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시리즈 뮤지컬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 프레스콜(화상 역 김민강). 2023.12.1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화가시리즈 뮤지컬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 프레스콜(화상 역 김민강). 2023.12.1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모딜리아니(1884~1920, 이탈리아)와 에곤 실레(1890~1918, 오스트리아) 이 두 화가는 둘 다 20세기 유럽에서 살았고 초상화에 전념했으며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점이 유사하다. 그들의 작품은 때때로 외설적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화풍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그림을 창조해 나갔다. 이러한 점에서 그들에 대한 평가는 매우 극단적이다. 

 

화가시리즈 뮤지컬 '모딜리아니' '에곤 실레'는 이 두사람의 그림과 삶을 통해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그려내고자 한다. 흥미로운 점은 초상화는 그리는 사람, 그리는 시기, 그리고 보는 사람에 따라 그 의미와 모습이 변화한다는 것이다. 이는 초상화가 단순히 캔버스 위의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고 시대와 관점에 따라 새로운 의미를 창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모딜리아니가 잔 에뷔테른을 매번 다르게 표현하고, 에곤 실레 역시 자신의 자화상을 다양한 방식으로 그려낸 것처럼 이는 마치 모딜리아니의 눈동자와 에곤 실레의 거울이 서로를 반영하는 것과 같다. 

 

화가시리즈 뮤지컬 '모딜리아니' '에곤 실레' 프레스콜이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SKON 2관에서 진행되었다. 두 개의 뮤지컬은 시간 차를 두고 한 장소에서 진행된다. 이날은 두 개의 뮤지컬 중 각각 4개의 하이라이트 시연 후 간담회로 이어졌다. 

 

화가시리즈 뮤지컬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 프레스콜(백혜빈 작가 . 2023.12.1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화가시리즈 뮤지컬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 프레스콜(백혜빈 작가 . 2023.12.1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백혜빈 작가는 "제가 한승원 대표님이 제안하신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의 예술과 열정을 주제로 한 옴니버스 뮤지컬 제안을 받고 이 두 예술가에 대해 검색해 보니 가장 눈에 띄는 키워드가 '비극'이었다. 그들의 그림을 통해 답을 찾아가기로 결심한 것이 화가 시리즈의 시작이었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화가들의 이야기를 60분 안에 담아내야 했기에 그들의 유한하고 짧은 생을 3분 40초라는 곡의 길이와 '여름'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그림을 소개하고 그림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모딜리아니는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주마등처럼 회상하며 자화상을 그리는 이야기로 전시회 형식을 취하고 있고, 에곤 실레는 그가 사경을 헤맬 때 화려했던 전시회의 순간을 떠올리며 그것을 중심으로 이애하기 어려운 인물들이라 사건보다는 인물의 정서와 감성을 중심으로 다루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나온 '3분 40초'라는 키워드와 함께 에곤 실레 스토리의 주제가 '여름'이라는 배경에 대한 질문에 백 작가는 "모딜리아니는 3분 40초는 일반적인 가요의 길이에 해당하는데 이 시간을 모딜리아니의 삶에 대입하여 표현했고, 짧지만 하나의 완결된 형태를 지닌 노래처럼 모딜리아니는 남은 시간 동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그림밖에 없다는 생각을 '3분 40초'라는 키워드로 담았다"라고 말했다. "에곤 실레의 경우는 만 28세의 나이로 사망했는데 일반적으로 청년기를 여름에 비유하곤 하는데 에곤 실레는 매우 열정적인 인물로 그의 삶은 가을이나 봄을 넘어서 오롯이 '여름' 그 자체였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그의 삶을 여름으로 은유하여 표현했다"고 했다. 

 

화가시리즈 뮤지컬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 프레스콜(정찬수 연출). 2023.12.1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화가시리즈 뮤지컬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 프레스콜(정찬수 연출). 2023.12.1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2022년 초연을 하고 2023년을 넘어 2024년까지 재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초연 때와 재연 때 고민한 지점이 조금 달랐던 것 같아요. 처음 이 작품을 만났을 때의 기억이 나는데요. 한 인간의 인생을 담기에는 1시간 반, 심지어 2시간 반도 사실 짧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화가 시리즈 뮤지컬은 한 사람의 인물과 그림, 그리고 그의 삶을 1시간 안에 담아내야 한다는 점에서 이 사람한테 어떤 세계가 있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어떤 부분을 취해야 하는지 선택의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연출을 맡은 정찬수 연출은 작품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키워드와 창작 과정에서의 어려웠던 부분에 대해 위와 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연출 콘셉트를 잡으면서 '목소리'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예술가들이 자신의 생각과 삶의 이야기를 작품에 담아내는 것처럼 그것들을 목소리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모딜리아니 같은 경우 마이크를 통해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사실 들어주지 않는 세계와의 대립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에곤 실레 경우는 자신의 목소리를 확장시켜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는 인물로 그렸습니다. 이 컨셉을 구축하면서 표현 방식도 마이크를 통해 전개했고, 마이크의 형태에 따라 에곤 실레의 자세, 몸 상태, 감정 등을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초연 때와 재연 때의 달라진 점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이어갔다.

