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비Bea' 통합 포스터. 제공  크리에이티브 석영
연극 '비Bea' 통합 포스터. 제공 크리에이티브 석영

[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스스로 생을 마감할 권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누구나 삶을 살아감에 있어 자신이 추구하는 자유와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듯이 죽음을 앞둔 아니 죽어야 할 삶의 경계선에 선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권리란 과연 존재할까.

 

연극 '비Bea'에는 '안락사'가 등장한다. 사전적 의미로는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불치의 환자에 대하여, 본인 또는 가족의 요구에 따라 고통이 적은 방법으로 생명을 단축하는 행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으로 이에 따른 위법성에 관한 법적 문제가 야기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존엄성 있는 죽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이목을 끌고 있다. 최근 국내 첫 안락사 헌법소원심판 청구와 네덜란드 전 총리 부부의 동반 안락사 등으로 국내외에서 '웰다잉'이 화두로 떠오르는 가운데 연극 '비Bea'는 시의성 있는 작품으로 주목 받고 있어 많은 관객들에게 의미 있는 시간을 선사했다. 

 

5년 만에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연극 '비Bea'는 지난 2월 17일부터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관객들을 맞고 있다. 연극 '비Bea'는 안락사를 선택함으로써 진정한 자유를 얻으려는 젊은 여성 비와 딸의 선택이 혼란스러운 엄마 캐서린, 탁월한 공감 능력을 가진 간병인 레이의 관계를 통해 공감과 한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존엄, 죽음, 공감 등 결코 쉽지 않은 주제를 밝고 경쾌하게 풀어냄으로써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선사하는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극 '비Bea'는 한정된 극장에서의 공연뿐만 아니라 보다 현실적인 시선으로 시민들과의 접근을 위해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몰 라이브 플라자에서 공감 토크 콘서트를 진행했다.

 

연극 '비Bea' 공감 토크 콘서트(사진 왼쪽부터 김세환-김주연-강명주-방은진-이지혜) 2024.03.0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연극 '비Bea' 공감 토크 콘서트(사진 왼쪽부터 김세환-김주연-강명주-방은진-이지혜) 2024.03.0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이날 연극 '비Bea' 공감 토크 콘서트에는 주연 배우인 방은진, 강명주, 김주연, 이지혜, 강기둥, 김세환까지 여섯 배우가 모두 참석해 각자 극중 장면 낭독과 함께 비하인드 토크, 질의응답, 팬사인회까지 약 2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연극 '비Bea'에서는 세 명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누구보다 비(Bea)를 사랑하지만 혼자 감당하기 힘든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예민해진 엄마 캐서린(Katherine) 역에는 방은진, 강명주 정확한 병명도 모른 채 만성 체력 저하증으로 8년째 침대 생활을 하고 있지만 누구보다 씩씩한 내면을 가진 비(Bea) 역에는 김주연, 이지혜 비(Bea)의 간병인이자, 탁월한 공감능력을 가진 레이(Ray) 역에는 강기둥과 김세환이 연기한다.

 

연극 '비Bea'를 관통하는 묵직한 메시지는 안락사를 통한 존엄한 죽음 그 과정에 '공감'이라는 핵심적인 키워드가 존재한다. '공감'이란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 또는 그렇게 느끼는 기분를 말한다. 

 

엄마 캐서린과 비는 모녀 사이로 비가 방안 침실에서 보낸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성으로 간호를 해 왔지만 그 역시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고 활동하기에 간호는 퇴근 후 저녁 시간에 집중된다. 그 비는 낮시간에는 간병인을 고용해 왔고 레이라는 첫 남자 간병인으로 인해 캐서린, 비, 레이 사이에는 은밀한 긴장감과 함께 '공감'이라는 새로운 관계가 형성된다.

 

이날 토크 콘서트도 '공감'과 '안락사'라는 주제로 배우들의 장면 낭독과 비하인드 토크로 진행됐다.

