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극 '나는 재미있는 낙타에요' 전막 프레스콜(헬렌 켈러 역 정지혜, 앤 설리번 역 한송희) 2023.12.05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음악극 '나는 재미있는 낙타에요' 전막 프레스콜(헬렌 켈러 역 정지혜, 앤 설리번 역 한송희) 2023.12.05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생후 19개월에 시력과 청력을 잃은 헬렌과 8살에 시력을 잃고 여러 아픔을 극복해낸 애니는 스승과 제자로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단순히 헬렌과 애니에게 도움을 받은 것이 아니라, 서로 위로가 되어주며 나아가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이들의 모습은 극단적인 사막의 더위에 서로에게 기대 체온을 내리는 낙타들과 닮아 있다. 작품은 각자의 아픔을 받아들인 두 사람이 서로 연대하고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삶의 용기와 긍정의 에너지를 전한다. 

 

음악극 '나는 재미있는 낙타에요' 전막 프레스콜이 5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진행되었다. 

 

작품의 연출은 연출가 이기쁨이 맡았다. 이기쁨 연출은 헬렌과 애니의 일대기에서 헬렌의 역경보다 두 사람의 우정에 주목했고, 두 인물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2인극 형식을 택했다. 또한, 헬렌과 비슷한 아픔을 겪었던 스승 애니의 시선으로 작품을 전개하며 한 명의 인간으로서 애니의 이야기도 비중 있게 담아낸다. 

 

음악극 '나는 재미있는 낙타에요' 전막 프레스콜(홍단비 작가-이기쁨 연출) 2023.12.05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음악극 '나는 재미있는 낙타에요' 전막 프레스콜(홍단비 작가-이기쁨 연출) 2023.12.05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이날 이 연출가는 전막 프레스콜에 앞서 "홍은비 작가랑 아주아주 오래 전에 헬렌 켈러 이야기를 작품을 만들면 어때? 라는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좋은 기회로 국립극장과 기회가 닿아 무대에 오르게 되었는데 '나는 재미있는 낙타에요'는 무작위 공연으로 기획된 만큼 취지에 맞게 '누구든 즐겁게 관람하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성실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장애의 유무보다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삶을 마주하고 살아가는 과정과 그 안에서 연대하는 힘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이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를 따뜻하게 지켜봐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극본을 맡은 홍은비 작가는 "연출님과 '언젠가' 하자고는 했는데 '언젠가'는 사실 기약이 없는건데 올해 하자고 하셔서 작품을 올리게 되었다. 조사를 하면서 헬렌 켈러 이 분은 너무 유명하신 분이라 상상이나 허구가 끼어들기 힘들고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그 옆에 있는 앤 설리번에 마음이 가 애니를 메인 서술로 선정하고 극본을 썼다"면서 "이 둘은 조사를 하면 할수록 그 당시 계층, 자란 환경, 만난 사람들 등을 고려해 볼때 평생 한번도 못 만났을 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 둘은 결국 만났고 평생을 함께 했다. 함께 한다는 것은 제가 많이 쓰는 표현인데 작품을 쓰면서 '함께 하자' '함께 살자' 등 홍단비가 스스로 안일하게 생각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진짜 함께 하려면 많은 고민과 섬세함, 역지사지, 치열한 분투 등이 필요한데 이 작품으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이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를 꼽았다. 

 

음악극 '나는 재미있는 낙타에요' 전막 프레스콜(헬렌 켈러 역 정지혜, 앤 설리번 역 한송희) 2023.12.05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음악극 '나는 재미있는 낙타에요' 전막 프레스콜(헬렌 켈러 역 정지혜, 앤 설리번 역 한송희) 2023.12.05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무대는 인물의 관계와 삶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대도구로 구성된다. 하얗게 칠해진 무대에 놓인 몇 개의 의자와 테이블은 특정 인물이 되기도 하고, 인물 간의 거리감이나 장애물, 극복 대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천장에 매달린 거대한 판은 헬렌이 다가가고자 하는 세상을 상징하는데, 극의 흐름에 따라 높이가 달라지며 인물의 변화를 드러낸다. 영상과 자막에서도 감정·어감 등의 미묘한 차이를 담아내 극적 몰입을 더한다. 수어와 촉지화 등을 활용한 안무 또한 보는 즐거움을 배가한다. 음악적으로는 저음을 강조하는 우퍼 스피커로 음향의 진동을 전달해 관객의 공감각적인 확장을 이끈다. 

 

작품에서는 단 두명의 배우가 애니와 헬렌, 주변 인물을 연기하고 노래한다. 배우 겸 작가로 활동하는 한송희가 애니 역을 맡고, 배우이자 소리꾼인 정지혜가 헬렌 역을 맡았다. 빈 무대를 배경으로 두 배우가 1인 다역과 지문에 해당하는 말까지 소화하며 2인극의 묘미를 극대화하는 가운데 헬렌 역의 정지혜는 소리를 짜는 작창도 직접 맡아 한층 생동감 넘치는 연기를 펼친다. 

 

헬렌이 교육받기 이전에는 언어의 값이 없는 구음을 사용하다가 점차적으로 단어나 간단한 문장 등에 소리를 입혀 인물의 변화를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음악극으로 꾸며지는 만큼 타악·전자음악·마림바·고수까지 4명의 연주가 무대에 함께 오른다. 이들은 대사를 하거나, 움직임을 하는 등 두 배우와 긴밀하게 호흡하며 작품을 풍성하게 채운다. 또한 3명의 전문 수어 통역사가 배우들의 그림자처럼 움직이며 대사를 전한다. 

 

음악극 '나는 재미있는 낙타에요는 12월 6일(수)부터 10일(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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