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강을 건너 자연의 시간을 그리다, 인사동 올갤러리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서울 인사동 올갤러리에 잔잔한 바람이 스며들던 2025년 11월 19일 오후 4시. 서정화가 이황(Lee Hwang)의 개인전 ‘추억 속의 자연’ 개막식이 조용히, 그러나 깊은 울림으로 열렸다.

권우숭 조각분과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내빈 소개에서 시작하여, 이황 화가의 작품 기증식, (사)전업미술가협회 신제남 이사장의 축사, 그리고 지인들의 진심 어린 축사가 이어졌다.

마지막 단체 사진 촬영까지, 개막식은 마치 오래된 정거장에서 ‘그리움’이라는 이름의 기차가 출발하는 순간처럼 고요하고 깊게 흘렀다.

이황 작가-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황 작가-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신제남 이사장-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신제남 이사장-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사회자 권우숭 조각분과 위원장-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사회자 권우숭 조각분과 위원장-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지인 축사-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지인 축사-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작품 기증식-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작품 기증식-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황 화가, ‘추억 속의 자연’展 개막식-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황 화가, ‘추억 속의 자연’展 개막식-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추억 속 자연”-사라진 풍경을 되살리는 시간의 회화
이황 화가의 작품 앞에 서면, 어느새 우리는 과거 어느 계절 한가운데에 서 있다.
강가를 따라 걸리던 바람의 결, 한 철 어부의 손마디에 배어 있던 세월, 황혼을 건너던 시외버스 창밖으로 지나가던 들녘의 먼 풍경, 그는 그 순간들을 화폭 위로 다시 불러내며 말한다.

“내 그림은 자연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자연 속에서 내가 지나온 마음의 길을 그리는 것입니다.”

그의 화면은 화려하지 않다. 대신 은은한 빛과 잔잔한 정서, 색조 속에 녹아든 ‘느림의 언어’가 관람객을 사로잡는다.
작품 속 강물은 멈춰 있지만, 그 고요는 수많은 이야기를 흘려보내고 있다.
강을 건너는 나룻배의 작은 흔들림, 갈대와 들꽃의 미세한 떨림, 하늘 위로 천천히 떠오르는 새들의 궤적까지…

이황 화가는 자연을 배경이 아닌 ‘감정의 지형’으로 다룬다.
그가 그리는 풍경은 특정 지명이 아니라 존재의 근원, 마음의 고향이다.

이황 화가, ‘추억 속의 자연’展 개막식-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황 화가, ‘추억 속의 자연’展 개막식-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황 화가, ‘추억 속의 자연’展 개막식-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황 화가, ‘추억 속의 자연’展 개막식-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황 화가, ‘추억 속의 자연’展 개막식-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황 화가, ‘추억 속의 자연’展 개막식-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작가노트: 자연은 인간의 기억을 되돌려주는 시간의 거울
이황 화가는 이번 전시를 앞두고 자신의 예술적 여정을 이렇게 적었다.

“고향이 그리운 사람에게 길은 늘 그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길 위에는 희로애락이 스며 있고, 그 길에서 나는 사람들의 진솔한 마음을 읽고 싶었습니다.”

그는 자연을 ‘인내와 용서와 편안함’의 공간으로 말한다.
사람들은 자연 앞에서 본래의 얼굴로 돌아오고, 서로를 이웃처럼 대하게 되는 이유도 자연이 가진 일체감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어 ‘양수리 강변에서’라는 말로 시작하는 그의 글은 더욱 인상적이다.

“세월이 가면 우리는 그리워하는 것들을 기다리게 됩니다.
그림 속 풍경은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서 다시 살아난 또 하나의 추억입니다.”

이황의 언어는 참朴하다.
그의 그림처럼 꾸밈이 없고, 오랜 시간을 건너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이가 있다.

이황 화가, ‘추억 속의 자연’展 개막식-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황 화가, ‘추억 속의 자연’展 개막식-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황 화가, ‘추억 속의 자연’展 개막식-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황 화가, ‘추억 속의 자연’展 개막식-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기억의 강을 건너는 화가-인생은 결국 ‘추억 만들기’
주목할 점은 그의 풍경이 실제 장소의 기록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현실을 모사하지 않고, 기억 속에 저장된 장면들을 조합해 새로운 풍경을 만든다.
그 풍경은 ‘누구에게나 낯설지 않은 장면’이 되어 관람객의 추억을 건드린다.

빈 나룻배, 먼 언덕의 미루나무, 저녁 연기가 피어오르는 초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그리고 강 위의 느릿한 배, 이 모든 장면은 작가 자신의 경험이면서, 동시에 관람객 모두의 마음속 기억이 된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우리가 잊고 지내던 어떤 계절의 냄새가 되살아난다.
소박한 삶의 기쁨, 사라져가는 농촌 풍광, 그리고 자연이 사람에게 허락하는 위로 같은 것들.

이황 화가, ‘추억 속의 자연’展 개막식-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황 화가, ‘추억 속의 자연’展 개막식-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황 화가, ‘추억 속의 자연’展 개막식-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황 화가, ‘추억 속의 자연’展 개막식-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황 화가, ‘추억 속의 자연’展 개막식-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황 화가, ‘추억 속의 자연’展 개막식-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작가의 삶 – 변화의 시대를 살아낸 ‘기억의 화가’
이황 작가는 일본에서 태어나 두 살 무렵 서울로 돌아왔다.
한국전쟁 직후의 피폐함, 산업화의 격랑, 도시의 확장 속에서도 그는 늘 “자연은 인간을 정직하게 만드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60년이 넘는 창작 활동 동안 그는 자연의 순수성을 잃지 않으려 했고,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화폭 위에서 가장 순백한 언어로 기록해 왔다.

그의 삶과 작품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세상은 변해도 자연을 그리는 마음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이황 화가, ‘추억 속의 자연’展 개막식-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황 화가, ‘추억 속의 자연’展 개막식-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황 화가, ‘추억 속의 자연’展 개막식-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황 화가, ‘추억 속의 자연’展 개막식-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황 화가, ‘추억 속의 자연’展 개막식-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황 화가, ‘추억 속의 자연’展 개막식-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전시의 의미-자연으로 돌아가는 한국적 서정의 복원
‘추억 속의 자연’전은 단순히 서정적 풍경을 감상하는 자리가 아니다.
도시의 속도에 익숙해진 현대인이 잃어버린 감각을 되돌려주는 길, 기억의 강을 따라 고향으로 돌아가는 시간의 여행이다.

이황의 회화는 한국적 서정의 본질을 지키며, 자연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원초적 위안을 다시 상기시킨다.

작가 약력 요약
• 개인전 20회
• 국내·해외 단체전 및 초대전 520여 회
• 아시아불교미술대상전 대상(1986)
• 송파미술인상(2010·2015·2020)
• 한국미술진흥원 초대작가상(2022)
• 소장처: 대한상공회의소, 서울아산병원, 대한체육회, 삼성생명 등
• 35년간 문화센터 강사로 후학 양성
• 한국미술협회 고문, 한국전업미술가협회 고문 등 다수 고문 활동 중

이황 화가, ‘추억 속의 자연’展 개막식-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이황 화가, ‘추억 속의 자연’展 개막식-사진촬영 김한정 기자

전시 개요
전시명: 추억 속의 자연
작가: 이황 (Lee Hwang)
기간: 2025년 11월 19일 ~ 11월 25일
장소: 서울 종로구 인사동, 올갤러리

 

저작권자 © 아트코리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