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2024년 7월 2일부터 7월 14일까지 TYA 갤러리에서 이은호의 개인전 <Mode(+6)>가 열린다. 

이은호는 기술과 신체의 상호작용에서 비롯된 촉각적 경험을 통해 ‘세상은 그 자체로 게임이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를 회화, 조각, 영상 작품을 통해 탐구해 왔다. 그의 작품은 스트레스와 시력 저하로 인한 시각적 이상 현상, 고립감 등 일상적인 경험에서 출발한다. 이은호는 "게임을 만드는 것처럼 작품을 만든다"고 말하며, 전시를 마치 게임 속 미니게임처럼 제안한다.

이은호,블랙박스(Blackbox),4K(4_3),03m54s,Single Channel Video, 2024
이은호,블랙박스(Blackbox),4K(4_3),03m54s,Single Channel Video, 2024

2011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이미피케이션 서밋’ 이후, 게이미피케이션은 스마트폰의 보급과 플랫폼 노동의 일상화로 빠르게 확산하였다. ‘게임처럼 일한다’는 개념은 비게임 적 상황의 문제 해결을 위해 게임적 사고를 도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마존의 '핏보이(Pitboy)' 시스템은 물류창고 직원의 작업을 모니터링하고 보상을 시각화하여 게임처럼 업무를 수행하게 한다. 쿠팡이츠 배달 파트너 앱 또한 실시간으로 배달 과업을 전달하고, 미션과 보상을 통해 배달 기사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이은호는 이러한 현상과의 연결성을 통해 "세상이 게임과 같다"는 통찰을 작품에 담아낸다. 그는 극단적으로 자본화된 사회 시스템과 이를 가능케 한 기술 발전이 개인을 착취하고 조작하는 방식에 주목하며, 자신의 신체적 변화와 정서의 요동침을 작품에 반영한다.

이은호,사건들3(Incidents3),4K(16_9),02m31s,Single Channel Video, 202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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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정서적인 요동침을 게임의 설정으로 도식화함으로써 불안정한 정서를 창작의 제약으로 삼고 자신만의 플레이 모드 개발하듯 작품을 만든다. 예를 들어, 트릴로지 영상 연작 ‘시각(Visual), 블랙박스(Blackbox), 시스템(System)’은 불 꺼진 방의 검은 천장에 맺힌 노이즈를 보며 느낀 감각과 공포, 불안적 정서에서 촉발된 시나리오를 통해 구현된다. 영상에서는 촉감 게임을 모티브로 서로의 눈을 가린 인물들이 등장시키고 정체 모를 물질을 만지는 행위를 반복하는 상황을 설정하거나, 상자에 담긴 문장을 찾아 정처 없이 헤매는 행위를 반복시키는 등, 영상 속 행위자들의 움직임을 설정한다. 이는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이던 촉각에 대한 믿음의 상실과 뒤틀림에 대한 두려움을 영상의 시나리오로 변환한 것이다.

이은호,시각(Visual),4K(4_3),01m03s,Single Channel Video, 2024
이은호,시각(Visual),4K(4_3),01m03s,Single Channel Video, 2024

이번 개인전 <Mode(+6)>는 이은호의 최근작 Mode 시리즈 6편의 영상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된 게임 환경이다. 전시는 ‘Mode 시리즈’ 작품 6점과 이 시리즈의 연장선상에서 만든 세라믹 조각을 포함하며, 관람객에게 게임적 환경으로 제안된 전시 경험을 제공한다. 전시장은 크게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뉜다. 첫 번째 공간은 Mode 시리즈 작품을 상영하는 공간이고, 두 번째 공간은 Mode 시리즈 작품의 시나리오를 볼 수 있는 인터벌 공간이다. 각 공간을 관람하는 동선은 비디오 게임의 프로그래밍 언어 구조를 시각화한 전시 구조물이 만들어낸다. 관객은 이 구조물 사이를 배회하는 플레이어로 초대되며, 텍스트를 수집하고 관람하는 것 자체로 이은호의 플레이에 동참하게 된다.

전시는 게임의 컨트롤러와 같이 물리적 버튼이 설치된 게임 플레이 장소로 구현된다. 관객은 마치 버튼을 누르는 행위처럼 작품을 관람하게 되며 이를 통해 이은호의 플레이 모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된다. 이를 통해 이은호는 "세계가 게임이라면 자신이 이를 매개하는 플레이어로서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어려울지"에 대해 탐구하며, 전시에 참여하는 관객에게 게임적 사고와 예술적 표현이 결합한 독특한 예술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T. 응위엔의 저서 ‘게임: 행위성의 예술’에서 강조한 분투형 플레이를 상기시킨다. 

이은호,시스템(system),4K(4_3),02m33s,Single Channel Video, 2024
이은호,시스템(system),4K(4_3),02m33s,Single Channel Video, 2024

분투형 플레이란 게임의 제약을 매개로 게임 종료를 목표로 하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설정하고 획득하는 플레이 형태를 말하는데, 이은호의 Mode 시리즈는 이러한 분투형 플레이의 하나로, 기술 환경에 빼앗긴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과 실천을 제안한다. 나아가 관객들로 하여금 이은호의 게임에 참여할 것을 제안함으로써 게임화된 나아가 그 자체로 게임인 세계 속 자신의 목표를 설정하고 행위의 주도권을 복기하는 경험의 장을 제안한다.

이은호,사건들2(Incidents2),4K(4_3),02m55s,Single Channel Video, 2024.jpg
이은호,사건들2(Incidents2),4K(4_3),02m55s,Single Channel Video, 2024.jpg

이은호(1992.Seoul)

이은호는 기술과 신체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현대사회의 감각적 경험을 회화, 조각,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탐구한다. 플랫폼 노동의 일상화와 데이터 착취 현상에서 느끼는 신체 변화, 정서적 요동침 사이에서 개인화된 네러티브를 발견한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게임과 같다’고 말하며, 작품을 창작하는 데 있어 제약이 가시화하는 행위성을 쫓는다. 홍익대학교 동양화 학,석사 과정을 마쳤고 회화,영상 작업으로 2018년 SeMA 창고에서 열린 전시 <우리는 바벨탑 아래, 굴을 판다>에 참여했다. 이후 다수의 뮤직비디오와 영상 제작 디렉터이자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해왔다.

학력

2019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화과 석사학위 취득
2017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

단체전
2018 우리는 바벨탑 아래, 굴을 판다 / SeMA 창고 /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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