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뉴욕 예술계를 상징하는 개성 있는 딜러이자 ‘예술가들의 예술가’로 불렸던 잭 핸리가 지난 37년간의 갤러리 운영을 끝내고 문을 닫겠다고 발표한 뒤, 그의 여정을 되돌아보는 대화가 이어지고 있다. 전직 갤러리스트이자 독특한 감각을 지닌 ‘발굴가’로 알려진 핸리는 최근 인터뷰에서 예술계의 혼란, 헌신, 그리고 40여 년 동안 겪어온 변화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핸리는 시장 논리를 좇기보다 자신의 본능을 믿는 스타일이었다. 그는 초기에 예술계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작가들의 작품에 먼저 반응했고, 그들 중 상당수는 이후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했다. 귄터 포르그, 크리스토퍼 울, 소피 칼, 크리스찬 마클레이 등 오늘날 미술사를 장식하는 이름들은 그가 초기에 미국에서 전시 기회를 제공한 대표적 인물들이다.
1990년대 샌프란시스코 미술계를 형성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던 그는 고급과 저급의 경계를 허물고, ‘재미있고 도발적인 미술’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최근에는 디지털 아트의 대부로 불리는 비플(BeepIe)의 첫 갤러리 전시를 진행하며 다시 한번 시대의 변화를 읽는 감각을 입증했다.
핸리의 이력은 특이하면서도 미술계의 경계를 넓힌 독창적 경로로 구성되어 있다. 그레이트풀 데드(Grateful Dead)의 로디로 일했던 경험, 난초 재배에 대한 집착, 전 세계를 오가며 갤러리를 운영한 경력, 그리고 아트페어 설립자이자 음악 연주자로서의 활동까지. 누구도 그의 길을 ‘일반적’이라 부를 수 없지만, 그만큼 미술계에 잭 핸리만의 독자적 흐름을 형성해왔다.
인터뷰에서 핸리는 미술계가 지난 세대 동안 얼마나 빠르게 변화했고, 또 어떤 부분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남아 있는지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특히 “갈수록 복잡해지고 혼란스러워지는 시장 속에서도 예술을 흥미롭게 만드는 힘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술계를 움직이는 요소가 시장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에도, 그는 여전히 ‘좋은 미술을 믿고 보여주는 일’이 갤러리스트의 본질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자신이 해온 지난 40년은, 어쩌면 그 단순한 태도를 끝까지 지켜온 긴 여행이었다고 담담히 회고한다.
핸리가 공식적으로 갤러리 운영을 멈췄지만, 그의 이름이 남긴 영향력과 미술계에 던진 질문들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