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레드' 프레스콜(마크 로스코 역 유동근) 2022.12.28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연극 '레드' 프레스콜(마크 로스코 역 유동근) 2022.12.28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선 굵은 연기를 보여주며 대체불가한 존재감을 선보이는 배우 유동근이 2011년 뮤지컬 출연 이후 11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른다. 그가 선택한 작품은 미국의 작가 존 로건(John Logan)이 러시아 출신의 추상표현주의의 거장 마크 로스코의 삶을 쓴 '레드'다.

 

마크 로스코는 1950년대 추상표현주의의 대표적 화가로 1903년 러시아에서 태어난 유대계로 1913년 미국으로 건너왔다. 예일대에서 역사와 철학을 공부하였던 로스코는 1923년 학업을 중단하고 뉴욕으로 이주하면서 화가의 길로 들어선다. 정식 미술학교 수업을 배우지 않은 그는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깊이 있는 작품으로 뉴욕화파의 중심인물이 된다. 구상화부터 추상화까지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며 1970년 스튜디오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20년간 그린 색면 추상화로 미술사에 각인되고 있는 인물이다.

 

"사실 연습을 시작하고 가장 후회되는 것은 연극 '레드'를 봤다는 거였다. 좋은 대사가 담겨 있고 품격이 있는 연극을 보고 마크 로스코를 만나 보고 싶어 작품에 도전했는데, 제가 발을 잘못 들여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연극 '레드' 유동근 

 

2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연극 '레드' 프레스콜이 진행되었다. 하이라이트 시연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유동근은 "연극을 한지 한 30년이 넘은 것 같다. 저희가 연극을 하던 시절은 직접 명동에서 포스터를 붙이러 다녔고, 극단 생활에서는 늘 무대에서 청소와 심부름 하기에 바빴다. 그러다 방송국에 들어갔고, 이번에 정말 오랜만에 무대에 서니까 무대 위에서 일하는 스텝들을 보면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라며 지난 시절을 소회했다.

 

유동근이 연극 '레드'에 도전하게 된 배경에는 배우 정보석이 자리했다. 유동근은 "2019년 정보석 씨가 '레드'를 공연할 때 그가 연기하는 로스코의 매력에 흠뻑 취했다. 그래서 대본을 얻어서 봤고 '레드' 제작사 박명성 대표를 만나면서 용기를 얻어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식 연습보다 약 3주 앞서 연습에 돌입할 정도로 유동근은 이번 '레드'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고 했다. 그는 "아직도 얼떨떨합니다. 솔직히 말해 연기 속에서 고풍스럽고 수준 높은 모차르트를 만날 줄은 생각지 못했는데 음악을 들으면서 연기할 줄은 몰랐다"면서 "저 역시 켄(로스코 조수)하고 같은 입장인 것 같다. 너무 오래만에 무대에 서서 오늘 이런 과정은 제게 사실 첫 경험"이라며 떨리는 심경을 전했다.

 

연극 '레드' 프레스콜(마크 로스코 역 유동근) 2022.12.28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연극 '레드' 프레스콜(마크 로스코 역 유동근) 2022.12.28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연극 '레드'는 2인극으로 마크 로스코 역에는 유동근과 정보석이 무대에 오른다. 묵직하며 선 굵은 연기 톤을 선보인 유동근과 달리 지적이며 섬세한 연기를 펼친 정보석의 연기 색깔은 확연히 달랐다. 정보석의 로스코에 대한 유동근의 평가가 궁금했다. 

 

유동근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가 있고, 각 배우들이 생각하는 인물에 대한 표현의 방식이 정보석 씨는 그만의 방식이 있듯이 서로 온도의 차이는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는 저대로 정보석의 로스코가 부럽기도 하다. 특히 양복을 입었을 때 참 부러웠다. 저는 로스코를 한다고 했을 때 삶에 대한 희로애락 파장이 너무 크기 때문에 저 개인적으로 그쪽에 너무 치우치면 안 되겠다 싶었다"라며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또한 인간 로스코에 대한 단편적 어려움에 대해서도 털어났다. 유동근은 "그냥 인간적인 사람, 인간 로스코 ... 이 사람이 무엇을 추구했고 어느날 갑자기 만난 자기 제자와의 일상에서 자기를 어떻게 변덕스럽게 했고, 어떻게 더 일상의 사이클이 높고 낮음이 불규칙한 인물인지 생각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제가 로스코를 표현하고자 했던 고민은 가까이 가기엔 조금 어려운 면이 많았다"고 했다.

 

연기 출발이 연극이었던 만큼 유동근은 무대에 서는 배우들에 대한 대중들의 응원과 격려의 필요함을 어필했다. 그는 "공연이 끝나고 집에 갈 때가 되면 무대에 대한 운명이라든지 숙명이라든지 정말 순수 연극배우들이 무대에서 더 좋은 작품을 많이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사실 저는 앞에 연극배우란 타이틀을 붙일 수 없다. 실례가 된다"라며 "순수 연극배우들에게 여러분들인 인정해주시고 격려해주시면 후배들이 무대에 섰을 때 글 한 줄, 말 한마디는 굉장한 큰 힘이 된다"면서 성원을 당부했다. 

 

연기라는 것은 결국 설득의 과정으로 연극 '레드'를 통해 관객분들에게 어떤 연기를 보여드리면서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유동근. 그가 작품 속 로스코에 감정을 녹여내어 어떻게 관객분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그 과정 자체를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면 어떨까 싶다. 연극 '레드'는 내년 2월 19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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