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계속되는 인간들의 불평에 열의를 잃어버린 신. 재료를 배합해 인간을 만드는 이 곳, 천상계 '클라우드'.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인생을 다운로드하던 신 앞에 일생일대의 꿈을 이루기 직전 생을 마감한 악상이 자신의 불량 인생을 환불해 달라는 엉뚱한 요구를 한다.
창작 뮤지컬 '신이 나를 만들 때'는 고생만 하다 요절한 불운의 아이콘 '악상'이 오기와 끈기로 디지털 천상계 '클라우드'에 우연히 들어가 불행과 불운으로 점철된 자신의 인생 환불을 요구한다는 참신한 설정과 록 사운드 기반의 대중적이고 세련된 음악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작품의 배경이 디지털 천상계 되는 '클라우드'는 '신'이라는 비과학적 존재가 지극히 과학적인 디지털 시스템 속에서 인간의 재료를 배합하는 아이러니한 재미가 넘치는 공간이다.
창작 뮤지컬 '신이 나를 만들 때' 프레스콜이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진행되었다. 표상아 연출, 김희은 음악감독을 비롯해 배우 황한나, 정다희, 임진섭, 장윤석, 류찬열, 박새힘, 전혜주가 참석했다.
작품은 신의 실수를 발견하고 당당히 '환불'을 요구하는 악상, 인간과 인간 세계 창조 업무에 최선을 다했지만 불평만 쏟아내는 인간들에 지쳐버린 신,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보였지만 가지지 못한 한 가지 때문에 고통 받은 호상, 겁 없이 오지를 누비며 삶과 죽음이 스치는 순간을 담아온 사진다 영, 각자의 시선으로 삶을 응시하는 네 캐릭터의 흥미진진한 천상계 모험은 부모, 경제력, 외모 등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들로 인생의 8할을 결정될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유쾌한 웃음과 긍정 에너지를 선사한다.
표상아 연출은 "사실 대학로 창작 뮤지컬에서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이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때가 왔다고 본다. 기존의 독특한 소재와 발상이 무대에 많이 구현되기를 바란다. 그래야 다양한 관객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참여할 때마다 기쁜 마음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대 구성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대극장에 올려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작은 공간에서 운영하기에는 장치가 많았다. 신이 인간을 만드는 스토리는 아날로그적이지만 공간을 설명하는 용어들은 디지털 용어였다. 두 가지가 유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무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신이 나를 만들때'는 록 사운드 기반의 대중적이고 세련된 음악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김희은 음악감독은 "팝스타일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를 이용하고 있다. 코미디 장르를 음악으로 구현하는 것에 고민이 많았다. 작곡가님이 밴드 기반의 음악을 구상해주셨다. 록, 보사노바, 스윙, 팝 장르를 이용해서 드라마를 맞도록 재미를 더하려고 했다"면서 "장점은 관객들이 쉽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잔달력이 문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잘 전달해서 즐길 수 있도록 편곡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신 역에는 뮤지컬 '배르나르다 알바 등에서 거침없는 연기와 뛰어난 가창력으로 주목 받은 배우 황한나, 뮤지컬 '렌트'와 연극 '빛나는 버러지' 등에서 매력적인 보이스와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 장악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배우 정다희가 무대에 올라 창조에 대한 열의를 잃어버린 인물의 고민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황한나는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다. 창조의 신은 전능자의 모습이 아니라 공무원 같았다. 사람을 만드는 신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었다. 관객들이 작품을 보고 '나도 잘못 만들어진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했다. 어떻게 하면 잘 풀어낼까 고민을 했다. 이 역할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영광이다"라며 작품에 참여한 소감을 말했다.
같은 신 역의 정다희는 "신을 믿는 사람이지만 본적은 없기 때문에 어려웠다. 어떻게 해야 신 역할을 과장되지 않고 부정적이지 않게 관객들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을가 생각해 봤다. 답은 그냥 하는 거였다. 나 답게 연기하려고 했다"고 했다.
신의 작은 실수를 발견하고 인생 환불을 당당히 요구하는 악상 역에는 장윤석, 류찬열, 임진섭 배우가 연기한다. 실제로 신으로부터 인생을 환불 받았다면 그 이후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류찬열은 "인간 세상에 내려가서 클라우드에서 있었던 일들은 모두 잊고 그대로 악상의 삶을 반복해서 살았을 것 같다. 가끔 꿈에서 생각이 나서 예지몽처럼 악재를 피해가는 삶을 살 거 같다"고 했고, 임진섭은 "아름답고 예쁜 것을 찾아다닐 것 같다. 이 작품에서는 인생 환불이라는 설정이 있는데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제가 공연 전에 늘 생각하는 부분인데 지친 일과를 마치고 이 작품을 보러오시는 관객분들이 다 잊고 행복감을 가지고 귀가하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장윤석은 "크게 바뀌지 않을 거 같다. 작은 변화를 느끼면서 걸어갈 것 같다"고 했다.
이 작품은 사후 세계를 신세대에게 익숙한 디지털 용어로 풀어내 눈길을 끈다. 클라우드, 휴지통, 바이러스, ID카드 등으로 신, 삶과 죽음 그리고 환생을 이야기 한다. 특히 억울하고 힘든 순간이나 인생에 관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이입하는 점이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표상아 연출은 "기발한 각본들이 많이 찾아와 감사하다. 밈(meme)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현대판이라고 생각하며 작업했다"라며 성원을 당부했다. 작품은 6월 11일까지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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