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 '그리멘토'(GRIMENTO)의 연습실 공개 및 기자간담회. 2023.08.25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현대무용 '그리멘토'(GRIMENTO)의 연습실 공개 및 기자간담회. 2023.08.25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세종 컨템퍼러리 시즌 '싱크 넥스트 23(Sync Next 23)의 마지막 작품인 현대무용 '그리멘토'(GRIMENTO)가 9월 7일부터 1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시어터에서 선보인다. 

 

서울시무용단 '일무'로 성공적인 협업을 보여준 정구호 연출, 김성훈 안무가의 신작으로 기대를 모은다. 현대무용 '그리멘토'(GRIMENTO)의 연습실 공개 및 기자간담회가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서울시무용단 연습실에서 진행되었다. 간담회에는 정구호 연출과 김성훈 안무가가 참석했다.

 

'그리멘토'(GRIMENTO)는 불어로 회색을 뜻하는 'Gri'와 라틴어로 기억, 순간을 의미하는 'Memento'의 합성어로 '회색의 순간들'을 의미한다. 이 작품은 최근 각 분야에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학교폭력을 주제로 우리 모두가 지나온 시간이지만 결코 모두가 웃을 수만은 없는 학창 시절, 그늘진 기억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국내 최고의 비주얼 디렉터 정구호 연출이 무대, 조명, 소품 디자인을 맡았으며, 세계적인 무용단 아크람 칸 댄스컴퍼니 출신으로 현재 국내외 현대무용씬에서 가장 활발히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김성훈이 안무를 맡았다.

 

'그리멘토'는 각기 다른 명도와 채도로 표현되는 회색빛 교실을 배경으로 차별, 갈등, 폭행, 치유 등의 의미를 가진 6가지 순간들이 블랙박스 씨어터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현대무용 '그리멘토'(GRIMENTO)의 연습실 공개 및 기자간담회(정구호 연출) 2023.08.25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현대무용 '그리멘토'(GRIMENTO)의 연습실 공개 및 기자간담회(정구호 연출) 2023.08.25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일무' '묵향' '산조' 등의 작품을 통해 전통의 현대화를 시도해온 정구호 연출은 이번 작품을 통해 보다 현대적이고 간결한 무대미학을 선보인다. 무대·소품·의상은 모두 회색으로 제작되었으며, 공연의 주요 키워드를 담아낸 영상이 시각적 효과를 한층 높여준다. 

 

정구호 연출은 이날 나날이 커져만 가는 학교폭력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문제해결에 기여하고 싶어 해결 방법도 나름 제시했는데 가해자나 피해자보다 방관자에 주목했다. 학교폭력을 법으로 처벌하기 보다는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해결하는게 가장 좋다고 본다"면서 "방관자가 용기를 내 가해자를 막고, 피해자의 손을 잡아줘 구원되는 식의 바람을 담았다. 피해자의 치유에도 중점을 둬 작게나마 해결방안도 냈는데 작품을 보고 다양한 의견이 오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간 인간 본연의 움직임을 무대화하는 작업을 해온 김성훈 안무가는 학생들의 다양한 버릇과 관습을 관찰해 안무로 표현했다. 무용수 16명이 정교한 군무로 일상성을 보여주는 한편 학교폭력을 직접적으로 재현한다. 김성훈 안무가의 독창적이며 강렬한 움직임이 기대된다. 

 

작품은 학교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경각심을 전달하기 위해 직설적으로 메시지를 전한다. 무용수 16명이 책상과 의자 오브제를 활용해 역동적이면서도 밀도 높은 움직임을 무대에 펼친다. 교실을 형상화한 무대에는 회색 책걸상을 비치하고 무용수들이 회색 교복을 입고 등장한다. 고등학생의 습관과 버릇을 본떠 만들어진 안무는 책상에 턱을 괴고 앉아 있는 자세나 의자를 뒤로 젖혔다가 돌아오는 동작 등으로 구성됐다. 

 

무용수들은 의자에 몸을 맡기듯 누웠다가 뒤엎기도 하고, 쓰러져 잠드는 동작을 형상화한 뒤 책상을 굴러서 넘기도 한다. 공연이 시작될 때 가지런했던 책걸상은 격렬한 동작이 반복될수록 흐트러지며 교실에 찾아올 혼란을 예고한다.

 

현대무용 '그리멘토'(GRIMENTO)의 연습실 공개 및 기자간담회(김성훈 안무가) 2023.08.25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현대무용 '그리멘토'(GRIMENTO)의 연습실 공개 및 기자간담회(김성훈 안무가) 2023.08.25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김성훈 안무가는 "책상 밑, 의자 위나 아래 등 다양한 공간에서 움직임을 주려고 고민했는데 생각지 않았던 공간들이 나왔다. 책걸상을 옮기며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 등 학교의 다양한 시간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동안 해왔던 무대와 달라 만족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무용수 16명이 모두 각자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어 표정과 걸음걸이, 버릇이 다르다. 방관자가 가해자로 거듭나고 방관자의 작은 움직임으로 큰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이 표현된다"고 부연했다. 

 

방관자에 대해서는 "회색이란 소재를 들었을 때 흰색과 검은색, 선과 악의 중간처럼 느껴져 방관자의 색이라고 생각했다. 방관자가 가해자를 막으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몸의 움직임으로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시연에는 총 6장 중 1,2장만 시연했다. 1장은 '아무 일도 없는 듯'으로 책상과 의자가 줄지어 놓인 교실, 학생들이 각자의 자리에 찾아 앉는다. 학생들의 동기화된 움직임과 책걸상 오브제가 만나 학교의 일상성이 리드미컬하게 표현된다. 2장 '작은 꼬투리'에서는 아무 일도 없어 보이던 교실에 권력과 계급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교실의 폭군은 괴롭힐 누군가를 찾는다.

 

현대무용 '그리멘토'(GRIMENTO)의 연습실 공개 및 기자간담회(김성훈 안무가-정구호 연출) 2023.08.25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현대무용 '그리멘토'(GRIMENTO)의 연습실 공개 및 기자간담회(김성훈 안무가-정구호 연출) 2023.08.25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정구호 연출은 "후반부 따돌림에서 벗어난 피해자가 마음을 치유하는 장면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다. 오늘 후반부를 보여주지 못했는데 관객들이 작품의 결말을 보면 감정적으로 큰 울림을 느낄 것"이라며 "교실 내 아주 작은 행동을 통해 이뤄질 수 있는 치유를 생각했다. 작품을 본 이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주고 토론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리멘토'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학폭'을 주제로 한 창작 무용이다. 가해자, 방관자, 피해자라는 구체적인 배역을 설정하고 평범한 교실에서 학교폭력이 일어나는 과정을 총 6장으로 구성했다. 학교폭력의 현장을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고, 치유의 과정까지 그려냄으로써 사회적 관심을 호소한다. 작품은 9월 7일부터 1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시어터에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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