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뮤지컬 '리진: 빛의 여인' 프레스콜(리진 역 서이빈, 콜랭 역 김이삭) 2023.12.06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창작 뮤지컬 '리진: 빛의 여인' 프레스콜(리진 역 서이빈, 콜랭 역 김이삭) 2023.12.06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리진이 소설가 신경숙의 소설, 프랑댕의 '한국에서' 등 활자화 된 기록들로 알려져 있는 만큼 저희 작품에서는 리진이 노래하고, 왈츠를 추는 동적인 움직임을 부각하고 싶었어요. 그로인해 앉아서 관람하는 관객들이 자유와 해방감을 느꼈으면 했습니다" - '리진: 빛의 여인' 정호윤 작가 

 

[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격동의 시기 역사에서 기록된 조선의 무희 리진이 꿈꾼 사랑과 새로운 세상이 창작 뮤지컬 '리진: 빛의 여인'으로 재탄생했다. 

 

'리진: 빛의 여인'은 조선 장악원 관기 리진이 조선의 초대 프랑스 공사 빅토르 콜랭 드 플랑시(이하 콜랭)와의 비극적인 사랑을 뮤지컬로 탄생시킨 작품이다. 리진이 우연히 프랑스 공사 콜랭을 만나 이국의 춤인 왈츠를 함께 추며 자신의 현실과 다른 자유로움을 동경하게 되며 새로운 삶을 꿈꾸는 이야기를 담았다. 

 

​창작 뮤지컬 '리진: 빛의 여인' 프레스콜(정호윤 작가, 엄다해 음악감독) 2023.12.06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창작 뮤지컬 '리진: 빛의 여인' 프레스콜(정호윤 작가, 엄다해 음악감독) 2023.12.06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지난 6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리진: 빛의 여인' 프레스콜이 진행되었다. 하이라이트 장면 시연 후 가진 간담회에 참석한 정호윤 작가는 "리진의 남아 있는 다른 역사적 기록에서 영감을 받았고 리진의 마지막 기록이 2대 프랑스 공사를 지낸 이폴리트 프랑댕의 '한국에서'(En Coree) 금배지를 삼키고 죽은 것으로 되어 있는데 그 부분이 상징적이 될 수 있겠다 생각했다. 스스로 자결을 했다는 건데 많은 방법 중 왜 금배지를 삼킨건지, 이렇게 죽음으로써 사람들한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건지 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진의 다른 미래를 그려보고 싶었다. 리진이 죽지 않고 프랑스로 가서 남은 생을 살았다가 저희 극에서 보여지는 새로운 해석인데 뻔한 것일수도 있지만 각기 다른 많은 캐릭터들이 리진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단순히 리진이 콜랭과의 사랑으로 새로운 신분을 얻고 자유로워지는 선형적인 구조를 탈피하고 싶었는데 그게 효과적으로 잘 나왔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엄다해 작곡가는 "프랑스와 조선, 프랑스어와 한국어, 신분차이를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안무감독님과 음악적 구성에 대해 얘기를 했다. 3박자 곡이 많은데  왈츠에 한국 전통의 춤을 추고, 국악에 왈츠를 추는 식으로 왈츠와 국악을 모호하게 만들어 리진이 콜랭에게 감화돼 가는 모습을 음악과 안무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음악적 시도를 소개했다. 

 

​창작 뮤지컬 '리진: 빛의 여인' 프레스콜(리진 역 이서영, 전해주, 서이빈) 2023.12.06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창작 뮤지컬 '리진: 빛의 여인' 프레스콜(리진 역 이서영, 전해주, 서이빈) 2023.12.06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장악원의 관기이자 이질적인 춤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 콜랭에게 호감을 품게 되는 리진 역에는 배우 전해주, 이서영, 서이빈이 출연한다. 

 

전해주는 "리진이 프랑스에 가기까지 얼마나 자유로운 삶을 원했는지 그 깊이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숙제였다. 조선 시대 무희의 삶에 대해서 공부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면서 "작품이 전반적으로 시적인 느낌, 풍부한 드라마틱한 서사를 시각화한 것이라 생각한다. 초반보다 후반부에 속도가 확 붙는 것이 압박감으로 느껴지는 것이 사실인데 관객분들이 보시기에 너무 빠르다고 느껴질 수 있겠지만 그 압박감을 참고 참다 마지막에 콜랭과 날아가는 왈츠를 출때 눈물이 날 정도로 자유로움을 느낀다. 그 부분을 같이 느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서영은 "정보가 없어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고, 초연이다 보니까 오히려 어려움보다는 저만의 색깔로 리진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재미있게 작품에 임하고 있다"라며 당당함을 내비쳤다. 

 

'리진'으로 첫 뮤지컬 무대에 도전하는 서이빈은 "창작 초연의 장점일 수도 있지만 역시 정보가 없다는 사실이 어려웠다. 리진을 위해 조선의 무희에 대해 공부하며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창작 뮤지컬 '리진: 빛의 여인' 프레스콜(콜랭 역 김이삭, 정재환) 2023.12.06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창작 뮤지컬 '리진: 빛의 여인' 프레스콜(콜랭 역 김이삭, 정재환) 2023.12.06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동양 문화에 관심이 많은 프랑스 공사로서 리진과 왈츠를 추며 관심을 갖는 콜랭 역에는 박건형, 김이삭, 정재환이 출연한다. 

 

김이삭은 극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로 "리진과 대화 도중 제가 물어봤을 때 리진이 대답을 못하는 순간이 있다. '뭐지 내 불어가 어렵나?' 라는 대사가 있는데 이게 가장 콜랭스럽지 않나 생각한다"라며 콜랭의 캐릭터적 매력에 대해 말했다. 

