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 범주론 Ⅰ

   감각적으로 지각된 대상의 성질 가운데 오감으로 포착되는 성질(제1성질과 제2성질)에 근거하면서,  그 자극을 반성적으로 다시 포착하였을 때 나타나는 성질을 광범위한 미적 질이라고 한다. 반성적인 지각은 대상에 대한 가치의 현상이기 때문에 미적 질은 대상에 속한다고 보는 정성차(定性差)와 동시에 가치의 계기를 포함하고 있다. 미적 질에는 색의 차가움과 같이 대부분 순수한 정성차의 개념으로부터 미라는 순수한 가치개념의 다양성이 있다. 덧붙이자면, 가치의 계기는 질에도 모두 포함되어 있으며 질을 갖는(to have quality)다는 것은 가치가 좋다는 의미이다.

   다양한 미적 질의 집합 전체가 미적인 것(the aesthetic)의 영역을 구성한다. 미적 범주와 미적 질이라는 두 가지 술어는 전자가 19세기의 독일 미학의 이론을 계승해서 금세기 초두에 주어진 명칭이며, 현재 독일이나 프랑스에서 많이 이용되고 있고, 미적 질 혹은 미적개념(aesthetic concepts)은 금세기 후반에 영국이나 미국에서 채용하기 시작했다는 차이가 있다.〈미적 범주라고 할 경우의 category는 어원적으로 술어의 의미이며, 그리스어의 katgorein은 고발하다, 논하다의 뜻, 특정한 종류의 형용사를 가리킨다〉

[박명인 미학산책] 미적 범주론 Ⅰ
[박명인 미학산책] 미적 범주론 Ⅰ

   내용적으로 현저한 차이는 전통적인 미적 범주론이 미를 중심으로 숭고ㆍ우아ㆍ비극적ㆍ희극적ㆍ추함 등 지극히 소수로부터 구성되어 전체가 체계를 이루고 있는 것에 대해, 미적 질은 수에 한하는 것이 아니라 레퍼토리(repertory)가 열린 것에 있다. 단지 호칭에서 미적 범주라고 불리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로 우세했던 것은 ‘미적 변이태(變異態), 〈Modifikationen des Schnes’Adolf·Zeisind, 1818-76, Eduard·von·Hartmann, 1842-1906, Teodor Lipps, 1851-1914〉이다. 이 개념은 미의 특권적·중심적인 위치를 인정하고, 불순한 요소가 혼입해서 다른 미적 질이 파생하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미적 범주, 미의 변이태 이외의 개념에 대해서는 『미학사전』‘미의 범주’의 항목, 저자는 望月登美子, ‘특히 변이체’의 개념에 대해서는 竹內敏雄 『미학총론』27, 405-06쪽 참조〉

   미적 질의 리스트가 열린 것이라는 것도, 대표적인 것을 분류해 두는 것이 유익하다. 스웨덴의 미학자 괴란 헤르메렌(Gö?ran Hermeré?n)은 다음 다섯의 종류를 구별하고 있다.〈Hermern, the Nature of Aesthetic Qualities, pp. 106-07 ; The Variety of Aesthetic Qualities, pp. 11-12〉

   ① 정서적인 질(emotion qualities) : 음침한ㆍ숭엄한ㆍ명랑한ㆍ센티멘탈한ㆍ경사스러운ㆍ슬픈ㆍ멜랑콜리(melancholic)한ㆍ쾌활한ㆍ열광적인ㆍ음란한 등등. 

   ② 행동의 질(behavior qualities) : 대담한ㆍ신경질적인ㆍ힘센ㆍ심한ㆍ열렬한ㆍ초조한ㆍ겸손한ㆍ우미한ㆍ관대한ㆍ상냥한ㆍ어리석은ㆍ견고한 등등. 

   ③ 형태의 질(gestalt qualities) : 통일된ㆍ뿔뿔이 흩어진ㆍ수미일관된ㆍ 긴밀한ㆍ단순한ㆍ균형 잡힌ㆍ조화로운ㆍ혼돈 등등. 

   ④ 취미의 질(taste qualities)  : 엘레강트(elegant)한ㆍ유쾌한ㆍ지나치게 강렬한ㆍ야한ㆍ픽쳐(picture)ㆍ숭고한ㆍ아름다운ㆍ키치(kitsch)ㆍ불세공ㆍ비속한ㆍ보기 흉한 등등. 

   ⑤ 정동적인 질(affective qualities) 또는 반응의 질(reaction qualities) : -이상한ㆍ골계(우스꽝스러운)ㆍ놀랍게도ㆍ귀여운ㆍ충격적인ㆍ도발적인ㆍ신비로운ㆍ인상적인 등등. 

   이 중에 대상의 구성상 형식적 특징인 ③은 명료하지만, 다른 것에는 다소 설명이 있다. ①과 ⑤는 상이적(相似的)이라고 할 수 있다. ①이 예술가나 감상자가 정서를 느끼지 않아도 좋은 것에 대해, ⑤는 ‘반응의 질’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감상자가 실제로 반응함으로써 현실화되는 질이다. 또한 ②는 사람의 행동방법을 은유적으로 적용한 것이며, ④는 어떤 시대에 취미의 규범이 비평가나 감상자들에 의해 주관화된 것이다. 이 리스트에 빠져 있는 것으로는 비극적, 서정적 등 장르의 특징에서 유래하는 질이나, 바로크적ㆍ로코코적ㆍ낭만적 등 시대양식에 근거하는 예술적 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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