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카라스갤러리에서는 12월 2일부터 12월 30일까지 황혜정 개인전 Raw Bodies가 열린다. 나의 두 마리 몸들은 너의 머리 하나보다 강하다'라는 부제로 소개되는 이번 전시는 ‘털작가’로 불리는 황혜정의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이자, 지난 10년간의 작업 세계가 응축된 신작과 협업 프로젝트가 함께 소개되는 중요한 전시다.
황혜정의 작업은 언제나 ‘몸’에서 출발한다. 그의 화면 속 인물들은 머리가 없다. 대신 커다란 몸이 등장한다. 머리는 사라지고 몸이 남았을 때, 인간의 존재는 어디로 향하는가. 작가는 그 질문을 ‘촉각’과 ‘털’이라는 감각적 언어로 풀어낸다. 그의 몸둥아리들은 사고의 구조를 벗어나 본능과 리듬, 그리고 감정의 떨림으로만 움직인다. 머리보다 몸으로, 이성보다 감각으로 살아가는 생명력. 황혜정은 그 원초적인 순간을 탁월한 형상화로 드러낸다.
털은 그의 조형 언어에서 가장 중요한 매개다. 인간의 일상에 불쑥 스며드는 동물성, 그리고 문명과 본능을 가르는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촉각의 기호. 털은 무거운 흔적이 아니라 해방의 신호이며, 삶의 깊은 곳에서 피어나는 생명성의 진동이다. 황혜정의 회화가 ‘보는 그림’을 넘어 ‘감각하는 화면’으로 확장되는 이유다.
이번 전시는 회화뿐 아니라 설치와 미디어 아트가 함께 구성되며, 관객이 직접 공간 속에서 몸과 촉각의 세계를 경험하도록 설계되었다. 카라스갤러리의 공간은 촉각, 시각, 리듬이 교차하는 하나의 감각의 장으로 전환된다.
협업 프로젝트 또한 주목할 지점이다. 싱어송라이터 Wony와 모션그래픽 아티스트 Raphic이 참여한 AMM 프로젝트는 음악과 움직임이 결합된 미디어 작품으로, 황혜정이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감각의 세계를 확장한다. 글로벌 영상 제작사 Zanybros와의 협업작 몸 두 마리는 머리 하나보다 강하다 역시 이번 전시의 핵심 축이다. 털로 뒤덮인 몸과 쟈니브로스의 창작 철학이 연결되며, 감각의 생명체가 하나의 조형물로 탄생한다.
작가에게 몸은 비주류의 자리, 즉 이성 중심의 세계에서 밀려난 감각의 공간이다. 그러나 그는 바로 그 감각을 통해 존재의 단단함을 증명한다. 느리지만, 불완전하지만, 오히려 그 결함 속에서 살아 있는 몸은 강해진다. 황혜정은 회화와 설치, 음악과 영상이 만나는 지점을 통해 새로운 감각의 언어를 구축하며 그 가능성을 더욱 확장하고 있다.
황혜정은 홍익대학교에서 섬유미술과 패션을 전공하고 영국 Royal College of Art에서 텍스타일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내외 페어에서 완판 기록을 세우며 국제적으로 주목받았고, 드로잉부터 회화·설치·디자인·미디어 프로젝트까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활동을 이어 왔다.
이번 개인전 Raw Bodies는 그가 지난 10년 동안 구축해온 독자적 조형 세계를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자리이다.
머리보다 몸이 강해지는 순간. 황혜정의 작업은 그 진실을 정직하게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