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3차 기자간담회(사진 왼쪽부터 김시화 연출, 최진환 안무가, 가재발 작가, 이윤희 PD, 배정찬 대표) 2024.01.25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2023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3차 기자간담회(사진 왼쪽부터 김시화 연출, 최진환 안무가, 가재발 작가, 이윤희 PD, 배정찬 대표) 2024.01.25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올해 15주년을 맞이한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2월 선정작들이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전통예술 '남성창극 살로메', 무용 'a Dark room', 음악 'UN/Readable Sound', 뮤지컬 '여기, 피화당', 전통예술 '밤쪄: 사라져가는 것에 대하여 Part.2' 까지 총 다섯 작품들이 오는 2월 관객과 만난다. 이번에 공개되는 작품들은 고전이나 전통을 새롭게 재해석하고, 여러 장르가 융합되어 감각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선보인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예술가의 집에서 '2023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3차 기자간담회가 진행되었다. 기자간담회에는 전통예술 '남성창극 살로메'의 김시화 연출, 무용 'a Dark room'의 최진환 안무가, 음악 'UN/Readable Sound'의 가재발 작가, 뮤지컬 '여기, 피화당'의 이윤희 PD, 전통예술 '밤쪄: 사라져가는 것에 대하여 Part.2'의 배정찬 대표가 참석했다. 

 

2023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3차 기자간담회(전통예술 '남성창극 살로메' 김시화 연출) 2024.01.25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2023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3차 기자간담회(전통예술 '남성창극 살로메' 김시화 연출) 2024.01.25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집착에 눈 먼 자들이 벌이는 그로테스크한 난장, '살로메' 

2월 2일부터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전통예술 '남성창극 살로메'는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살로메'를 남성창극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무용전공자 최초로 국립무형유산원 전통공연 연출가로 선정된 김시화의 첫 창극 연출작으로, 극본 고선웅, 안무가 신선호, 의상 디자이너 이상봉 등 유명 창작진의 참여와 김준수, 윤제원, 유태평양 등 스타 남성창극 배우들의 합류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기존 원작의 인물 구성을 전부 남성 배우로 바꿈으로써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고, 인간의 원초적인 본성에 집중하고 있는 점이 주목할 포인트다. 

 

김시화 연출은 "집착과 광기로 가득한 살로메를 응징하는 원작을 극단적으로 몰아 오늘날에도 존재하는 악한 욕망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동시대적 메시지를 담았다. 남성창극은 첫 도전인데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저의 이런 의도와 뜻을 같이 해준 제작진과 배우들이 있기에 가능했다"면서 "개인적으로 예술적인 측면에서 성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있고, 패션이나 메이크업 분야에서는 이미 허물어졌다고 본다. 전통공연 안에서도 이런 시도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이런 시도가 창작의 가능성을 높이고 대중문화를 실현할 콘텐츠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는 창작 소신을 전했다. 

 

2023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3차 기자간담회(무용 'a Dark room' 최진환 안무가) 2024.01.25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2023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3차 기자간담회(무용 'a Dark room' 최진환 안무가) 2024.01.25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각자도생'의 사회 ...  "내가 서 있는 이 공간이 정말 어두운 방인가요?"

2월 2일부터 4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무용 'a Dark room'은 커다란 사회 안에서 자기 존재의 분실을 다룬 이야기다. 경쟁주의가 만들어낸 각자도생의 개인주의와 자존감 상실의 상태, 그리고 관계를 통한 개인의 불안정한 심리에서 오는 소외감, 나의 존재를 잃어버리고 서성이는 우리의 모습을 그린다. 

 

최진환 안무가는 "개인이나 우리 사회에서 나는 어떻게 관계성을 얼마나 지키는지 어떤 존재로 사는지 이걸 가지고 작업했고, 타인의 시선에 의해 위태롭게 흔들리고 바둥거리는 모습을 봤을 때 어떻게 지키고 살까 의문을 가졌다. 현 시점에서 사람을 나눌 때 승자와 패자로 나뉘고 패자는 피해의식, 박탈감과 불안감을 가지며 사는데 나는 어떻게 사는가라는 의문을 갖고 무용수와 얘기를 나누면서 작업을 생각하고 발전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위적인 동작으로 풀어야 하는 고민을 했다. 같은 패턴, 반복적 패턴, 움직임의 패턴이 추상적이지 않고 쉽게 접근 가능하지만 실질적인 사회 현상을 명확히 하기 위한 움직임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2023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3차 기자간담회(음악 'UN/Readable Sound' 가재발 작가) 2024.01.25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2023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3차 기자간담회(음악 'UN/Readable Sound' 가재발 작가) 2024.01.25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나만의 '사인파' - Sound is the New Music

음악 'UN/Readable Sound'는 소리가 발생하며 생기는 진동과 노이즈를 통해 새로운 감각과 감동을 전달하는 작품이다. 한국 전자 음악씬의 선두 주자로 꼽히는 가재발(이진원)이 사운드에 그래픽, 영상, 라이팅 등 비주얼 요소를 결합한 '오디오 비주얼'로 관객들에게 독특한 분위기와 메시지를 전한다. 2월 2일부터 2월 4일까지 Thila Ground에서 만나 볼 수 있다. 

