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에서 펼쳐진 생명과 사유의 조형 세계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1층 그랜드관에서 김동석 작가의 개인전 우공이산의 꿈이 11월 19일부터 24일까지 열리고 있다. 개막 당일 오전, 전시장을 찾은 김동석 작가는 자신의 30여 년 작업 세계를 다시 정리하며 시대적 변화와 내면적 성찰을 압축한 이번 전시에 대해 차분하게 풀어놓았다.

이번 전시는 과천 문화예술지원사업 선정에 따라 기획된 것으로, 작가가 오랜 시간 축적해온 주요 작업들을 흐름별로 정리해 보여준다. 특히 자연, 생명, 어머니의 땅, 한글의 구조적 아름다움 등 작가의 조형적 원천을 다시 짚어보는 자리다.

김동석 개인전 '우공이산의 꿈'-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김동석 개인전 '우공이산의 꿈'-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김동석 개인전 '우공이산의 꿈'-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김동석 개인전 '우공이산의 꿈'-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어머니의 땅에서 출발한 생명의 조형
김동석의 화면에는 끊임없이 씨앗이 등장한다. 이는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작가가 오랫동안 붙들어온 삶의 근원에 대한 은유이다. 그는 캔버스를 어머니의 땅으로 인식하며, 그 위에 씨앗을 심듯 작업을 이어왔다. 씨앗은 작가 자신이자 관람자이며, 생명을 품은 모든 존재의 상징이다.

작가는 이를 두고 “대지가 씨앗을 받아들이듯, 캔버스 역시 생명을 품고 움직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씨앗의 강인한 생명력은 곧 인간의 삶, 자연의 질서, 그리고 존재의 의미를 향한 그의 긴 사유를 드러낸다.

김동석 개인전 '우공이산의 꿈'-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김동석 개인전 '우공이산의 꿈'-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김동석 개인전 '우공이산의 꿈'-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김동석 개인전 '우공이산의 꿈'-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우공이산, 흔들림 없는 작가의 태도
이번 전시의 중심 개념인 우공이산은 중국 고사에서 유래한 말로, 우직한 노인이 산을 옮기고자 끝내 뜻을 이뤘다는 이야기다. 김동석은 작업 과정의 슬럼프를 마주할 때마다 이 고사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는 “한 번에 해결되지 않는 어려움 앞에서 흔들릴 때, 다시 중심으로 돌아가게 만든 말이 우공이산이었다”며 “작가라는 길도 결국 꾸준한 몰입과 집중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번 전시에서 특히 강하게 드러나는 작가의 내면적 지향이기도 하다.

김동석 개인전 '우공이산의 꿈'-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김동석 개인전 '우공이산의 꿈'-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김동석 개인전 '우공이산의 꿈'-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김동석 개인전 '우공이산의 꿈'-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관객의 상상으로 완성되는 화면
작가는 작가적 개념을 강하게 제시하기보다, 관객이 스스로 질문하고 대답하며 작품을 완성해가기를 바란다. 그래서 그는 작품 캡션에 개념적 설명을 거의 두지 않는다.

그는 “작가의 해석이 먼저 정해지면 관객의 상상력은 닫힌다”고 말한다. 여백과 흑백의 질서를 통해 열린 사유를 남겨놓는 것은 그의 작품이 지니는 중요한 미학적 태도이다.

김동석 개인전 '우공이산의 꿈'-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김동석 개인전 '우공이산의 꿈'-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김동석 개인전 '우공이산의 꿈'-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김동석 개인전 '우공이산의 꿈'-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자연의 생성 원리를 닮은 조형 방식
평론가 김상철은 김동석의 작업을 두고 “자연의 본질을 반영하려는 수묵적 정신의 현대적 확장”이라고 평한 바 있다. 그의 작품은 광범위한 색채를 배제하고 흑과 백만으로 구성되며, 우연의 흔적과 작위의 절제를 함께 지닌다. 이는 자연의 생명성과 여백의 울림을 담아내려는 동양적 조형 의식과 깊이 연결된다.

박영택 평론가 또한 그의 작업에서 한국 농경문화의 세계관을 읽어낸다. 씨앗, 개펄, 흙, 줄기, 그리고 화면을 가로지르는 수평의 대지 등은 모두 생명의 길과 인간의 삶을 상징한다. 화폭 위에 씨앗을 부착하고 자연물의 흔적을 찍어내는 행위는 단순한 회화적 기법을 넘어, 생명을 가꾸는 행위에 가까운 것으로 해석된다.

김동석 개인전 '우공이산의 꿈'-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김동석 개인전 '우공이산의 꿈'-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김동석 개인전 '우공이산의 꿈'-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김동석 개인전 '우공이산의 꿈'-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점으로 돌아가다
작가는 최근 작업의 중심을 점에서 찾고 있다. 점으로부터의 성찰과 사유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다시 기본 단위로 돌아가 본질을 탐색하는 중이다. 그는 이를 “30년 작업의 재정립 과정”이라 설명하며, 앞으로도 고민과 실험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석 개인전 '우공이산의 꿈'-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김동석 개인전 '우공이산의 꿈'-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김동석 개인전 '우공이산의 꿈'-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김동석 개인전 '우공이산의 꿈'-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작가 소개
김동석 작가는 추계예술대학교 서양화과,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를 졸업했고,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활동해 왔다. 최근 작업실을 양평으로 옮기며 새로운 환경 속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개인전 31회, 국내외 아트페어 39회, 단체전 600여 회 참가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으며, 여러 대학의 외래교수, 미술협회 집행부 등을 역임했다.

김동석 개인전 '우공이산의 꿈'-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김동석 개인전 '우공이산의 꿈'-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씨앗에서 우공이산까지
김동석의 회화는 생명과 자연, 존재의 근원을 향한 긴 여정을 담고 있다. 씨앗의 강인함, 어머니의 땅, 한글의 과학성, 생명의 흐름, 그리고 스스로 흔들림을 붙잡게 한 우공이산의 정신까지. 이번 전시는 그가 걸어온 30년의 궤적을 압축한 하나의 기록이자, 앞으로 이어질 작업의 출발점처럼 느껴진다.

우직함과 사유가 만나는 그의 화면은 오늘도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그리고 씨앗처럼 또 다른 생명의 이야기를 품고 자라날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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