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나무가 사는 집
전종대
태어나서 처음으로
집을 한 채 지었다.
현관도 창문도 방문도 없는 집.
투명한 벽돌로 쌓은 집.
문이 없어 모든 곳이 문인 집.
자신의 눈을 작은 구멍에 대기만 하면
제 체구만큼 스르르 열리는 집.
아내 방 앞에서도
아들 방 앞에서도
따뜻한 눈만이 열쇠인 집.
밤이면 지붕이 열리고
별들이 내려와 속삭이는 집.
바람들이 살랑살랑
커튼을 걷어 올리는 집.
방안에 살구나무가 사는 집.
나무가 크면 따라 천장이 높아지는 집.
여름이 되기 전 노란 살구들이
거실에 가득한 집.
살구 향을 맡으며
오므라이스를 만들어 먹는 집.
이 집을 짓기까지 나는
내 앞에서 20년을 더듬거렸다.
열리지 않는 쇠 열쇠를 들고……
김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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