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컬렉션' 프레스콜(제임스 역 강신구) 2023.12.01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연극 '컬렉션' 프레스콜(제임스 역 강신구) 2023.12.01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두 남녀의 외도에 대한 진실과 거짓을 찾아가는 연극 '컬렉션'이 열흘간 관객들을 맞이한다. 

 

서울시극단의 다섯 번째 레퍼토리로 영국 극작가 해롤드 핀터((Harold Pinter)의 1961년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하는 연극 '컬렉션'은 진실 찾기에 관한 추리극이다. 작가는 2005년 노벨문학상을 받았으며, 독특한 문체와 주제를 심도있게 탐구하며 문화계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핀터레스크(Pinterresque)는 그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특징으로 일상적 대화 중 발생하는 침묵을 활용한다.

 

작품은 동성애 커플인 해리와 빌, 부부인 제임스와 스텔라가 출장지에서 생긴 두 남녀의 외도에 대해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며 진실을 찾아간다. 스텔라와 빌의 외도라는 축을 중심으로 네 명의 등장인물이 한 사건을 두고 다른 진술을 하는 모습을 통해 진위여부는 점점 모호해지고 관계는 얽힌다. 네 사람 각자의 이야기가 진실일 수도 있고 거짓일 수도 있는 현실과 환상의 세계가 불문명해지며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확증편향적인 모습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연극 '컬렉션' 프레스콜(변우정 연출) 2023.12.01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연극 '컬렉션' 프레스콜(변우정 연출) 2023.12.01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 연극 '컬렉션' 프레스콜에 참석한 변유정 연출은 "배우들이 일상의 대화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수많은 생각이 동시다발적으로 얽혀 흘러가는 작품"이라며 "우리가 생각하는 순간을 이 무대에서는 다른 시간대를 가지면 어떨까 해서 이 순간에 충실한 부호에 연출과 선을 배우들과 함께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극의 오묘한 긴장감을 주기 위해 영화음악을 적용했다고 했다. "배우들의 말과 침묵 그리고 대사를 통해 영화적 감각으로 연출하기 위해 영화음악을 하는 작곡가를 섭외해 함께 의논해 사용했다"고 부연했다. 

 

연극 '컬렉션' 프레스콜(스텔라 역 최보라) 2023.12.01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연극 '컬렉션' 프레스콜(스텔라 역 최보라) 2023.12.01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이야기의 발단을 제공하는 스텔라 역의 최나라는 작품 속에서 고양이를 안고 등장한다. 이에 대해 "자기 외로움, 남편과의 관계에서 오는 공허함으로 인해 애착의 대상이 고양이이다. 고양이는 자기 영역이 강하고 경계심이 강한 동물로 작품 속 스텔라하고 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연극 '컬렉션' 프레스콜(제임스 역 강신구) 2023.12.01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연극 '컬렉션' 프레스콜(제임스 역 강신구) 2023.12.01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스텔라의 남편 제임스 역의 강신구는 "'그동안 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컬렉션'은 참 어려운 작품입니다. 여기 있는 네 명 전부 각자가 원하는 확증편향에 대한 성향들이 있는데 그런 부분들이 작품을 통해서 혹은 인물들을 통해서 잘 전달하는 게 이번 작품의 어떤 승부가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제임스가 믿고 있는 사실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한데 그 정보 중에는 어떤 부분들을 진실이거나 거짓일 수 있수 있는데 이런 부분들이 혼재돼 있다"고 말하며 작품이 진행될수록 미궁에 빠지는 인물들의 상황이 벌어진다고 귀뜸했다. 

 

연극 '컬렉션' 프레스콜(드라마투르기 김철리) 2023.12.01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연극 '컬렉션' 프레스콜(드라마투르기 김철리) 2023.12.01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드라마트루기 김철리는 이 작품에 대해 "여기에서 분명한 것은 없다"고 단정하며 "예를 들어 해리와 빌이 동거하는 것이 동성애라고 꼬집어 얘기할 수가 없다. 어떻게 보면 형, 동생 같기도 아버지와 아들 관계, 가난하지만 재능 있는 얘를 데려다 키워볼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것은 관객분들이 보면서 유추해 보면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이 진실이고 거짓이냐' 하는 것이 굉장히 혼재돼 있다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60년대 쓰여진 영국 작품임에도 다 각자 해석하고 주장하고 확실한 것이 없는 현재의 모습을 다루고 있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과연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이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를 말했다.

 

끝으로 변 연출은 "핀터의 작품은 일반적인 작품과 템포가 다른 것이 특징이다. 작품을 연출하며 관객들이 생각하는 시간을 더 가질 수 있도록 극의 템포에 신경을 썼다"면서 "관객들이 배우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지, 어떤 위치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는지 유심히 살펴보면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며 관전 포인트를 꼽았다. 

 

연극 '컬렉션'은 12월 1일(금)부터 12월 10일(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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