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드라마 '마더'. '멜로가 체질', '나의 행방일지', '카지노'등을 거쳐 '영화 '범죄도시2'에서 최고 주가를 올리며 대세 이미지를 굳힌 배우 손석구가 9년 만에 연극 무대로 복귀했다. 그가 출연한 것만으로도 연극은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연장 공연을 확정지었을 정도이다.
그가 연극 '나무 위의 군대'에서 신병 역으로 무대에 올라 구사하는 대사 하나하나, 손이나 몸짓 하나하나에 관객들은 눈과 귀를 집중시키며, 때론 웃음과 감탄을 연발한다. 손석구의, 손석구에 의한. 손석구를 위한 연극이 아닐 수 없다.
'나무 위의 군대'는 1945년 태평양 전쟁 막바지 일본 오키나와를 배경으로 한다. 자국의 패전 사실을 모른 채 2년간 가쥬마루(대만고무나무)에 숨어 살던 두 병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일본 작품이다. 일본의 국민 극작가 이노우에 히사시(1934~2010)가 신문에서 두 군인의 이야기를 접하고 작품을 쓰려던 계획을 세웠다가 뜻을 이루지 못했던 것을 호라이 류타(47)가 대본 집필을 의뢰받으면서 연극으로 탄생했고, 2013년 4월 일본 도쿄에서 초연했다.
지난달 27일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손석구는 "여러 대본을 봤고 이 작품이 지금 시대에 관객들이 볼 때 가장 땅에 붙어있는 작품일 것 같았다. 상관이 옳다고 믿기 때문에 싸울 수 없지만 이해되지 않는 답답함과 부조리함이 개인적으로 크게 공감됐다"라며 "신병이라는 역할은 군인의 옷을 입고 있지만 군인 정신이 없는 순수한 청년 그 자체라 제 개인적 군대 경험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전 드라마 '지역생존자'를 할 때 도엽 형이랑 씬이 많았는데 이후 도엽 형에게 연극을 하고 싶다고 했고 4,5년이 지나고 나서 다시 연극 무대로 복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신병 역은 이전 제가 연기했던 캐릭터들이랑 많이 다르다. 정서적으로 맑고 연령적으로도 너무 순수한 사람이다 보니까 괴리가 커 나처럼 때묻은 사람이 순수한 역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고 부연했다.
손석구는 매체 연기와 공연 무대에서의 연기의 차이는 없다고 했다. 그는 "이야기가 다른거지 영화나 드라마 같은 매체나 연극 같은 무대에서의 연기가 다를 이유가 없다. 30대 초반까지 연극을 하다 이후 영화, 드라마로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시켰고, 다시 연극을 하면서 내가 하는 연기 스타일이 연극에서도 통하는지 보고 싶었다"고 했다.
전쟁이 끝났음에도 두 병사는 낮에는 경계를 서고 밤에는 적의 물품과 식량을 찾아 다닌다. 나무 위에서 허무한 전쟁을 이어가는 인물들의 모습이 전쟁의 부조리함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전쟁은 2년 전에 끝났습니다. 어서 나오십시오'란 쪽지를 신병 손석구가 가지고 오지만 상관은 이를 믿지 않고 나무 위에서 내려오질 않으며 현실을 부정한다.
상관 역에는 김용준, 이도엽 두 배우가 참여한다. 신병 역은 한 명의 배우지만 상관 역에 두 명의 배우가 캐스팅된 이유도 밝혔다. 이도엽은 "처음 석구와 만나 작품에 대해 얘기할 때 공황이 오기 시작했다. 작품을 해야되긴 하는데 혼자는 쉽지 않았다. 석구는 나 혼자 하기를 바랐지만 일주일 내내 혼자 한다는 것이 심경적으로 불안했다"면서 "좋은 분을 데려오면 그나마 관리가 되겠다 싶어 석구와 제작자의 양해를 구해 용준 형이 합류했고 지금 매일매일 나무 위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손석구는 이 두 명의 상관 역의 배우와의 연기가 무척 재미있는 경험이라고 했다. 그는 "도엽 형과 용준 형의 연기 톤은 무척 다르다. 민새롬 연출님이 말했듯 용준 형은 뚝배기가 깨지는 느낌이라면 도엽 형은 와인잔이 깨지는 느낌으로 완전히 다른 캐릭터라고 보면 된다. 지금은 익숙해져서 그날그날 상황에 따라 대처하며 연기하는데 생소하면서도 재미있는 경험"이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전쟁의 무익함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진중한 주제지만 손석구와 이도엽, 김용준 그리고 최희서 배우가 던지는 대사에는 전쟁에 대한 공포, 불안, 현실부정 그리고 신병의 순수함이 엮이며 곳곳에 관객들에게 웃음요소를 마음껏 안긴다. 한마디로 빵빵 터지는 대사에 '이런 연극이었나' 싶기도 했다.
매체 연기에서의 날카로운 톤의 대사 연기가 오랜 시간 떠나 있던 연극에서 통할까 싶었지만 손석구의 연기는 물흐르듯 나무 위에서 자연스럽게 터져나왔다. 그는 "매체나 연극이나 마찬가지로 연기할 때 손발을 잘 안쓰면 대사를 잘 못외우는 게 있다. 원래 많이 쓰는 편이라 이번 무대에서도 어색하지 않았다"고 했다.
민새롬 연출은 손석구에 대해 “손석구가 연기하는 신병은 내 삶을 휘감고 있는 믿음을 상관이라는 한 사람에게 봐야하고, 그 배신감과 추락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보여줘야 하는 인물이다. 그런 부분에 있어 많은 작품에서 선보였던 통증을 섬세하게 표현하지 않나 싶다"고 평했다. 최희서에 대해서는 "주제 해석력이 굉장히 뛰어난 배우이다. 연출인 나보다 작품에 대한 혜안과 통찰력이 있어 굉장히 좋은 캐스팅이라고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이어 그는 "매체 연기와 무대 연기의 차이에 대해 느끼는 바가 있겠지만, 나는 작업하면서 같은 이야기를 다루는 예술이고 사람을 찾아가는 일이라는 점에서 닮았다고 생각했다.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매체 연기를 많이 해본 손석구, 최희서를 만나면서 무대에서는 접근하지 않는 세세하고 미시적인 시각들을 보여줬다. 손석구, 최희서 배우는 변화 없는 무대를 제약으로 느끼지 않고, 계속해서 다양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접근해줘서 신기했고 굉장히 많이 배웠다”고 덧붙였다.
연극 '나무 위의 군대'는 인류의 역사에서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나무 위의 맞물리지 않는 두 병사에게 투영하며 감각적이고 솔직하게 그려낸다. 관객들은 전쟁의 배경이 된 본토와 오키나와의 관계를 비롯하여 갈등과 분열, 신념과 생존, 대의와 수치 등 다각적인 접근과 공감을 하게 되고, 전쟁의 무익함을 깨닫는 동시에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성찰할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작품은 8월 12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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