 

연극 '비Bea' 공감 토크 콘서트(캐서린 역 강명주) 2024.03.0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연극 '비Bea' 공감 토크 콘서트(캐서린 역 강명주) 2024.03.0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캐서린역의 강명주는 '공감'이라는 해석에 대해 "누군가에게 공감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 대상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공감을 한다면 그 죽음보다 고통의 삶을 낫게 해주지 않았을까. 그런 의미에서 한계가 있고 지금 당장 공감이 어렵다면 바라보고 시간을 가지고 공감한다면 누군가의 삶을 낫게 하지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공감'의 키워드를 놓칠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극중 캐서린이 비에 대해 (비록 엄마지만) 무지해서 말도 못하게 사랑하는 엄마의 딸의 관계지만 서로 말하지 못해 알지 못해서 나오는 무지라 처음에는 비의 선택을 받아 들이지 못하지만 결국 레이가 떠나고 난 후 비의 진정성을 이해하고 그의 결정을 존중해 주는 결정을 하게 된 것"이라며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연극 '비Bea' 공감 토크 콘서트(캐서린 역 방은진) 2024.03.0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연극 '비Bea' 공감 토크 콘서트(캐서린 역 방은진) 2024.03.0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같은 캐릭터로 연기하고 있는 방은진도 비 역을 맡은 배우 김주연의 장면 낭독 이후 "지금 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는데 여기와서 딸 역의 김주연 배우가 낭독하는 것을 듣고 있으니 가슴이 후벼파지는 느낌이다. 연습 과정과 공연에도 매일같이 눈물을 흘리는데 또 들으니 눈물이 난다"면서 "캐서린을 생각해 보면 이들간의 관계에서 '죽음'과 '공감'이 있지만 애초에 이야기의단초는 죽음을 원하는 딸이 엄마에게 편지를 쓰고 전달하고 이에 대한 답장을 받는 것으로 논리적으로 보면 견딜 수 없을 상황이다. (처음) 이 역할을 맡았을 때 거부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엄마가 딸이 죽는 것에 동조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이것 밖에 없다"라며 숭고한 죽음에 대한 공감 능력을 보여줬다. 

 

'비Bea' 공감 토크 콘서트(비 역 이지혜) 2024.03.0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비Bea' 공감 토크 콘서트(비 역 이지혜) 2024.03.0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연극에서 가장 공감가는 말로 '공감의 한계를 느끼기 위한 공감'이란 것에 대해 이지혜는 "공감에는 한계가 있다. 다들 아시겠지만 나는 너가 아니고 너 또한 내가 아니라 같은 상황을 겉도는 그런 느낌을 연극 '비Bea'에서는 '마음 맹인'이라고 표현한다. 즉 내가 직접 겪어보지 못하기에 타인의 아픔과 슬픔을 충분히 공감하지 못한다는 건데. 사실 타인의 생각이나 감정, 기분을 다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런 한계를 인정하고 그 한계를 넘어서며 공감하고자 하는 노력이 숭고하게 다가온다"고 했다.

 

공연에서 가장 이슈가 될 수 있는 장면을 꼽자면 비와 캐서린, 그리고 레이가 파티 복장에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며 신나게 춤을 추며 비의 생일 파티를 하는 장면일 것이다. 이 장면에서 비 역을 맡은 김주연, 이지혜 배우는 온몸으로 자유와 행복을 표현하여, 비의 내적 자아가 상상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재연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장면 그 자체야 누구나 할수 있는 생일 파티 그 이상은 아니지만 이후 캐서린이 레이에게 던지는 대사 자체가 캐서린의 캐릭터 정체성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간병인 면접에서 내건 첫 번째 조건 음행에 관한 룰을 스스로 깨며 파격적인 대사를 전달한다. (나에게도 기회를 줄 수 있겠냐고) 

 

이전 장면에서 비는 레이에게 잠자리를 하고 싶다고 직설적으로 내던진다. (처음이자 마지막 섹스가 8년 전이라고 스스로 밝혔기에) 물론 당황한 레이는 이 요구를 정중히 거절하지만 엄마 캐서린 또한 이 같은 요구를 하자 레이는 자기는 동성애자(게이)라고 밝힌다. 비가 동성애자라고 할때는 펄떡 뛰며 이성애자라고 했던 레이가 이 상황에서는 동성애자임을 커밍 아웃한다. 

 

연극 '비Bea' 공감 토크 콘서트(레이 역 김세환) 2024.03.0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연극 '비Bea' 공감 토크 콘서트(레이 역 김세환) 2024.03.0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이 장면에 대해 레이 역의 김세환은 "정상적이지 않은 제정신이 아닌 상태다. 비를 보내야 할지도 모르는 마지막 파티에서 마녀 같은 모습의 모녀가 레이에게 짖궂은 장난을 치는 것이 뭐랄까 ... 홀릭(성스러운)하게 마지막이라 꺼내줄려고 하는 것도 있고 시원하게 정적인 슬픔이 아닌 한 단계 넘은 공감한 상태에서 속은 얘기하지 않는 그런 파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같은 역의 강기둥은 "이슈가 됐다. 저희끼리도 이슈가 되어 놀리고 했는데 (생각해보면) 놀리는 차원이 아닐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강명주는 "캐서린은 처음 레이의 정체성을 동성애자(게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레이는 시종일관 동성애자가 아니라고 한다. 결국 파티에서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것은 작가가 레이의 성 정체성을 명확히 밝히려고 한 의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짖궂은 농담으로 시작한건데 레이는 당황해 하며 진지하게 받아친 것으로 농담을 다큐로 받은 상황인 것"이라며 "이 장면에서 일부 관객분들에게 불쾌감을 주었다면 현 사회에서 성소수자를 이해하는 시각과 마음이 많아졌기 때문에 함부로 생각한다는 것은 불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의도성은 없었지만 한편으론 아웃팅(Outing)이나 성희롱은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했다.

