순간이동 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역 중심부에는 차와 사람이 즐비하고, 조금만 골목을 들어가면 한적함을 넘어 쓸쓸함이 느껴지는 홍제동. 하지만 이렇게 멈춰버린 것 같은 이곳에서도 사람들의 일상은 흐른다. 홍제천을 산책하며, 동네 미용실에 모여 수다를 떨며, 길가 벤치에 앉아 쉬어 가며, 아주 느리고 천천히 변해가는 홍제동에서 지난 60년 동안 반복해온 일상을 그대로 살아간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서울, 가끔은 삭막하게만 느껴지는 이 도시에서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의 삶’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며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큰더기의 오늘 _ 송현주
큰더기의 오늘 _ 송현주

큰더기의 오늘 _ 송현주

세상을 사는 인간만 나이를 먹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세상이라는 공간도 인간과 함께 나이를 먹는다.
우리말의 ‘큰더기’ 즉 큰 언덕에서 마을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하는 공덕동은 주변보다  지대가 높고 경사면이 많은 편이다. 
한참을 거슬러 올라간 그 언덕 어디쯤엔 지긋이 나이를 먹은 공간 하나가 있다.
상수(上壽)를 바라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이용원은  아직도 옛것이 그리운 이들에겐 없어서는 안되는 장소다.
내 손에 매료되는 순간 빠져들 것이란 이발사님의 말씀처럼 그곳을 찾는 사람들은 
오래된 손길이 마냥 그리운 것인지도 모른다. 그 길로 다시 큰 언덕을 내려오면 수도권 최대 환승지로 불리는 공덕오거리에 다다른다.
초고층의 각종 업무시설과 호텔들이 즐비한 신공덕과 마주하고 있는 곳은  1970년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공덕시장이다. 
잡화와 노점상이 가득했던 공덕시장 골목은 그 당시 서울에서 가장 큰 소매시장 중 하나였으나 점차 손님이 줄어들며 상인들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한다. 현재는 족발골목으로 그 이름을 유지하며 성업 중이다. 주머니가 가벼웠던 학창시절 푸짐한 양으로 실컷 먹을 수 있어 좋았다고 하는 직장인은 20년 단골이 되었고, 한낮 막걸리 한 잔을 기울이는 어르신들의 모임 장소가 되기도 하는 그 곳은 그렇게 족발과 사람 사는 이야기로 가득한 골목이 되었다.

시장 내부와 주택가 골목을 찬찬히 걷다 보면 마치 나의 어릴 적 동네인 듯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마법과도 같은 동네, 공덕동이다..
큰더기의 오늘도 사람냄새는 가득했다.
그리고 그 곳 역시 인간과 함께 그렇게 나이를 먹어가고 있었다.

신촌, 사라져 가는 빛의 안티-스펙트럼 _ 오문석
신촌, 사라져 가는 빛의 안티-스펙트럼 _ 오문석

신촌, 사라져 가는 빛의 안티-스펙트럼 _ 오문석

 “신촌의 무엇을 기록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나의 작업은, 신촌이 간직한 빛을 추적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한때 신촌을 채웠던 수많은 불빛은 이제 어디로 사라져버렸는가? 거리를 비우고 사라져가는 상점들이 만들어낸 공백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되어, 신촌의 현재를 조용히 말해주고 있다. 신촌은 1970~90년대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번성했으나, 2000년대 이후 상권이 쇠퇴했다. 이후 2014년 대중교통 전용 지구 도입으로 다시 활기를 찾고자 변화 중이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의 반복된 경험 속에서 점차 그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나는 신촌의 사라져가는 빛을 통해 변화를 기록하고자 한다.

 신촌의 밤은 이제 상점의 네온사인이나 사람들의 활기로 채워지기보다, 거리 곳곳을 누비는 오토바이 전조등에서 나오는 붉은 빛으로 물들어간다. 빈 건물들은 그 빛을 더욱 강렬하게 반사하며, 신촌의 중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어둠 속에서 외로이 빛나는 몇몇 상점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신촌의 낮은, 빛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 안에는 사라져가는 시간과 함께 잊혀진 빛들이 조용히 숨 쉬고 있다. 빈 상점들은 과거의 찬란했던 빛을 품고 있지만, 이제는 그 빛마저 희미해 져 가고 있다. 그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도시의 변화를 담담히 받아들이며 먼지 쌓인 유리창 너머로 희미하게 빛을 반사하고 있을 뿐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신촌을 찾아오지만, 그들의 발걸음이 닿지 않는 곳에서는 더 이상 새로운 빛이 들어오지 않고, 과거의 기억만이 어렴풋이 잔재한다.