 

정 연출은 "초연 당시에는 작품의 체계를 구축하고 이야기 전달 방식에 주목해서 공부하면서 인물의 생애와 아픔을 이해하는데 중점을 두었고, 재연 때는 대본과 가사의 의미를 좀 더 깊이 있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장면적으로는 큰 변화는 없었다"라며 "인물의 한 생애를 60분 안에 압축해야 했기 때문에 특정 이야기와 그림을 선별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인물의 실제 시간과 다르게 흐르는 시간들 사이의 인과관계를 좀 더 촘촘하게 연결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출적으로는 배우가 바뀌면서 생긴 변화를 장점으로 삼았다. 각 배우가 가진 독특한 색깔과 이해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에곤 실레와 모딜리아니를 해석하는 관점을 넓혔습니다. 같은 대사와 장면이지만 각 배우들의 색깔에 다른 다른 의미와 무대를 구현할 수 있게 하고자 했으며, 공연이 각기 다른 해석을 가질 수 있도록 배우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노력했다"고 부연했다.

 

화가시리즈 뮤지컬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 프레스콜(문동혁 작곡가). 2023.12.1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화가시리즈 뮤지컬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 프레스콜(문동혁 작곡가). 2023.12.1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전혀 다른 두 작품을 엮어 하나의 뮤지컬로 표현해 낸 문동혁 작곡가는 이번 작품의 음악적 방향성과 이전 활동과의 차이점에 대해 "대표님이 밴드가 무대 위에서 라이브로 연주하는 다른 스타일의 음악 스타일을 요구하셔서 작가님이 써주신 가사에 멜로디를 붙이고, 밴드의 편곡 방식을 고민하는 작업을 미리 해봤다"면서 "연습실에서는 주로 피아노로 연습을 진행 하다보니 작년 초연 같은 경우 배우분들이 음악의 스타일을 이해하기 어려워하신 부분도 있었어요. 뮤지컬 작업이 처음이다보니 리듬에 노랫말을 붙이는 방식 등이 기존의 것과 많이 달라서겠죠. 하지만 실제 무대에서 라이브로 연주될 때엔 음악의 에너지가 충분히 발산되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의 음악적 콘셉트는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문 작곡가는 "모딜리아니는 드라마틱한 요소가 많기 때문에 감정선을 따라 음악이 흘러가도록 노력했고, 에곤 실레는 특히 오프닝 넘버에 신경을 썼습니다. 에곤 실레라는 인물이 독특하고 눈에 띄는 캐릭터로 표현될 수 있도록 에너지 넘치는 곡들을 많이 구상했고, 에곤 실레와 관련해 작가님과 한대표님과 대화를 나눌 때  데이빗 보위가 많이 생각났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에곤 실레와 데이빗 보위가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그래서 에곤 실레의 음악을 쓸 때 데이빗 보위를 많이 생각하며 작업했다"고 말했다. 

 

열정과 비극, 교차점에 서 있는 20세기 이탈리아 화가 모딜리아니와 욕망과 불안을 선과 색으로 표현한 20세기 오스트리아 화가 에곤 실레 역에는 배우 양지원, 김준영, 황민수, 최민우가 연기한다. 

 

​화가시리즈 뮤지컬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 프레스콜(에곤 실레 역 황민수). 2023.12.1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화가시리즈 뮤지컬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 프레스콜(에곤 실레 역 황민수). 2023.12.1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네 배우 중 황민수는 초연에 이어 이번 재연에도 참여하는 배우로서 어떻게 캐릭터를 구축했냐는 질문에 그는 "화가시리즈 선배로서 재연에 참여한 뚜렷한 이유가 있다. 작품이 너무 좋아서 재연까지 흔쾌히 하고 싶다고 먼저 말했다.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는 겉보기에는 매우 다르지만 닮아 있는 부분이 되게 많아요. 표현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노래 스타일과 대사의 말투, 존댓말과 반말 형식, 콘셉트 다 너무 다르지만 그들을 연기하면서 느낀 내면적인 요소는 사실 똑같아요. 모딜리아니는 기침을 잦게 한다든가 연기적으로 신체적인 불편함을 조금 더 부각시키며 꿋꿋이 나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에 포인트를 줬고, 에곤 실레는 결핍이 많은 인물로서 더 당당하게 드러내고 부딪히고 그랬었던 같다. 물론 속으로는 너무 겁나고 무섭기도 했겠지만 그런 부분을 생각해서 저는 겉으로는 당당하게 부딪히면서도 속으로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는 에곤 실레의 복잡한 심정을 표현하는데 초점을 맞췄음"을 말했다. 

