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영국 현대미술가 네이단 콜리(Nathan Coley)가 다시 한국을 찾았다. 더페이지갤러리는 2025년 11월 20일부터 2026년 1월 30일까지 콜리의 개인전 ‘모든 가능한 세계(All Possible Worlds)’를 개최하며, 그의 대표 작업인 라이트 박스 신작 9점을 국내 최초로 선보인다. 2023년 이후 2년 만의 한국 개인전이다.
네이단 콜리는 대형 텍스트 조명 작업을 통해 도시, 장소, 신념, 공동체를 둘러싼 사회적 의미를 탐구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최소한의 문장과 빛을 이용해 공간을 시적 언어로 전환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장소와 그 안의 인간 관계를 재해석하도록 이끈다.
그의 작품이 건축적 구조물처럼 보이면서도 일종의 상징적 기호로 읽히는 이유는 바로 ‘빛과 문장’이라는 가장 단순한 매체를 통해 사회적 상상력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 콜리는 ‘엘도라도(Eldorado)’—전설 속 황금의 땅, 절대적 이상향—이라는 오래된 신화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구성한다. 신작 라이트 박스에는 엘도라도를 둘러싼 다양한 문구와 함축적 구절이 등장하며, 그 문장들은 하나의 유토피아적 풍경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낸다.
빛나는 문장들 사이에서 우리는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과연 ‘엘도라도’는 존재하는가?
혹은 인간이 끊임없이 추구하는 이상은 또 하나의 허상인가?
그리고 그 이상향을 향한 꿈은 오늘 우리의 현실과 어떻게 교차하는가?
콜리의 작업은 이러한 질문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문장과 빛으로 열린 사유의 공간을 제공한다. 관람자는 문장과 공간 사이를 오가며 스스로의 경험 속 ‘가능한 세계’를 떠올리게 된다. 이상과 현실, 개인과 사회, 장소와 기억을 잇는 콜리의 미학은 이번 전시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전시는 더페이지 WEST에서 진행되며, 11월 20일 오후 5시 오프닝 리셉션으로 문을 연다. 빛과 문장으로 구축된 유토피아적 상상 세계 속으로 관람객을 초대하는 이번 전시는 겨울의 시작을 앞둔 시점에서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