  신촌의 빛을 추적하는 행위는 단순히 사진으로 신촌을 ‘재현’하고 ‘기록’하는 것을 넘어, 사진을 관람하는 이들의 신촌에 대한 기억과 경험을 통해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계기의 시작점이다. 셔터 속에 담긴 신촌의 기억들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우리의 인식 속에 쌓여온 수많은 순간의 겹침이고 연결이다. 신촌에 무엇이 떠나갔고, 무엇이 남겨졌는가를 생각하며, 나는 이 겹치고 연결된 ‘오늘’의 기억을 ‘내일’로 전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신촌의 빛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우리의 인식 속에서 계속해서 재해석되고 새로운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이 된다.

흐르는 것에도 정도가 있어! _ 이상호
흐르는 것에도 정도가 있어! _ 이상호

흐르는 것에도 정도가 있어! _ 이상호

서대문구에는 동대문구과 다르게 서대문이 없다. 
서대문이 헐린 자리 역시 서대문구가 아니라 종로구다.
그러나 서대문구에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학문의 중심 대학들이 있다.
우리의 아픈 역사를 기록한 형무소도 있고 독립을 기념한 독립문도 있다.
독립은 대한민국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서울은 전쟁이 지나간 도시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한 도시가 되었다.
빠르게 빠르게!
빨리 빨리!
도시의 성장세와 더불어 사회도 빠르게 돌아간다.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 

그렇게 또 흘러간다. 
어디서든, 지나간다는 건 당신의 앞으로, 옆으로, 뒤로 어디로든 가겠다는 말이다. 
무엇이 지나가는지도 중요치 않다. 흘러가게 두어라. 
도시에는 흘러가는 것들 천지다. 그것들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필요는 없다. 흐르고 있다. 
다 똑같은 속도로 흐르는 게 아니지만, 흐르고 있다. 
늘 언제나 그렇듯이 흐르고 있다. 
아무도 인지하지 못하지만 흐르고 있다.
숨 쉬는 걸 인지하지 못하는 것처럼 도시는 흐르고 있다. 내가 숨 쉬듯 흐르고 있다. 
나도 그렇다. 방향이 달라도 혹은 돌아가더라도 그 끝이 어디인지 몰라도 일단 움직여라.
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멈추지 말라. 누가 보고 있어도 괘념치 말라. 나아가라, 
어디라도 나아갈 수 있다면 그뿐이니. 
돌고 돌아 제자리로 오더라도 돌아라. 다시 시작하면 된다.

인왕산 _ 정유진
인왕산 _ 정유진

인왕산 _ 정유진

 인왕산은 서대문구와 종로구에 걸쳐 있는 산으로,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나는 평소에 등산을 즐기지만, 이번 ‘천 개의 카메라 프로젝트 7기’ 작업을 통해 인왕산에 처음 오르게 되었다. 인왕산은 서울의 경치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소다. 

 조선시대에는 인왕산이 서울을 지키는 중요한 방어 요충지로 사용되었으며, 인왕산성도 이곳에 축조되어 도성을 보호했다. 또한, 조선의 화가 겸재 정선은 ‘인왕제색도’를 통해 인왕산의 위엄과 신비로운 분위기를 담아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덕분에 인왕산은 역사를 상징하는 중요한 장소로 자리 잡고 있다.

 퇴근 후 친구들과 함께 지는 해를 보러 산을 오르는 사람들, 명상을 하는 사람 등 인왕산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인왕산은 단순한 등산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예로부터 영험한 기운이 깃든 인왕산의 바위들에는 기도의 흔적이 남아 있으며, 지금도 그곳에서 기도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는 인왕산이 한국 무속신앙의 전통을 간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카메라에 인왕산의 모습을 담으며, 이곳이 많은 이들의 간절한 염원이 깃든 특별한 장소임을 느꼈다. 인왕산은 많은 이들의 염원과 역사가 담겨 있는 곳이다. 서울 도심에서 가깝고 접근성도 좋아 누구나 쉽게 방문할 수 있다. 종교와 상관없이, 인왕산에 한 번쯤 가보길 권한다. 그곳에서 시간이 쌓아온 흔적과 사람들의 염원을 직접 느껴보길 바란다.

경계적 시점에 서 있는 신촌 _ 최현주
경계적 시점에 서 있는 신촌 _ 최현주

경계적 시점에 서 있는 신촌 _ 최현주

 80년대 학번인 나에게 신촌과 이대거리는, 그 시절 새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성지와도 같았다. 신촌에 생겨나기 시작한 카페나 클럽을 드나들면서 라이브 공연을 봤고, 연극을 보기 위해 소극장을 찾아다녔다. 신촌과 함께 공유했던 이대거리는 패션과 유행을 좇아 놀 수 있는 해방공간과도 같았다. 당시 이곳은 그야말로 새로운 것 투성이었다.  

