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예술을 일상으로 끌어올린 지역 창작 생태계의 힘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안산 성포동 롯데시네마 4층, 도시의 일상적 흐름이 스치는 자리에서 뜻밖의 전시가 열린다. 2025년 11월 20일부터 12월 3일까지 MH갤러리(대표 김규리)가 준비한 안산 환경 미술협회 대표 작가 33인 특별초대전 ‘홍도를 품다’다. 이름 그대로 한 시대를 대표한 김홍도의 정신을 오늘의 생활 예술로 다시 꺼내어 되묻는 전시다.

고미경-樂  35 x 50cm  은행나무-사진제공 MH Gallery
고미경-樂  35 x 50cm  은행나무-사진제공 MH Gallery
김미정-하늘정원  45 x 58cm 한지호분-사진제공 MH Gallery
김미정-하늘정원  45 x 58cm 한지호분-사진제공 MH Gallery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대부분 생업을 병행하는 생활 작가들이다. 낮에는 일터에서, 밤이나 주말에는 작업실에서 창작을 이어가는 이들이다. 이들은 “예술은 특별한 공간에서만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피어난다”는 신념을 공유한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이번 전시가 현실적 울림을 가진다.

안산환경미협은 지역 기반 비영리 단체로, 화려한 후원이나 제도권 시스템 없이 오롯이 ‘작가들의 자발성’으로 유지되어 왔다. 협회는 창립 초기부터 지역 환경, 생활, 공동체에 대한 시선을 예술로 번역하는 작업에 주력해 왔으며, 회장 심현숙은 이번 전시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박미선-HAPPY 40.9 x 31.8cm  Oil on canvas-사진제공 MH Gallery
박미선-HAPPY 40.9 x 31.8cm  Oil on canvas-사진제공 MH Gallery
성지민-Beautiful Life  Oil on canvas, 40.9 x 53.0cm-사진제공 MH Gallery
성지민-Beautiful Life  Oil on canvas, 40.9 x 53.0cm-사진제공 MH Gallery

“롯데마트라는 일상적 공간에서의 전시는 단순한 작품 전시가 아니라 예술과 생활이 자연스럽게 맞닿는 작은 실험입니다. 생활공간 속 예술, 바로 김홍도의 정신과도 이어집니다.”
MH갤러리 김규리 대표 역시 이번 전시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제시한다.

“지역 작가들이 자신의 작업에 자부심을 갖고 시민들과 한 걸음 더 가까워지길 바랍니다. 예술이 거창한 상징이 아니라 일상에서 경험되는 문화가 되길 바랍니다.”

전시명 ‘홍도를 품다’는 단순한 오마주가 아니다. 김홍도가 살았던 조선 후기에서 오늘의 안산까지, 시대는 달라졌지만 한국 미술의 뿌리는 늘 ‘생활의 현장’에 있었다. 김홍도가 서민의 삶을 그렸듯, 이번 전시에서 작가들은 도시와 자연, 생업과 창작, 생활 속 풍경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한다.

심현숙-별빛 280 x 330mm 백자 산화 소성-사진제공 MH Gallery
심현숙-별빛 280 x 330mm 백자 산화 소성-사진제공 MH Gallery
정혜순-소녀  30.0 x 22cm  Oil on canvas-사진제공 MH Gallery
정혜순-소녀  30.0 x 22cm  Oil on canvas-사진제공 MH Gallery

33인의 화풍은 다양하다. 한국화, 서양화, 설치, 조형, 사진 등 장르의 폭이 넓고, 개별 작가들의 색채와 미감도 뚜렷하다. 그러나 그 이질적인 개별성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중심축이 있다. 바로 ‘생활 속 예술’이라는 태도다. 작가들은 일상의 소소한 풍경, 반복되는 일과, 도시의 움직임, 자연의 감정을 작품으로 옮기며, 그것이 곧 지역 예술 생태계의 가장 중요한 뿌리가 된다.

전시가 대형 백화점과 연결된 공간에서 열리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전시장은 더 이상 ‘미술관 안의 미술’에 머물지 않는다. 시민들은 장을 보러 온 길에 우연히 작품을 마주하고, 작가들은 그 무심한 스침 속에서 새로운 관객을 만난다. 이는 최근 국내외 미술계가 강조하는 ‘퍼블릭 아트 플랫폼’의 흐름과도 이어진다.

조호연-산책을 하다  45.5 x 33.4cm 광목 아크릴-사진제공 MH Gallery
조호연-산책을 하다  45.5 x 33.4cm 광목 아크릴-사진제공 MH Gallery
한인순-나의 시간  40 x 60cm 판화(monotype)-사진제공 MH Gallery
한인순-나의 시간  40 x 60cm 판화(monotype)-사진제공 MH Gallery

이번 특별초대전은 단순한 지역 전시가 아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생활 작가들이 어떻게 자신만의 창작 세계를 지켜내고, 그것을 도심의 일상적 공간에서 어떻게 시민들과 연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문화적 실험이다.

그리고 이 실험은 안산이라는 지역을 넘어, 한국 지역 미술 생태계가 가진 가능성과 미래의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안산 환경 미협 대표 작가 33인, ‘홍도를 품다’-사진제공 MH Gallery
안산 환경 미협 대표 작가 33인, ‘홍도를 품다’-사진제공 MH Gallery
안산 환경 미협 대표 작가 33인, ‘홍도를 품다’-사진제공 MH Gallery
안산 환경 미협 대표 작가 33인, ‘홍도를 품다’-사진제공 MH Gallery

김홍도는 당시의 사람들 곁에서 그림을 그렸다.
안산의 33인 작가는 오늘의 도시에서 그 정신을 다시 이어간다.
‘홍도를 품다’는 바로 그 연결의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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