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인 미학산책] 경험과 구성의 다양성 Ⅳ
지금까지 관찰된 모든 사례에 대한 s와 t의 측정 값의 일람표를 명백하게 제시하는 대신, 미규정 변수의 위치에 특정한 수치를 대입하지 않으면 구체적인 의미를 가진다든가 안되도록 일반적인 공식적 표현을 선택한다는 기초를 확고히 하고, 정당화해 주는 것은 될 수 있는 한 절약된 기호의 사용 방법을 요구한 갈릴레이 갈릴레오 초상화는 사고 경제의 요구뿐이다.
이러한 고찰 방법이 성립되면, 역시 그것에 의해서 물리학적 사실성은 다시 단순한 기술적 사실성으로 되돌려지게 된다. 그때 양자의 차이는 사상(事象)만이 아니라 사태를 표시하기 위해서 편리한 기호에만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철저한 경험론에 따라서 이러한 고찰 방법을 취할 경우에도 일반적 문제의 문맥에 있어서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
『심볼 형식의 철학』은 일관해서 기호가 결코 사고의 우연한 외피가 아닌 기호 사용에 사고가 특정한 방향 전환을, 그리고 사고가 있는 기본적인 경향이나 형식이 분명히 각인되고 있다는 것을 가르쳐 왔다.
그렇게 보면 어떤 특정한 수학의 공식이라는 기호언어를 다른 모든 기호언어로부터 두드러지게 해, 다른 모든 기호언어에 우선(優先)할 필연성이 물리학적 사고의 경향에서 유래하는 것인가 하는 질문은 여전히 미해결로 남는다. 언어로 인해서 또는 정신에 의한 구성으로 얻은 모든 견해에 비추어 보면, 물리학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 단지 편의적인 이유만으로 상정(想定)되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적어도 사고형식과 언어형식의 더욱 깊고 더욱 내면적인 연관을 상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상정을 만약 원한다면 체계적 선입견이라고 말해도 좋지만, 이것이 뒷받침될 것인가 아닌가는 물리학의 개념형성과 물리학에 있어서의 기호 사용 방법의 분석뿐이다. 물리학적 판단이 말로 표현될 때, 처음으로 그 판단이 뚜렷한 형태를 얻게 되는 심볼의 고찰과 분석이야말로 물리학적 대상성의 성격을 이해하게 해준다.
물리학의 이론으로 열린 저작에 있어서 이 길을 처음으로 걸어 보인 것이 피에르 뒤엠(Pierre Duhem)의 공적이다. 이 저작에 있어서는 각각의 현상의 단순한 관찰로부터 물리학적 명제나 물리학적 판단이 획득될 때까지의 사이에 빠져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모든 관념적 매개가 두드러져서 예리하게, 또 명석하게 거시(擧示)되고 있다. 거기에는 특정한 심볼 세계의 구축이야말로, 물리학적 실재 세계로의 접근을 처음으로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만들어지는 특수한 심볼은 모두 실수(實數)라는 원리적 심볼을 진실된 기초로 전제하고 있다.〈Substanzbegriff und Funkionsbegriff, 2.Aufl., S. 189ff〉
처음에는 감관 인상의 순수한 사실적 다양으로서, 또는 그 사실적인 차이로 나타나는 물리학적 의미와 물리학적 가치를 입수하는 것은 수의 영역에 표시하는 것에 의해서 만이다. 이 사상(寫像)이나 그것이 복무(服務)하는 지극히 복잡한 형식 법칙을 내용적인 의미로 이해하는 것만으로 물리학의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지각에 주어지는 각각의 내용을 다른 종류가 다른 특성을 가진 내용으로 바꾸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상정으로부터 출발한다.
결국 각각의 특수한 지각의 클래스에 어떤 특수한 근본체가 대응해서 이 근본체가 처음으로 참된 현실, 참된 물리학적 현실이 완전한 표현이라는 상정으로부터 출발하지만 이 사상이나 형식 법칙을 정당하게 이해한 것은 아닐 것이다. 온각(溫覺)으로 더위의 감각을 느끼는 것은 물리학적 진상에 있어서는 분자운동으로 인식되고, 눈에 색으로서 주어지는 것은 에테르(Aether)의 진동으로 규정된다.
그러나 직접 표적 지각 내용이 다른 간접적인 내용에 단편적으로 일부분씩 바꿔 놓을 수 있는 이 종류의 번역에서는 물리학의 방법론으로는 근본적 의미는 최선을 다할 수 없다. 물리학의 방법론에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오히려 색이나 소리, 촉감 온감각(溫感覺)이라는 감성적 모든 현상으로부터 이루어진 현실을 전체로 어떤 새로운 정신적 척도에 관계를 맺고, 이 관계의 힘을 빌려서 그것을 고찰의 차원으로 높이는 것이다. 따라서 그 특정한 객관적·물리학적 기본체를 대치하는 것은 결코 개개의 감각에서는 있을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