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인사동에 위치한 인사1010 갤러리에서는 2024년 5월 24일~5월 27일까지 제8회 정보연 개인전 '마음의 평화-Peace of Mind'가 전시되고 있다.

이번 전시에 대해 질문하자 정보연 작가는 "이번 전시는 '마음의 평화'로 주제를 잡았는데 이렇게 주제를 정하고 작품을 그린 것 아니고요. 그림을 그리다 보니 시대적으로 일상이 굉장히 침해를 많이 받으며 일상을 살아간다는 게 굉장히 소중하다는 것을 문득 많이 느끼게 되더라고요. 저는 원래 한남동을 20여 년을 그려온 작가인데요. 조만간 없어질 풍경이라고 해서 그 아쉬움을 이 그림을 통해서 저 자신이 먼저 치유를 많이 받았거든요. 보는 것 만으로도..."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이 그림을 보면서 느낀 감정들을 감상자들도 평화로움을 같이 느껴보고자 했고요. 그 안의 삶은 복잡하지만, 그래서 복잡한 그 삶을 표현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작가노트-
한남대교를 지나다 보면 강 건너 멀리 교회 풍경이 보인다. 그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그곳은 시간이 멈춘 듯 느껴졌다. 아직도 어렸을 때 살았던 동네와 같은 집들과 좁은 골목들,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다.

해가 질 무렵 집으로 가게 되면, 그곳엔 언제나 작은 빛으로 반짝이며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감싸준다. 나는 한남대교에서 바라본 풍경을 한국의 전통적인 채색화 기법을 바탕으로 사실적으로 표현하였다. 일순간 지나친 하나의 풍경이 가슴에 깊이 들어 온 것은, 그때의 제 감정들을 대신해 주는 듯하였다.

'코로나'라는 힘든 현실적인 상황을 겪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생각한다. 피라미드처럼 모여 있는 집들의 가장 맨 위에 자리한 교회의 모습이 마치 구원의 상징처럼 자리하고 있는 것 같았다. 좁은 골목에 다닥다닥 모여 있는 집들의 풍경 또한 언젠가 영원히 사라지겠지만, 사람들은 그 안에서 각각의 사연을 담은 채 오늘의 삶을 묵묵히 살아갈 것이며, 내일을 희망하리라 생각한다.

알록달록한 집들은 마치 현실이 아닌 듯한 다양한 색감으로 표현하였으며,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이 전통적인 채색기법으로 칠하였다.

평범한 일상이 평범하지 않은 오늘, 제 그림이 저와 지금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게 잠시나마 따뜻한 위안이 되었으면 합니다.  

  

버짐꽃 핀 아이가 골목을 뛰어다니고 희미한 빛 속에서 우리의 얼굴에 묻어나는 삶의 서러움. 도시의 빛은 우리를 움츠리게 하지만 가끔 밥상에 올라온 뽀얀 고기국물을 바라보면서 서러운 우리의 삶에도 평화가 있음을 깨닫는다.

김동혁

어려운 세상 

다섯손가락 이두헌

기쁨만이 가득한 세상 

우리 모두 그리워하는

그러나 그리 쉽게 올 것 같지 않은 세상

어려운 세상 

이 세상의 모든 무기는

아름다운 꽃이 되어서

싸우고 미워하는 세월은 

끝이 났으면

끝이 났으면 

미움만이 가득한 세상은 싫어

사랑하며 한 세상 살고 싶은데

사랑만이 가득한 세상 

우리 모두 그리워하는

그러나 그리 쉽게 올 것 같지 않은 세상

어려운 세상

정보연-색채로 빛나는 생의 자존감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가)

천에 안료와 금분으로 이루어진 정보연의 그림은 서울의 특정한 장소를 그린 풍경이자 수직으로 맞물려 올라간 건물들의 집적으로 이루어진 산동네의 전형적인 장면을 개념적으로 선사한다. 분명 서울의 이태원이나 남산 주변에서 흔하게 접하는 매우 사실적인 풍경이기도 하다. 

작가는 그곳의 특정 장면을 사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서 제작하고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 그림은 구체적인 장소에 대한 재현, 기록적인 의미를 지닌 동시대의 풍경이지만 동시에 그 풍경을 빌어 이를 회화적으로 재구성한 것이기도 하다. 다분히 추상적인 풍경이자 기호에 가까운 그림이다. 구체성과 관념성, 사실과 개념이 공존하고 현실과 환영이 같은 강도로 스며들어 있다. 

산동네 전체가 먼 거리에서 조망되듯이 그려진 것도 있고 그 내부로 근접해서 골목길, 계단, 상가와 그 주변에 흩어진 일상의 여러 기물들 및 나무와 화분 등이 드문드문 박혀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더러 인물이 슬쩍 등장하기도 한다. 시선과 동선의 움직임, 거리와 시간의 차이가 화면에서 물씬 묻어난다. 이는 화가의 유동적인 신체의 흐름이자 동시에 그 이동 경로와 시선의 낙차에 편승해서 함께 몰려다니는 관자의 시선, 몸의 흐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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