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발품, 한반도 삶의 기록문화로 자리 잡다
12월 16일 류가헌에서 열 번째 전시 개최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사진모임 닷클럽이 10년 동안 전국을 기록해 온 장기 프로젝트 ‘팔도여담’의 완결판이 오는 12월 16일부터 서울 류가헌에서 열린다. 단순한 지역 기록을 넘어, 우리 땅에서 사라져가는 풍경과 사람살이의 흔적을 담아온 이 프로젝트는 이제 하나의 고유명사로 자리 잡았다.
‘팔도여담’은 2015년 8월 스무 명의 사진가가 모여 시작된 작업이다. 매달 한 번, 면 단위의 지역을 직접 찾아 현지의 삶과 풍경을 기록해왔으며, 매년 연말이면 해당 지역의 기록을 사진집과 전시로 발표해왔다. 경북을 시작으로 강원·제주, 전북, 충북, 대전·세종·충남, 광주·전남, 부산·울산·경남, 경기, 서울·인천까지 10년의 여정은 코로나 시기에도 멈추지 않았다.
올해 전시는 각 작가가 자신이 선택해온 주제의 전국적 보완 촬영을 더해 완성도를 높였으며, 최종 6인의 참여작가가 한 권씩 제작한 개인 사진집을 상자 형태로 묶어 공개한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사진전이 아니라, 변화하는 한국 사회의 생활사 기록이자 사라져가는 시골의 시간, 흔적, 풍경을 응축한 문화 아카이브에 가깝다.
여섯 명의 사진가, 여섯 개의 시선
이번 ‘팔도여담 전국 편’은 다음 여섯 명의 작가가 10년 동안 꾸준히 축적한 주제를 바탕으로 한다.
백낙길은 전국 시골 마을의 낡은 대문을 기록했다. 녹슬고 닳은 대문들은 집과 마을의 역사, 삶의 흔적을 품고 있다. 사람들의 체취가 스며 있고 만남과 헤어짐이 오갔던 그 문들은 이제 독거노인의 집이나 폐가에서 겨우 남아 세월의 자리를 증명한다.
석정은 관광지에서 사람들이 남기는 ‘사적 퍼포먼스’를 관심 있게 바라본다. 꽃과 구조물이 설치된 계절의 무대 위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몸짓으로 존재를 기록한다. 화면 속에 오래 머무는 이미지는 시대의 또 다른 풍경이 된다.
윤길중은 전국의 시골 마을을 다니며 ‘꼬부랑 할매’들의 삶을 담아왔다. 허리 굽은 노인의 몸짓, 화려한 옷차림, 보행기에 의지한 일상, 그리고 그 따뜻한 환대는 한 세대의 시간을 오롯이 품고 있다. 그는 “사라짐을 찍으려 했지만 결국 남아 있는 것을 찍고 있었다”고 기록한다.
이순자는 용도를 잃고 방치된 장독대를 촬영했다. 냉장고가 보급되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장독대는 사라져갔고, 빈집들의 뒤안길에서 잡초에 묻히며 흔적만 남았다. 그는 장독대를 가족을 닮은 존재라 말하며, 세월이 남긴 시간의 조형을 담담히 보여준다.
임경희는 낡은 간판을 통해 지방소멸의 현실을 기록한다. 글자가 흐려지고 기능을 잃은 간판은 어느 순간 자신의 노년기와 맞닿아 있었다고 말한다. 허물어진 건물과 삭아버린 간판은 오랜 시간 버티고 있는 생존의 흔적이며, 그 자체로 지역의 초상이다.
지수연은 빈집을 찍었다. 기울어진 기둥, 바람이 드나드는 창문 틈, 남겨진 그릇 하나까지, 집은 사람의 부재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는 시간을 담고 있다. 그는 “허물어지는 집을 찍다 보니 나의 시간도 조용히 허물어지고 있었다”고 말한다.
완주가 만든 기록문화
닷클럽은 매달 1박 2일, 혹은 2박 3일의 촬영을 10년 동안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중도 이탈자도 많았지만 끝까지 이어간 6명의 작가는 각자의 방식으로 한국 사회가 겪어온 변화의 흐름을 기록했다. 이 과정은 단순한 사진 활동을 넘어, 지역에 대한 존중, 사람에 대한 경의, 기록의 의미를 되새기는 집요한 여정이었다.
류가헌 박미경 관장의 서문과 아네스 박 감독이 만든 사진집 디자인은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높였고, 석재현 선생의 조언 역시 큰 힘이 되었다고 닷클럽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사라진 것을 기록해 남아 있게 하다
‘팔도여담_전국 편’은 단순히 10년을 정리하는 전시가 아니라, 지방소멸과 고령화, 도시·농촌의 격차, 세대 간 단절 등 한국 사회의 변화를 사진이라는 언어로 보여주는 귀한 자료다.
사라지는 풍경을 찍었지만, 그 사진들은 결국 남아 있게 될 기록이다. 그리고 그 기록은 다음 세대가 ‘우리 땅의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는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이어질 것이다.
전시는 류가헌 2관에서 12월 16일부터 1주일간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