 

황민수는 작품을 준비하면서 모딜리아니에서 가장 공감하는 부분이 양지원과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에곤 실레에서는 넘버 '여름의 끝' 마지막에 말하는 대사가 있는데 '세상은 항상 우리에게 뜨겁게 열정적으로 살라는 말을 하고 있는데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세상에서 나라고 말이 되게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거야?'라고 당당하게 되묻는 대사이다. 정말 너무 좋아하는 말"이라고 밝혔다.

 

​화가시리즈 뮤지컬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 프레스콜(에곤 실레 역 양지원). 2023.12.1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화가시리즈 뮤지컬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 프레스콜(에곤 실레 역 양지원). 2023.12.1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새로 참여하는 양지원은 "두 인물은 너무나 다른 인생을 살았지만 궁극적으로 인간의 이면에 있는 그 모습을 찾고자 했고,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각들이 특별함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인간의 내면, 그리고 제 자신을 많이 돌아봤습니다. 모딜리아니를 연기할 때는 마이크를 쓰지 않다고 이야기 했다"면서 "왜 사람들이 내 입만 쳐다보고 내 겉모습만 쳐다보고 내 진짜 눈동자를 봐주지 않는가, 그에 대한 결핍을 좀 더 보여주고 싶었다. 에곤 실레 경우는 어머니께서 받지 못했던 그 사랑에 대한 결핍을 좀 더 중점적으로 표현코자 했다"고 전했다. 

 

가장 공감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모딜리아니 작품에서 마지막에 세상의 무관심에 대한 답답함을 그냥 '아'라는 단어로 그 감정을 표출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답답한 마음을 그냥 어떠한 가사도 없이 마음을 소리로 표현하는 신으로 가장 마음에 와 닿았어요. 예전 연습하던 시절과 그리고 무대를 하면서 경험한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이번 모딜리아니를 준비하면서 그 장면에서 되게 많이 와닿았고, 저에게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장면이 되었습니다"라고 했다.

 

​화가시리즈 뮤지컬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 프레스콜(모딜리아니 역 최민우). 2023.12.1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화가시리즈 뮤지컬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 프레스콜(모딜리아니 역 최민우). 2023.12.1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마지막으로 최민우는 "극 중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는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생각했다.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이 캐릭터들이 동일한 상황 속에서 어떤 마음과 행동으로 나아갈 것이냐에 대한 것이었다. 그래서 모딜리아니는 긍정적으로 에곤 실레는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등의 차이를 두는 게 이 작품의 어떤 핵심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모딜리아니는 당당하게 나아가려 하지만 결국 기가 죽고 계속 뭔가 그 안에서 결핍이 생기는 반면 에곤 실레는 어떤 상황이 생겼을 때 그거를 정말 급진적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모습들이 되게 재미있었다. 그 상황에 대처하는 반응과 행동, 저의 생극들에 중점을 뒀다"고 했다. 

 

이어 "덧붙이자면 모딜리아니는 그가 살아온 세계와 비슷한 이 노래와 이 극을 따라가기만 해도 그냥 자연스럽게 충분히 제가 표현을 할 수가 있었고, 에곤 실레는 제가 개척해 나갈 수 있는 그런 포인트들이 되게 흥미로웠다. 에곤 실레는 좀 자유로워 두 작품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 상반돼 너무 재미있는 작품"임을 강조했다. 

    

"화가시리즈 모딜이라니, 에곤 실레 두 인물은 우리에게 삶의 도전을 상기시킵니다. 우리도 모딜리아니처럼 우리를 재촉하는 그런 시대의 흐름을 쫓기며 살아야 될 시간들이 분명히 있고, 에곤 실레처럼 전쟁 같은 어려움을 이겨내야 될 순간들이 분명히 있듯이 이들의 삶이 모두 비극이라고 하지만, 사실 삶에는 딱히 그걸 규정짓는 정답은 존재하지 않아요. 그래서 이 작품을 통해서 여러분들 마음 속에 가지고 계신 그 각자의 정답을 꺼내는 그런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백혜빈 작가 

 

화가시리즈 뮤지컬 모딜리아니, 에곤 실레는 2024년 3월 10일(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SKON 2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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