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개인전 ‘멸치, 天·地·人의 경계를 잇다’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1층 그랜드관에서는 2025년 11월 19일부터 24일까지 독창적 작업 세계를 구축해온 채수평 작가의 스물세 번째 개인전 ‘멸치, 天·地·人의 경계를 잇다’가 열리고 있다. 작가는 멸치를 소재로 작업하는 독보적 화가로 알려져 있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멸치를 통해 ‘하늘·땅·사람’을 연결하는 존재론적 메시지를 제시한다.

채수평 작가-사진제공 김한정 기자
채수평 작가-사진제공 김한정 기자

멸치와 작가의 만남, 존재를 비추는 거울
채수평 작가에게 멸치는 단순한 ‘바다 생물’이 아니다. 여수 작업실에서 우연히 마주한 멸치에서 “나와 비슷한 생명 감각, 비슷한 환경을 견디며 살아가는 또 하나의 나”를 보았다고 그는 말한다. 작가에게 멸치는 ‘소시민적 삶의 상징’이며, 바다 속에서 서로의 간격을 조율하며 흐르는 멸치떼의 움직임은 곧 ‘인간 삶의 양상’으로 확장된다.

그는 “멸치는 무질서하게 보이지만 사실 규칙과 질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도 사고와 환경은 달라도 결국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갑니다.”라고 설명한다. 즉, 멸치는 작가가 자신을 투영하는 매개이자, 인간·우주·자연의 경계를 탐구하는 철학적 존재가 된다.

259×193.9cm Mixed media on Canvas-사진제공 김한정 기자
259×193.9cm Mixed media on Canvas-사진제공 김한정 기자
45×45cm Mixed media on Canvas-사진제공 김한정 기자
45×45cm Mixed media on Canvas-사진제공 김한정 기자

천·지·인의 경계-우주와 바다, 그리고 인간 마음의 깊이
전시 주제 ‘天·地·人’은 작가가 오랫동안 붙잡아온 화두다. 그는 물속의 바다, 머리 위의 우주, 마음속 내면의 세계가 결국 구조적으로 닮아있다고 말한다.

“우주의 모습도, 바다의 모습도, 인간 마음속의 우주도 닮아 있습니다. 작품을 보면서 ‘내 마음의 방향은 어디인가’ 생각해본다면 그 자체가 의미 있는 관람이 될 것입니다.”

그의 작품 속에서 멸치는 단순한 생물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반짝이며 서로의 자리를 만드는 작은 별빛 같은 존재다. 작가는 멸치의 눈빛을 화면 곳곳에 숨겨 넣고, 빛이 켜질 때와 꺼질 때 전혀 다른 반짝임을 드러내도록 설계했다. 그 반짝임은 관람객의 시각을 붙잡는 동시에, ‘인간의 내면적 우주’를 향해 질문을 건넨다.

45×45cm Mixed media on Canvas-사진제공 김한정 기자
45×45cm Mixed media on Canvas-사진제공 김한정 기자
182×227cm Mixed media on Canvas-사진제공 김한정 기자
182×227cm Mixed media on Canvas-사진제공 김한정 기자

보이지 않는 것을 그리는 화가
채수평 작가의 작업은 정밀한 공정과 높은 집중력을 요구한다. 작품 내부의 거의 모든 층을 작업한 뒤 마지막에 멸치를 덧입히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이 과정에서 완성된 세부 묘사가 화면 안에 깊숙이 숨어버리기도 한다.

그는 “많은 것을 표현하고 싶지만 절제가 필요합니다. 드러나지 않는 부분까지도 내 작업의 정신이 담겨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숨겨진 내면의 세계를 품은 그의 작품은 가까이에서 보면 미시적 질감이 드러나고, 멀리서 보면 거대한 흐름으로 읽히는 이중의 구조를 가진다.

116.8×80.3cm Mixed media on Canvas-사진제공 김한정 기자
116.8×80.3cm Mixed media on Canvas-사진제공 김한정 기자
90.9×65.1cm Mixed media on Canvas-사진제공 김한정 기자
90.9×65.1cm Mixed media on Canvas-사진제공 김한정 기자

작가 인생의 전환점-멸치를 만난 순간
작가는 멸치를 만나기 전까지 자신만의 소재를 찾기 위한 오랜 갈등과 방황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멸치를 주제로 삼은 이후 모든 작업이 제자리를 찾았다.

“멸치를 어떻게 예술로 승화시킬지 수없이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내 상상력과 감정을 멸치에 담는다면 분명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멸치는 작가의 예술적 방향성을 결정지은 결정적 소재가 되었고, 이후 그의 회화는 완전히 새로운 환경 속에서 확장하기 시작했다.

90.9×60.6cm Mixed media on Canvas-사진제공 김한정 기자
90.9×60.6cm Mixed media on Canvas-사진제공 김한정 기자
150×150cm Mixed media on Canvas-사진제공 김한정 기자
150×150cm Mixed media on Canvas-사진제공 김한정 기자
90.9×72.7cm Mixed media on Canvas-사진제공 김한정 기자
90.9×72.7cm Mixed media on Canvas-사진제공 김한정 기자

슬럼프도 작업의 일부
채수평 작가는 슬럼프를 “작가의 또 다른 덕목”이라 말한다.
“슬럼프는 억지로 이길 수 없습니다. 삶의 일부라 생각하고 묵묵히 견디면 자연스럽게 지나갑니다.”

그의 답변은 60세가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실험과 도전을 멈추지 않는 작가의 태도를 잘 보여준다.

-사진제공 김한정 기자
-사진제공 김한정 기자

여수에서 피어난 예술, 멸치와 함께 살아가는 삶
서울에서 작업하던 그는 여수에서 운명처럼 인연을 만나 터전을 옮겼다. 그리고 그곳에서 멸치를 만났고, 인생의 새로운 서사가 펼쳐졌다.

“멸치가 곧 나다. 나는 멸치다.”
그의 이 말에는 소박하고 정직한 삶을 예술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진심이 담겨 있다. 멸치를 통해 세계를 밝히고 싶다는 작가의 소망은 그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다.

채수평, 멸치로 우주를 말하다-‘멸치, 天·地·人의 경계를 잇다’-사진제공 김한정 기자
채수평, 멸치로 우주를 말하다-‘멸치, 天·地·人의 경계를 잇다’-사진제공 김한정 기자

결론-가장 작은 존재로 가장 큰 우주를 그리다
채수평의 ‘멸치’는 단순한 소재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군중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는 인간의 초상이며, 보잘것없는 존재도 우주적 의미를 품을 수 있음을 말하는 철학적 선언이다.

멸치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인간의 마음, 자연의 질서, 우주의 흐름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진다.

그는 말한다. “멸치는 작은 생명 같지만, 그 속엔 우주가 담겨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작은 존재의 의미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깊은 울림을 남기며, 채수평 작가만의 독창적 회화 세계를 다시금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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