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봄여름가을겨울(김종진, 故전태관)이 '브라보 마이 라이프' 앨범 발매 20주년을 기념해 리마스터링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봄여름가을겨울은 지난 2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브라보 마이 라이프!(Bravo, My Life!)' 오리지널 뮤직비디오를 복원해 공개했다. 이번 뮤직비디오 공개를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 리마스터링 음원 공개, 하반기 LP 및 카세트테이프 발매를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봄여름가을겨울은 20년 전 녹음된 음원을 복원해 최신기술의 믹스, 마스터링 과정을 거쳐 온전히 새로운 사운드로 재탄생시킬 계획이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봄여름가을겨울이 2002년 1월 발표한 정규 7집 앨범이다. 봄여름가을겨울이 5년의 준비 끝에 발표한 작품으로 총 18곡이 수록된 대작이다. 유행에 편승하지 않는 완성도 높은 사운드로 폭넓은 리스너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타이틀곡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발표 후 2년간 가장 많이 방송된 곡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CJ아지트 광흥창에서 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Bravo My Life!)' 20주년 바이닐 앨범 발매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종진은 "작년 연말부터 기획해 준비했고, 약 1년 정도 걸렸다. 이날로그 감성을 담아 시간여행을 하는 작품을 만들어봤다. 지난 7월 1일 발매된 LP 예약판매 때 많은 성원을 보내주셔서 일주일간 아이돌보다 판매차트 1위, 인기순위 1위, 예매처 1위를 차지하며, TV나 뉴스 등에서 '레트로 감성 회귀' '역주행' 등 일종의 문화현상으로 기사가 다뤄져 굉장히 감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1월 1일 LP, 카세트가 합집되어 있는 박스셋이 발매된다. 아날로그 감성을 담아서 시간 여행을 하는 그런 작품을 만들어봤다. 일종의 아날로그 추앙물인데 한 작품이 시간을 뛰어넘어 어떻게 살아남는가에 대한 증거를 남기고 싶었다. '시간이 지나고도 충분히 가치있는 게 아닌가'에 대한 질문을 드리는 작업이었다"고 덧붙였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발매된지 20년이 지난 현재에도 그 존재 자체의 상징성이 큰 곡이다. 김종진은 "이 앨범이 우리에게 느껴지는 의미는 굉장히 크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20년 전 IMF로 힘들었던 한국에 기운을 북돋는 음악으로 2년간 방송횟수 1위를 차지했었다. 영화, 드라마,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브라보 마이 라이프'라는 이름을 달고 영상물들이 나오면서 힘을 주는 음악이었다"면서 "20년이 지나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에게 다시 음반을 발표하면서 뭔가 소소한 재미들, 과거를 회상하면서 지금도 충분히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음악을 선택한 음악가로서 감사하다는 확신을 갖게 한 앨범이라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앨범 리마스터링 과정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김종진은 "20년 전 마스터 테이프를 풀어 몇달간 새로 작업했고 깜짝 놀랐다. 20년 전 녹음했던 그 시간으로 돌아가는 놀라운 체험을 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고, 눈을 감으면 청년 전태관, 김종진이 있었다. 음악이란 참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구나 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요즘 음악은 메시지보다는 상업적인 산업을 돌아가게 하는 음악요소로 자리 잡은 반면 20년 전에는 음악 본위의 시대이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 그런 음악을 더 만들어보겠다는 투지를 불태우게 됐다"고 전했다.
이번 봄여름가을겨울의 작업은 리믹스였다. 김종진은 "리믹스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DJ 리믹스고, 두 번째는 비틀즈로부터 시작된 방식의 리믹스인데 이것은 시대탐방의 의미가 크다. 그 시절로 돌아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작업했고, 그 사람들의 기행을 답습해 보는 방법이다"라며 "들어보시면 별로 바뀐것이 없는 리마스터 작업 정도라고 싶을 수도 있지만 엔지니어나 이 작업에 함께한 사람들이나 이 음악에 감명한 찐팬들을 짙은 감동을 받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종진은 이번 바이닐 작업에 함께 한 뮤지션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그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 합창 편곡은 김현철이 해줬고, 유희열, 윤상, 이적이 함께 '화해연가' 코러스에 참여해줬다. 이 네 분은 뮤직비디오에도 나오신다"고 귀뜸했다.
이어 "요즘 유희열이 힘든 시간을 보내느라 연락이 잘 되지 않는데 '덕분에 봄여름가을겨울이 활동할 수 있었다'며 고맙다고 하자 답이 왔다. 어쩌면 음악이 힘든 사람들에게 다시 '세상에 나올 수 있게 할 수 있는 창문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발매 당시에는 LP가 없었다. LP가 사라진 시대였기 때문이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LP로 나온 것은 1995년이고, 이후 10주년 기념 앨범이 LP로 나온적은 있다. 소장용 정도의 LP판매량이었지만 LP에 대한 새로운 제시를 한 앨범이라는 이유로 리셀시장에서 700만원~800만원 정도의 굉장히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김종진은 "이런 이유로 LP로 다시 낸다고 했을 때 바이닐 수집가들이 응원해 주신 것 같다. 음악이 사라져버리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서 음악 본질에 최선을 다한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은 최고의 음질, 최고의 패키지를 만들어서 제시하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김종진은 이번 '브라보 마이 라이프' 20주년을 맞아 자신의 음악뿌리인 김현식 밴드 시절부터 시작해 아날로그 음악을 대표하는 음악계보 및 연감을 '패밀리트리' 형식으로 제작했다. 그는 "김현식, 유재하, 전태관 등이 세상을 떠나면서, 나조차도 어제 떠날 지 모르는 두려움을 갖게 됐다. 살아있는 동안 본인의 고증에 대한 고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글로만 된 것이 아니라 일목요연하게 그림으로 볼 수 있는 그래픽 작업으로 된 패밀리트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김종진은 "한국 최초의 패밀리트리가 나온 것에 대해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덧붙여져 거대한 패밀리트리가 생기면 좋겠다. 지금은 K팝이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있는데, 그 K팝의 몸통과 뿌리 음악가를 알리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김종진은 이번 앨범 작업을 통해 봄여름가을겨울의 정신, 지속가능성에 대해 이야기 하려한다고 했다. 그는 "요즘 시대는 물질적으로 넘치긴 하지만 만들어지는 것보단 사라지는 게 더 많은 시대이다. 사라지는 건 결국 쓰레기로 남겨지지만 버려진 것들을 다시 꺼내서 수선하면 우리가 다시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면서 "지금만의 생각은 아니고 처음부터 갖고 있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정신이기도 하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수호자로서 과거의 것도 충분히 가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라며 음악의 대한 확고한 가치관을 보여줬다.
마지막으로 김종진은 "나는 창조하는 사람이 되는 게 목표다. 단순히 내 생각이 아니라 선배 뮤지션들의 삶이 그렇게 전해줬다. 나는 죽는 순간까지 음악을 하고 싶다"며 음악인으로서의 소망을 전했다.
봄여름가을겨울은 15일 CJ아지트 광흥창에서 '만원사례'라는 타이틀로 공연한다. 김종진은 "이번 콘서트는 특별하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앨범에 있는 곡들만 연주한다. 공연 시간도 비록 1시간 뿐이지만 1시간의 미학을 보여드리겠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