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일본 영아티스트 아흐메드 마난은 환상적이고 기괴스러우면서 동시에 순수함과 위트가 숨겨져있는 풍경 속으로 우리를 이끌어 가는 작가다. 갤러리밈은 해외 영아티스트 기획전으로 아흐메드 마난(Ahmed Mannan)의 한국 첫 개인전 《여 어데고? 거 언젠데? 니 누꼬!》가 06.26(수) - 7.28(일)까지 열린다..
일본에서 혼혈인으로 살아가면서 마주할 수 밖에 없는 정체성 갈등을 주제로 한 초기 작품들과 핸드폰 사진에서 건져올린 일상 이미지를 내러티브로 이어가는 최근 작품들을 함께 선보인다. 아흐메드 마난은 자신이 태어난 오사카 지역 사투리로 만든 일본어 제목 <ここどこやねん、それいつやねん、お前誰やねん>을 한국 관객들에게 친근한 느낌을 주기 위해 부산 사투리로 번역했다. 핸드폰 속에 저장된 무수한 사진들은 쉽게 잊혀지고 마는 일회성 기록들이지만, 작가는 그 평범한 일상의 장면들을 화폭으로 불러와 덧입히고 변형시키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파키스탄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아흐메드 마난은 정체성의 근간이 되는 이슬람교 교리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일본 문화 사이에서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 불균형을 지속적으로 탐구해 오고 있다. 종교 교리와 연결된 행위들이 어떻게 한 개인과 집단간의 불일치를 초래하는지를 독특한 감각과 강렬한 색채로 드러낸다. 일본인이면서 동시에 이방인의 시선으로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불합리하고 억압적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실제로 돼기고기를 금기시하는 종교 교리로 인해 학교와 사회생활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며, 추후 가족의 장례를 치를 때 종교적인 이유로 매장을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태어나고 자란 일본의 화장 관습을 의문 없이 받아들였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문화적 충돌, 정체성 혼란의 경험들은 작가로 하여금 다양성에 대해 깊이 사고하게 하고, 자신에 대해 발언하게 하고, 그것들을 작품 세계로 연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실험하도록 이끌었다.
아흐메드 마난의 작품은 강렬함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형태와 대비되는 색의 조합은 날 것의 느낌을 발산하고, 일그러진 신체 도상은 묘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기이한 인물들간의 상호작용, 흡사 신화 속 존재인 듯 보이는 동물과 사물들, 비논리적인 이야기 구성 등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내러티브로 인해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내면서도 순수한 감각을 매력적으로 보여준다. 세상의 모든 것들과 연결 가능한 동시대 삶의 모습들은 모두가 완벽하게 빛나지만, 동시에 자신만의 내밀한 모습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아흐메드 마난은 때로는 그로테스크하고, 때로는 괴기스러운 모습으로 꾸밈없는 인간들의 모습을 유쾌하게 드러낸다.
한국 첫 개인전 《여 어데고? 거 언젠데? 니 누꼬!》는 음식으로 규정되는 정체성 때문에 겪었던 어려움을 다룬 초기 작품부터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모티프로 한 최근 작품들까지 정체성의 여정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구성됐다.
사진은 개인의 일상과 사회적 경험을 기록하는 중요한 수단이며, 그곳에 존재했음을 증명한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 왜 찍었는지 모를 핸드폰 속 사진들을 들여다보며 작가는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여 어데고, 거 언젠데? 니 누꼬!”. 기억나지 않기에 작가는 사진 위에 이미지를 더하거나 모호하게 덧그려 의도적으로 기억을 왜곡하고 변형시킨다. 작가에게 이 과정은 단순한 기억의 재구성이 아닌, 그동안 모호한 정체성으로 살아온 자신을 향해 새로운 나의 모습을 시도해 보는 또다른 실험의 과정이다.
작가노트
관객은 그림을 통해 나를 해석하고, 그림은 나를 보여줍니다.
한국의 첫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일상 속 풍경들과 경험들, 잊혀진 기억들 등 내 삶의 다양한 이야기들의 기록입니다. 이 작품들을 매개로 관객들은 일본에 살고 있는 한번 만나본 적 없는 나와 내 가족, 내 친구 그리고 나와 관련된 사건들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전시는 음식으로 규정되는 정체성(특히 돼지고기의 경우와 같은) 때문에 겪었던 어려움, 그로인한 문화적 갈등을 다룬 초기의 작품들과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이미지들을 모티프로 삼아 작업한 최근 작품들로 구성했습니다. 사진 이미지를 화폭으로 옮겨와 새로운 감각으로 변형을 시도하고 물감의 질감을 부여해 또 다른 기록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전시 제목 ‘여 어데고? 거 언젠데? 니 누꼬!’( ここどこやねん、それいつやねん、お前誰やねん)는 오사카 방언을 부산 사투리로 번역한 것입니다. 언제, 왜 찍었는지도 기억 안나는 스마트폰 속 사진들을 기반으로 작품을 제작할 때, 나는 스스로에게 대체 여기가 어딘지, 그게 언제였는지, 그리고 심지어는 그 속의 사람이 누군지를 오사카 사투리로 묻곤 합니다. 나의 왜곡되고 변형된 기억을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을 마주한 관객들도 같은 의문이 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또 어쩌면,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고 있는 한국관객을 마주하는 나의 그림들 또한 관객을 향해 “여 어데고?, 니 누꼬?”라고 묻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보기도 합니다.
- 아흐메드 마난 작가 노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