 

연극 '비Bea' 공감 토크 콘서트(비 역 김주연) 2024.03.0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연극 '비Bea' 공감 토크 콘서트(비 역 김주연) 2024.03.0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비 역의 김주연은 "엄마와 딸이 서로 마음 깊숙히 들여다 볼 수 없는데 그 장면 8장은 비로소 온전히 마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로 캐서린과 비가 레이에게 짖궂은 장난을 함으로써 레이가 자신의 모든 것을 고백하게 되는 상황이 온다. 이런 상황은 작가님이 그려낸 것 같다"라고 해석했다.

 

결국 비는 신나는 파티 이후 또 다시 쓰러지고 결국 엄마는 비의 침대에 나란히 누워 딸의 마음과 고통, 죽음에 대한 비의 진정성에 공감하며 딸의 선택을 존중하게 된다. 사랑하는 딸을 안고 수많은 알약을 물과 함께 마시게 도우며 딸의 안락사를 돕게 되는데 엄마의 품에 안겨 담담하지만 평온해 지는 비의 얼굴과 서서히 죽어가는 딸을 바라보는 엄마의 흐느끼는 장면은 많은 이들에게 슬픔과 함께 '존엄한 죽음이란 무엇일까' 를 마음 속에 되새기게 했을 것 같다.

 

비가 떠난 이후 남겨진 캐서린과 레이는 과연 어떤 삶을 그려나가게 될까. 슬픔에 잠겨 아무것도 하지 못할지 아님 그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아픔을 삭혀가며 그들만의 남겨진 삶을 살게 될지 그 해답은 각자의 몫일 것 같다. 

 

연극 '비Bea' 공감 토크 콘서트(레이역 김세환, 비 역 김주연, 캐서린 역 강명주) 2024.03.0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연극 '비Bea' 공감 토크 콘서트(레이역 김세환, 비 역 김주연, 캐서린 역 강명주) 2024.03.0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강명주는 "비가 떠난 이후 힘들겠지만 힘들걸 비도 원하지는 않을 것같다. 비를 위해 더 열심히 잘 견뎌내며 살아가지않을까 한다"고 했고, 방은진은 "때때로 '왜 살까?'란 생각을 해보는데 누군가가 저에게 해준 조언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다들 그런 목표를 가지고 살지는 않는다.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라는 말처럼 (캐서린도) 하루를 견뎌가며 살지 않을까"라며 캐서린의 삶을 응원했다.

 

강기둥은 "레이와 캐서린을 응원하는 마음이다. 이 이야기가 약10여 년 전에 쓴 인물이지만 지금은 어떤 삶을 살까. 그래도 자기를 마주하는 시간이었기를 희망하며 감사한 마음이다"라고 작품에 참여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진정한 자유를 얻고자 한 젊은 여성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삶과 죽음, 스스로 행복해질 권리와 존엄, 공감 등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밝고 경쾌하게 풀어냄으로써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여운을 안긴 연극 '비Bea'.

 

연극 '비Bea'의 주 무대는 방안 한가운데 놓인 침대와 거대한 회색 벽체와 틈새의 이끼를 통해 비가 처한 감옥 같은 답답한 현실과 마지막 욕망을 대변하며, 등장인물의 고통을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특히, 비가 죽음으로써 공연 내내 세 인물을 압박하던 거대한 벽체가 사라지고 푸른 안마당과 어릴적 놀던 사과나무 주위를 맘껏 뛰어다니는 비의 모습을 보여주며 진정한 자유를 얻은 마지막 장면은 압권이자 새로운 희망이었다. 죽음이 죽음 그 자체로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임을 알게 해줘 무거워진 마음 한 켠 찬란한 한줄기 햇살같은 따사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야 말로 이 연극이 던지고자 하는 진정한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연극 '비Bea'는 방은진·강명주, 이지혜·김주연, 강기둥·김세환이 출연하며, 3월 24일까지 LG아트센터 U+ 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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