 

가재발 작가는 "이 작품은 저에 대한 이야기다. 저는 음악이냐 이것도 음악이지 라는 경계 속에서 지난 25년 동안 작업해 왔다. 오디오 비주얼 장르는 한 시스템이 오디오와 비주얼을 동시에 제어하는 공간적인 감각을 극대화해서 모입할 수 있는 이머시브적인 연출과 공감이 딱 맞아떨어질 때의 쾌감을 제공하는 장르이다. 비주얼적으로는 제가 살아오면서 쓴 장비들, 힘들었을 때 사막 같은 것을 표현할려고 했던 느낌을 표현할려고 했고, 사운드는 '음악이냐 음악이 아니지'라는 중간에서 저는 이것도 음악이라고 고집부리면서 한 음악으로 채웠다"고 소개했다. 

 

2023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3차 기자간담회(뮤지컬 '여기, 피화당'의 이윤희 PD) 2024.01.25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2023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3차 기자간담회(뮤지컬 '여기, 피화당'의 이윤희 PD) 2024.01.25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뮤지컬 '여기, 피화당' ... 어둠 속 작은 빛으로 써내려가는 우리 이야기 

2월 7일부터 4월 14일까지 대학로 플러스씨어터에서 첫 선을 보이는 (주)홍컴퍼니의 뮤지컬 '여기, 피화당'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영웅소설 '박씨전'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작자미상으로 알려진 '박씨전'의 작가를 둘러싼 상상력으로부터 출발하여 단순한 고전의 재연이 아닌 극중극의 형식을 차용하여 뮤지컬적 판타지를 더하고 깊은 여운을 선사한다. 작품의 주요 배경인 '피화당'은 병자호란이 끝나고 청나라에 끌려갔다 돌아온 세 여성이 생계를 위해 글을 쓰며 숨어 사는 동굴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러 역경과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어둠 속 작은 빛으로 글을 써 내려가는 여성들의 연대를 더욱 극적으로 표현한다. 

 

김한솔 작가는 "'박씨전' 작가도 청에 끌려 갔다온 여인들 중 한 명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에서 받은 굴욕과 설움을 돌아와 사대부들에 대한 실랄한 비판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했다"면서 "처참한 현실보다 희망과 연대를 보여주고자 했다. 사람들의 냉담한 시선을 피해 비록 동글 속에서 살지만 서로 연대를 통해 어둠 속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쓰고자 했다. 마지막에 동굴을 나오게 된 것은 서로의 연대와 희망의 이야기라 생각한다"라며 작품이 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2023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3차 기자간담회(전통예술 '밤쪄: 사라져가는 것에 대하여 Part.2'의 배정찬 대표) 2024.01.25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2023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3차 기자간담회(전통예술 '밤쪄: 사라져가는 것에 대하여 Part.2'의 배정찬 대표) 2024.01.25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동해안 오구굿 기악화 작업 ...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새로운 생명력 불어넣기 

전통예술 '밤쪄: 사라져가는 것에 대하여 Part.2'는 전통에 기반하여 다채로운 음악적 실험을 추구해 온 공연단체 '불세출'의 신작으로, 지난 2020년 선보였던 '자락: 사라져가는 것에 대하여'에 이어 3년 만에 내놓은 연작이다. 제목인 '밤쪄'는 세습무들이 동해안 오구굿을 부르는 은어 '밤저'를 소리나는 대로 표기한 것으로, 보통 사람들의 삶이 녹아있는 민속문화로써 굿이 가지고 있는 고유성을 담고 있다. 오는 2월 2일과 3일 양일간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동해안 오구굿은 망자를 위로하는 세습무로 이번 작품을 공연하는 배정찬 대표는 "동해안 굿은 마을굿인 별신굿과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 하는 오구굿으로 나뉜다. 요즘은 사람이 세상을 떠나도 굿을 하는 문화가 사라졌는데 굿이 가진 매력적인 것이 많은데 볼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획했다"면서 "저희가 '사라져가는 것'이라는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는데 파트1에서는 노동요나 상여소리, 고사소리 등 지금은 듣기 힘든 음악들을 작업했고, 파트2에서는 동해안 오구굿을 주제로 해서 음악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제목 '밤쪄'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배 대표는 "세습무를 하는 선생님들이 말하는 오구굿의 은어로 '밤에 굿을 한다'는 '밤저'라는 뜻인데 경상도분들이 발음을 '밤쪄'로부르는데 듣기 좋아 타이틀로 정했다. 굿은 망자를 위로하고 극락왕생을 바라는 남은 가족에 대한 축원과 위로를 하는 문화로 우리의 전통예술의 뿌리라 할 수 있고 굿이 가지는 매력이 너무나 큰데 굿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아직도 남아 있지 않나 싶어 굿을 제대로 알려드리고 싶었다"는 기획의도를 전했다. 

 

그러면서 "공연은 3장으로 나눠져 있는데 1장은 좋지 않은 것을 씻어내는 부정굿, 2장은 망자를 위로하고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어청배, 3장은 잘 떠나보내고 축원해주는 초원가로 구성됐다. 부산기장오구굿 무형문화재인 김동언 선생님이 특별출연한다. 무용도 창작이 가능한 연출을 해서 버라이어티한 굿판이 무대에 오르면 어떨까 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만들었다"고 부연했다. 

 

올해로 15년을 맞이한 '공연예술창작산실'은 기획부터 공연 예술 전 장르에 걸쳐 단계별(기획 쇼케이스(무대화) 본 공연) 연간 지원을 통해 우수 창작 작품을 발굴하는 예술위원회 대표 지원사업이다. 지난 2023년 5월, 6개 장르(연극, 창작뮤지컬, 무용, 음악, 창작오페라, 전통예술)의 최종 실연심의를 통해 작품을 선정하였고, 총 27개 의 작품들이 1월부터 3월까지 순차적으로 무대에 올라 관객들과 호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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