 

정재환은 극 후반부 리진과의 리프팅 왈츠에 대한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그는 "안무 연습 때는 왈츠의 길이가 지금의 3배 였다. 왈츠 대회에 나갈만한 것도 해봤고, SNS에서 유행하는 동작들도 해보는 등 안무 감독님과 많은 시도를 했다. 왈츠를 추는 건 에필로그적 느낌이 강한데 리진이 콜랭과 춤을 추며 감정의 소통이 시작됐기에 춤으로 마무리를 아름답게 지어야 '빛의 여인'이 빛의 춤에 대해서 사랑에 빠지고 마음이 움직이는 부분에 확실하게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왈츠를 길게 준비했다. 그 긴 왈츠가 함축적으로 변한게 리프트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창작 뮤지컬 '리진: 빛의 여인' 프레스콜(에스텔 역 홍륜희, 선우, 송지온) 2023.12.06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창작 뮤지컬 '리진: 빛의 여인' 프레스콜(에스텔 역 홍륜희, 선우, 송지온) 2023.12.06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프랑스 수녀회의 요청으로 조선에 파견되어 리진과 우진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쳐주는 수녀 에스텔 역에는 홍륜희, 선우, 송지온이 함께한다. 

 

홍륜희는 "에스텔 수교님은 역사적으로 보면 콜랭보다 1년 뒤 조선에 왔지만 극에서는 콜랭 이전에 들어와 리진과 우진의 어릴적부터 어학을 가르치며 교감한 인물로 그려진다. 상상 속 인물을 구현해 낼려고 많은 사실과 허구를 섞었고, 둘에게 똑같은 사랑을 주고자 했으나 리진은 프랑스로 보내고, 우진은 포기하게 되는 입장을 보인다"면서 "에스텔은 극중 콜랭, 리진, 우진과 다 포옹을 하는데 그 느낌이 다달라 그 힘이 끝까지 가는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누군가의 물심양면적 도움을 받는 사실을 믿고 살아가야 한다"라며 이 극이 주는 메시지를 전했다.

 

선우는 "극 대사 중 '너 자신에게 맞는 길을 선택해. 그게 모든 이야기가 될 수 있어'라는 대사가 저뿐만 아니라 동료들에게도 하는 말같이 들렸다. 이 느낌이 관객들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요즘은 누군가와 비교함으로서 내 삶이 별거 아닌 것 같고 어릴수록 이런 자괴감이 크다고 하는데 내 자신에게 맞는 걸 잘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송지온은 "공연을 보러오신 분들 마음 속에 작은 에스텔 한 분쯤은 품고 가셨으면 한다. 극중 캐릭터들이 각자 다른 형태로 리진을 사랑하고 성원을 보내는데 그런 부분들을 중점적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다"라며 관전 포인트를 꼽았다. 

 

​창작 뮤지컬 '리진: 빛의 여인' 프레스콜(변우진 역 김서환, 김제하, 권태하) 2023.12.06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창작 뮤지컬 '리진: 빛의 여인' 프레스콜(변우진 역 김서환, 김제하, 권태하) 2023.12.06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프랑스 공사관에서 근무하며 리진을 남몰래 연모하는 변우진 역으로 김서환, 김제하, 권태하가 무대에 오른다. 

 

극에서 리진을 연모하지만 리진이 콜랭과의 사랑의 마음을 키워가자 내적 질투에 사로잡히며 광기어린 행동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 김서환은 "우진의 사랑의 방식에 대해서 대본을 봤을 때 이해를 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저의 사랑 방식과는 다른 극단적이라 우진의 사랑을 어떻게 이해할까 생각해 봤는데 돌고 돌아 '얼마나 사랑했으면 그랬을까'로 귀결됐다. 지금도 완벽히 이해를 하지는 못했지만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김제하는 "리진을 의금부에 고발하는 행동은 리진을 죽음에 이르게까지 할 수도 있는 위험한 행동이다. 너무 사랑하는 존재에게 소리를 지르고 총을 들이대는 등 현재 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시대상으로 거슬러 가보면 서양의 남자를 좋아하고 그 모습을 지근거리에서 보며 (마음 속으로) 꾹꾹 참고 어떻게든 이해해 볼려고 노력을 했다. 제 성격이 우진과 상반되는지라 리진에게 그렇게 대하는 것을 연기적으로 해결해 보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라며 캐릭터 해석의 고충을 전했다. 

 

권태하는 "지금의 사랑과 당시의 사랑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대본을 받고 많이 생각했다. 그 당시 사람들이 어떤 개념을 가졌는지 많이 생각하면서 대본을 읽었다. 저도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우진은 많이 열려 있는 사람이었다. 맞는 얘기인가는 모르겠지만 리진과 둘이 있을 때 신분은 다르지만 친구처럼 지낼 수 있다는 것이 열려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 뒤 진이가 (콜랭과의 프랑스로 떠남) 그렇게 얘기했을 때 좀 더 슬펐고 많은 눈물을 흘릴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작품은 극 중 배경이 되는 1890년대를 간결하면서도 상징적으로 표현한 무대 및 소품과 더불어, 작품 속 캐릭터들이 느끼는 다양하고도 섬세한 감정선을 완벽하게 담아낸 가사, 서정적이며 감각적인 음악 등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작 중 리진과 콜랭이 함께 호흡을 맞춰 추는 아름다운 왈츠와 자유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리진의 소망이 담긴 섬세하고 우아한 안무는 각 캐릭터들의 서사에 대한 몰입도를 더욱 높인다. 

 

탄탄한 스토리, 감미로운 선율, 아름다운 안무 등으로 창작 뮤지컬의 역사를 새로이 써 내려갈 뮤지컬 '리진: 빛의 여인'은 2024년 2월 4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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