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 론디노네의 '번 투 샤인'
한국예술가협회 금보성 이사장(백석대교수)
미국의 사막의 도시를 여행하는 순례자들이 쉬어가는 곳 중의 한곳이 네바다주이다. 사막 가운데서 만나는 우고 론디노네의 작품은 성지가 된다.
현대미술가 우고 론디노네의 작품 세계는 우리에게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그의 개인전 '번 투 샤인(BURN TO SHINE)'이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에서 펼쳐지며, 관람객들에게 인간과 자연, 삶과 죽음의 순환을 독특한 예술적 언어로 전달하고 있다. 이 전시는 단순히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자리가 아닌, 우리의 내면을 비추는 빛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론디노네의 작품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주제로 삼아, 우리가 일상 속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깊이를 일깨워준다. 전시장에서 마주하는 그의 작품들은 형광색으로 칠해진 '수도승' 조각이나, 바다의 이름을 붙인 말 조각 시리즈 등, 자연의 요소들을 단순하면서도 강렬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마치 삶의 순환을 상징하듯,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자연의 순환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특히 '노란색과 빨간색 수도승' 조각은 론디노네의 작품 세계를 가장 잘 드러내는 작품 중 하나다. 수도승이라는 인물은 내면의 성찰과 외부 자연과의 관계 형성을 상징하며, 그의 작품들이 자연 속에 놓여있을 때 비로소 완전해진다. 론디노네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자연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조용히, 그러나 강력하게 이야기한다.
이번 전시는 특히 팬데믹 이후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크다. 론디노네는 팬데믹 기간 동안 제작한 작품들을 통해, 재생과 순환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했다. 이는 팬데믹으로 인해 더욱 중요해진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성찰하게 하는 동시에, 우리가 맞이한 새로운 일상 속에서 예술이 어떻게 우리를 치유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뮤지엄 산의 전시 연장은 론디노네의 작품이 관람객에게 미치는 강렬한 영향력을 증명한다. 자연 속에서 그의 작품을 감상하며, 우리는 일상 속에서 잊혀졌던 본질적인 아름다움과의 연결을 회복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그 자체로 예술이란 무엇이며, 예술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지를 묻는 하나의 거대한 성찰의 장이라 할 수 있다.
론디노네의 전시는 현대 예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의 삶과 자연의 순환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은 그의 작품들은,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는 현대 예술이 단순한 표현을 넘어, 우리 삶의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질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번 투 샤인' 전시는 그 자체로 예술이 어떻게 우리의 내면을 밝히고,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가게 할 수 있는지를 증명하고 있다. 뮤지엄 산의 전시는 12월까지 연장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