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갤러리 류가헌에서는 2024년 6월 4일(화) ~ 6월 23일(일)까지 박종우 사진전 '흔  _  분단의 낯선 풍경'이 전시될 예정이다.

다슬기와 갯고둥을 품은 채 너르게 펼쳐진 갯벌, 윤슬이 반짝이는 바다, 둥그스름한 해안선, 야트막한 산자락, 망초꽃 흐드러진 들판, 자갈이 구르는 강변. 

산과 강, 해변의 모양새도 숲의 식생도,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라도 알아볼 이 땅의 익숙한 자연 풍경이다. 그런데 거기 인공의 구조물들이 끼어든다. 겹겹이 겹을 이룬 가시 철조망들이 능선을 따라 흐르고, 거대한 콘트리트구조물들이 잔잔한 강물에 발을 담근 채 결계를 이루고 있다. 얼마나 오래였던지 수면 위로 날을 세운 쇠침들에는 다닥다닥 따개비가 붙어있다. 참나무낙엽들 사이에 은닉된 것은 탄피들이다. 

박종우 사진전 '흔  _  분단의 낯선 풍경'
박종우 사진전 '흔 _ 분단의 낯선 풍경'

너무나도 익히 아는 우리 산하의 풍경이기에, 거기에 놓인 사물들의 이물감이 아프게 통각을 건드린다. 풍경이 익숙하면 익숙할수록 더하다. 모두가 한반도에 산재해있는 분단흔이다. 

사진가 박종우는 한국전쟁 휴전 후 민간인으로서는 최초로 비무장지대 내부에 들어가 60년의 역사를 맞은 DMZ를 기록한 사진가다. 이후 <NLL>, <임진강> 등 한반도 분단과 관련된 작업을 계속해오고 있다. 

그동안 다큐멘터리사진가로서 철책과 초소들, 무장군인들과 시설, 동물들과 자연 생태까지, 비무장지대에서 마주쳤던 사실과 풍경에 대한 르포르타주로서의 작업들을 선보여왔던 그가 기존과는 다른 화법으로 ‘분단풍경’을 이야기한다. 큐레이터 최연하가 “서사를 드러내기보다는 다만 말없이 펼쳐진 풍경으로서, 우리 앞에 놓여 있는 현실 그 자체를 감각케 한다.”고 표현한 방식이다. 

사진 시리즈의 제목 ‘흔’은 분단이 남긴 표시나 자취라는 의미에서의 ‘흔’(痕)이다. 또 그것이 아직도 우리나라 여전한 ‘흔한 풍경’이라는 점에서 ‘흔’이기도 하다. 

박종우 사진전 <흔 _ 분단의 낯선 풍경>은 6월 4일부터 3주간 종로구 청운동 사진위주 갤러리 류가헌에서 열리며, 8일 토요일 오후 4시에는 작가와의 만남이 있다. 

박종우 사진전 '흔  _  분단의 낯선 풍경'
박종우 사진전 '흔 _ 분단의 낯선 풍경'

지워지지 않는 분단흔을 찾아서

나라가 두 조각으로 나뉘면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 지 무려 70년이 넘었다. 하지만 제대로 끝나지 않고 어영부영 이어져 온 전쟁의 결과로 인해 이 땅 곳곳에 새겨진 분단흔은 치유되지 않은 채 망각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그 분단흔은 마치 상흔과도 같아서 우리 국토라는 몸에 남은 상처가 되었지만 그 상처는 제대로 아물지 않고 딱지처럼 남아있는 형국이다.

처음으로 비무장지대에서 아카이빙 작업을 시작한 때는 2009년이다. 애초에 그 프로젝트는 내가 작가적인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 아니라 단지 의뢰를 받은 일이었다. 그러기에 작업을 해나가면서 한반도 분단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파생된 그 공간을 깊게 사유하고 내밀하게 해석할 만한 정신적인 여유가 없었다. 매일매일 군 당국에 의해 조율된 스케줄에 따라 비무장지대와 그 주변부를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해나가는 일은 그 자체만으로도 벅찬 일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헬리콥터를 타고 비무장지대 일원을 비행하면서, 또 지상에서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그때까지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있던 분단의 흔적들을 새로 마주칠 때마다 사진가의 눈으로 그것들을 제대로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에 쫓기게 됐다. 그래서 비무장지대의 아카이빙 작업과는 별개로 분단의 흔적들을 찾아다니며 내 눈으로 해석하고 기록하는 작업을 병행하여 진행하기 시작했다.

박종우 사진전 '흔  _  분단의 낯선 풍경'
박종우 사진전 '흔 _ 분단의 낯선 풍경'
박종우 사진전 '흔  _  분단의 낯선 풍경'
박종우 사진전 '흔 _ 분단의 낯선 풍경'

 

박종우 Park Jongwoo

일간지 사진기자로 근무하며 우리 사회의 다양한 현상을 취재했다. 저널리스트에서 다큐멘터리스트로 전환한 후 세계 각지의 오지 탐사를 통해 사라져가는 소수민족 문화와 그들의 생활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는데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티베트 취재 도중 차마고도의 존재를 최초로 발견하여 ‘마지막 마방(2005)’, ‘차마고도(2007)’, ‘사향지로(2008)’ 등 차마고도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제작하여 방영했다. 

한국전쟁 휴전 후 최초로 비무장지대 내부에 들어가 60년의 역사를 맞은 DMZ를 기록했으며 <NLL>, <임진강>, <용치>, <GP> 등 한반도 분단으로 인해 파생된 풍경과 현상에 관한 작업을 계속해왔다. 

최근에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국가 이데올로기에 의해 만들어진, 그러나 결국 쓸모없게 버려진 전쟁시설물을 기록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Himalaya Monograph (고은사진미술관, 2009)', ‘임진강 (스페이스22, 2016)’‘경계에서...(동강국제사진상수상자전, 2019)’를 비롯,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었고 사진집 <Himalayan Odyssey>(2009, 에디션제로), <임진강>(2017, 눈빛), <DMZ>(2017, Steidl)를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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