 40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 삶의 궤적들이 내 인생에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신촌이나 이대거리도 다층적인 변화를 겪으면서 현존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젊음의 상징과도 같았던 신촌과 이대거리는 현재 자신만의 독특한 문화를 생산해 내지 못하고, 거대 자본의 논리에 매몰되어 획일화된 트랜드에 잠식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신촌은 과거의 존재감을 잃어버린 채, 현재의 정체성도 흔들리고 있다. 이런 경계적 시점에 와 있는 신촌에 대해 무어라 규정짓기는 너무도 혼란스럽다. 

 렌즈를 통해 보여지는 신촌의 다변화 하는 모습을 다양한 시각적 이미지로 담고 싶었다. 신촌에 대한 기존의 사진적 이미지나 생각을 해체해버리고, 도심 안에서 사진이 가지고 있는 우연성과 결합하여 신촌을 새롭게 바라보고 표현해보고자 했다. 복잡다단한 공간에서 도시와 합쳐진 현대인들의 이미지나 트랜드에 익숙해진 우리 일상의 모습들을, 개인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하나로 규정지을 수 없는 신촌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본다. 다중적인 사진의 결합을 통해 신촌을 새로운 도시적 이미지로 재구성해봄으로써 신촌의 존재감을 새롭게 인식해 보고자 한다.

서울의 젊음과 지성 _ 최혜민
서울의 젊음과 지성 _ 최혜민

서울의 젊음과 지성 _ 최혜민

 서울의 중심부에 자리한 연세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는 각각 1885년과 1886년에 설립되어 한국 근대 교육의 출발점이자, 오랜 역사를 가진 건축물과 현대적인 대학 생활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이다. 이 두 대학은 한국 사회의 중요한 역사적 순간들을 함께 해왔으며, 그 흔적이 지금도 교정 곳곳에 남아 있다. 이곳은 단순히 학문을 배우는 장소를 넘어, 세대를 흐르는 시간과 서울의 젊음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곳임을 발견했다.

연세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의 교정은 그 자체로 서울의 한 부분이자, 변화와 도전의 과정을 담아온 한국의 현대사를 담고 있다. 이곳에서 건축물의 웅장함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학생들의 일상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대학생들의 활기찬 모습은 도시의 활력을 상징하며, 오래된 건축물들은 변함없는 지식의 축적을 상징한다.

 또한, 대학교 주변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예술 활동들은 서울이라는 도시가 품고 있는 창의적 에너지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곳은 단지 학문의 전당에 그치지 않고, 과거와 현재가 만나며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내는 공간으로 살아 숨 쉬고 있다. 이러한 순간들을 기록해 연세대와 이화여대가 단순히 과거의 유산이 아닌, 현재와 미래를 함께 살아가는 공간임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서울의 젊음과 지성,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시간의 흐름을 기록할 수 있었다. 사진을 통해 이 공간들이 지닌 다양한 이야기가 여러분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

변화의 기로에 선 유진상가와 인왕시장 _ 홍가희
변화의 기로에 선 유진상가와 인왕시장 _ 홍가희

변화의 기로에 선 유진상가와 인왕시장 _ 홍가희

  빛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서대문! 서울 서대문구가 새해 구청 입구에 내건 문구다. 서대문구 안에서도 ‘서대문의 숙원’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유진상가와 인왕시장은 어떤 곳보다도 우선순위로 변화의 흐름 위에 놓이게 되었다.

  처음 본 유진상가는 낡은 건물이지만 눈길을 사로잡는 오묘한 건물이었다. 그 안에 자리 잡은 잡다한 물건들이 익숙하고 정감 가면서도 건물이 오래되고 뚜렷한 쓸모를 느끼지는 못했다. 발길이 닿는 횟수가 세 번을 넘어가면서 유진상가를 찾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에게는 쓸모가 없어도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장소를 섣부르게 판단한 것이다. 유진상가가 사라진다면 여기가 익숙한 사람들은 어디로 갈까?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맞게 적응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익숙함을 바탕으로 전통이 유지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유진상가의 맞은편에 자리 잡은 인왕시장은 계절감도 사람 냄새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장소이다. 다른 시장보다는 현대화된 편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사람 냄새를 느끼기에 좋은 장소이다. 높은 기온에 조금은 시들한 여름철 과일과 채소, 상인들의 이마와 등에 흐르는 한줄기의 땀, 버선발로 뛰어나와 안부를 묻는 소리, 해가 진 뒤에 오히려 북적이는 포장마차에서 나온 음식, 무료함을 달래는 TV소리, 다양한 것들이 한데 모여 만들어내는 여름 냄새와 소리.

  이번 개발이 이루어진다면 이 자리에는 편리하고 쾌적한 곳이 들어서겠지만 사람 냄새는 사라진 무색무취의 공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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