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갤러리 류가헌에서는 2024년 5월 14일(화) ~ 6월 2일(일)까지 이한구 사진전 'TAE _ 이 땅의 기운과 서정'이 전시된다.
태백산 천제단에는 태곳적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의 기도가 하늘로 올라가기를 거듭한다. 수수만년 낙하가 이어져 온 재인폭포의 물줄기는 사람들의 삶 속에 그어진 수직의 신성이다. 만신은 오래전부터 그래왔듯이, 정하게 차려입고 범바위 앞에서 산기도를 드린다. 인간과 자연의 경이롭고 깊은 연결의 순간이다.
우리 땅의 아름다운 가치를, 물질이나 비속과 겨루어 우리를 균형 있게 할 정신과 정서를 기록하고 싶었다. 나는 그것을 이제는 옛길이라는 이름으로 희미해진 여러 고개들과 만신의 산기도, 강물과 바람의 향방 속에서, 산과 산들의 첩첩한 농담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2024년 봄, 이한구
안개는 산의 능선에 기대 하늘로 오르고, 개비가 치는 징소리는 파도와 함께 일렁인다. 만신은 바위에서 기운을 빌어내고, 강의 시원에서 헤엄치는 물고기 등에 분분히 점을 찍는 눈송이는 이내 물고기의 숨으로 들고 난다.
탯줄처럼 서로가 연결된 채, 이 땅의 기운과 서정이 하나로 엮인 이한구의 사진 시리즈 <태>. 태자리가 같은 한국인이면 누구나 알아채는 정서이기에 <태胎>고, 빼어난 풍경이라는 점에서는 <태態>다.
‘우리 자연의 아름다운 기운을, 물질이나 비속과 겨루어 우리를 균형 있게 할 정신과 서정으로 기록하고 싶었다. 나는 그것을 이제는 희미해진 옛 고갯길이라든가 오래된 이야기들을 이어가는 사람들, 산과 산들의 농담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태>의 작업 노트대로,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면 태백산으로 향했다. 태곳적부터 사람들의 기도가 수직으로 올라가는 천제단을 보기 위해서였다. 눈송이 사이를 헤엄치는 산천어를 찾아 낙동강 발원지인 황지연못으로 향했고, 억수장마 지는 여름날이면 수만 년을 낙하 중인 연천의 재인폭포를 찾아갔다.
새벽이면 지리산 반야봉의 여명과 양주 불곡산 범바위에서 영험을 비는 만신의 뒷모습을 쫓았다. 성하의 나무 그늘 아래서 흥과 그늘을 지르밟으며 걷는 춤의 명인은, 만나고 돌아선 이후의 시선이 찍은 것이다. 모두가 현실에 실재하는 장소와 사물, 인물을 찍었으나 현실 너머의 감각과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이십 대 때부터 백두대간 산맥들과 산마을들, 멀리 히말라야 고봉들을 종횡으로 오르고 걸어온 노정이 (사진전 <소소풍경> 2010년), 자연 공간 속 무속인들의 기도처와 마지막 예기와 꾼, 개비에 관한 기록들이(사진전 <무무> 2015년>, 돌이켜보면 모두 한국의 자연과 사람살이 삶 속에 깃든 ‘우리 땅의 기운과 서정’을 찾아다닌 걸음이었다.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사진가 이한구의 오랜 걸음이 <태>로서 귀착된 것이다.
<태 _ 이 땅의 기운과 서정> 60점이 전시로 선보여지고, 동명의 사진집으로 묶인다. 사진집 <태>는 프린트마스터 유화의 유화컴퍼니가 흑백 5도, 선수 800선의 고품질로 제작, 전시 시작과 함께 공개된다.
이한구는 다큐멘터리사진집단 <사실>, 월간 <사람과 산> 사진부의 일원이던 시절부터 백두대간과 호남정맥, 히말라야와 톈산산맥 등 우리 땅과 그 너머를 종횡으로 오르고 걸으며 자신만의 사진세계를 구축해 왔다.
그 노정에서 얻은 사진들로 2010년 첫 개인전 <소소풍경>을 열었다. 스무 살 무렵 군복무 중에 병영생활상을 감각적으로 찍은 사진 <군용>으로 2013년 두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군용>은 2015년 미국 휴스턴 포토페스트 <인터내셔널 디스커버리 5>에 선정되었다.
유년시절을 보냈던 청계천변을 사진학과에 재학 중이던 1988년부터 찍기 시작해 변두리이자 중심으로서 삶의 풍경들을 30년 넘게 찍고 있다. 2015년 <청계천-프롤로그>를 전시 후, 작업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 있지 않은 동안에는, 우리 땅의 서기로운 풍경들을 찾느라 행적이 자연에 머문다.
2015년 <무무-마지막 예기와 꾼, 개비에 관한 기록>, 2020년 <서울옛길> 전시를 열었다. 처음 카메라를 손에 든 이후로 줄곧 자신의 삶이 선 지점에서 자신을 둘러싼 외계를 사진으로 작업해 왔다. 그의 사진과 삶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인 까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