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컨 1,600만 달러, 트리케라톱스 540만 달러 ‘깜짝’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뉴욕이 다시 ‘고액 경매의 도시’로 뜨겁다. 월요일 크리스티, 화요일 소더비가 잇따라 대형 낙찰을 기록하며 시장 분위기를 끌어올린 가운데, 3일차에 열린 필립스 현대미술 이브닝 세일은 전반적으로 차분한 흐름 속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이번 필립스 경매는 33점 출품, 총 6,730만 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일 경매 대비 약 24.4% 증가한 수치다. 다만 2023년 트리톤 컬렉션 재단의 위탁으로 기록했던 1억 5,460만 달러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경매 현장 곳곳에서는 최근 다시 꿈틀거리는 미술시장에 대한 기대와 여전한 신중함이 공존했다.

수요일 밤 뉴욕의 필립스 매장. 필립스 제공
수요일 밤 뉴욕의 필립스 매장. 필립스 제공

그 속에서 가장 돋보인 것은 예술 작품이 아닌 트리케라톱스였다. 필립스 역사상 처음으로 이브닝 세일에 공룡 화석이 포함된 이번 경매에서, ‘세라(Serra)’라는 이름이 붙은 유년기 트리케라톱스 골격 화석이 540만 달러에 낙찰되며 시장의 시선을 단번에 끌어모았다. 예상가 250만~350만 달러를 크게 웃도는 결과로, 공룡 뼈 시장의 강세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최고가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1967년작 ‘이사벨 로손과 조지 다이어의 머리를 위한 연구’가 차지했다. 프리미엄 포함 1,600만 달러에 낙찰됐으며, 이는 예상가 범위(1,300만~1,800만 달러) 가운데 무난한 수준이었다. 다만 작품 위탁자였던 중국 사업가 장창은 환율 변동을 고려할 때 구매가 대비 손실을 본 것으로 분석된다.

이사벨 로손과 조지 다이어의 머리를 묘사한 프랜시스 베이컨 연구 , 1967년. 필립스 제공.
이사벨 로손과 조지 다이어의 머리를 묘사한 프랜시스 베이컨 연구 , 1967년. 필립스 제공.

이브닝 세일은 전반적으로 투자 성향이 과열되었던 시기와 달리 신중한 응찰이 이어졌고, 신진 작가의 폭발적 기록 경신도 거의 없었다. 그중 피를레이 바에즈의 작품만이 작가 최고가를 경신하며 64만 5천 달러에 낙찰됐다.

한편 조앤 미첼의 ‘무제’는 1,430만 달러로 강세를 보였고, 루스 아사와의 작품 두 점 역시 예상가를 크게 상회하며 탄탄한 수요를 확인했다. 막스 에른스트의 조각은 예상가 대비 3배 이상인 150만 달러에 팔리며 현장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막스 에른스트, Dans les rues d'Athènes(1960). 필립스 제공.
막스 에른스트, Dans les rues d'Athènes(1960). 필립스 제공.

가장 이색적인 순간은 경매인의 멘트였다. 6,600만 년 된 트리케라톱스 ‘세라’가 낙찰된 직후, 경매인 헨리 하이들리는 “이제 좀 더 현대적인 것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라고 말해 현장을 웃음 짓게 했다.

경매 종료 후 많은 관람객들이 공룡 화석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이날의 주인공이 단순한 예술 작품이 아니었음을 다시 확인했다. 이후 이들은 다시 걸음을 옮겨, 같은 날 이어진 크리스티의 21세기 이브닝 세일로 이동했다. 뉴욕 경매 주간의 열기는 이번 주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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