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최근 벌어진 미국의 모 MMA단체의 경기가 많은 화제를 낳았다. 최고의 타격가와 그래플러의 대결이었던 그 경기는 상대를 한방에 잠재우는 타격이 강한지, 아니면 상대를 눕혀놓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그래플링이 강한지를 증명했던 경기였다.

 

이런 논쟁을 실제로 증명해낸 사나이가 국내에도 있다. ‘끝판왕’이라 불리는 권아솔(32, 팀 코리아 MMA)이다. 권아솔은 ROAD FC 무대에서 극강의 테이크다운 방어를 보여줬다. 처음 타이틀전을 했을 때와 2차 방어전을 했을 때가 실력을 증명한 경기다.

 

권아솔 VS 쿠메 타카스케 . 제공 ROAD FC

■ 그래플러 쿠메 타카스케 침몰

 

2014년 8월 17일로 시계를 돌려보자. 권아솔은 쿠메 타카스케와 ROAD FC 라이트급 타이틀을 놓고 대결했다. 당시의 평가는 쿠메 타카스케의 압도적인 우세. 권아솔은 언더독으로 평가받으며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 예상됐다. 권아솔 스스로 “99.9%가 나의 패배를 예상했다. 나에게도 도전이었던 경기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선수로서 자존심이 상할만한 세간의 평가였지만, 권아솔은 흔들리지 않고 연습에 집중했다. 그 결과 케이지 위에서 놀랄만한 반전을 이끌어내며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반전은 바로 완벽에 가까운 방어. 쿠메 타카스케의 태클을 예상했다는 듯이 권아솔은 노련하게 수비를 해내며 상대의 장점을 없애버렸다.

 

“쿠메 타카스케의 작전은 예상하고 있었다. 태클 방어를 많이 연습했다. 케이지에 붙어있을 때 클린치 상황에서의 수비도 연습을 많이 했다. 작전대로 잘 됐다” 뛰어난 방어력에 대한 권아솔의 설명이다.

 

수비가 잘 되자 공격도 잘 풀렸다. 권아솔은 아웃복싱으로 쿠메 타카스케의 태클을 견제하면서 데미지를 주는 작전으로 경기를 주도했다. 3라운드에 테이크다운을 당하며 위기에 처했지만, 세컨드인 박창세 감독의 지시를 듣고 침착하게 대응했다. 결국 권아솔은 위기를 극복한 뒤 파운딩 공격을 퍼부으며 전세를 역전시켰다. 심판 판정 결과는 권아솔의 승리. ROAD FC 라이트급 챔피언으로 권아솔이 우뚝 선 순간이었다.

 

ROAD FC 라이트급 챔피언 권아솔이 2016년 12월 10일 XIAOMI ROAD FC 035 메인이벤트로 치러진 라이트급 방어전에서 일본의 사사키 신지(BURST)를 1라운드 3분 37초 파운딩에 의한 TKO승으로 타이틀을 방어했다.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DB

■ 사사키 신지를 실신 시킨 KO 펀치

 

2차 방어전에서는 그래플러 사사키 신지를 상대했다. 사사키 신지는 그래플링도 뛰어나지만, 타격 능력도 갖추고 있어 더욱 까다로운 상대. ‘트래쉬토커’ 기질로 권아솔이 대중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던 때라 타이틀 방어는 힘들어보였다. 공백기로 인한 경기 감각을 문제로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막상 케이지 위에 올라가자 권아솔은 달라졌다. 침착하게 스탭을 밟으며 사사키 신지의 움직임을 읽었고, 기회가 될 때마다 펀치와 킥을 고루 섞으며 공격을 시도했다. 펀치로 다운을 이끌어낸 상황에서도 무리하게 파운딩 공격을 하지 않고 스탠딩 상황으로 다시 기회를 찾는 침착함이 돋보였다.

 

이 경기의 백미는 바로 권아솔의 라이트 펀치와 이어지는 파운딩 공격이었다. 당시 1라운드 중반 권아솔의 펀치를 맞은 사사키 신지는 쓰러졌고, 이어지는 파운딩에 심판은 경기를 종료시킬 수밖에 없었다.

 

당시 경기 중계화면에 정확히 잡힌 게 있다. 권아솔의 눈빛이다. 권아솔은 상대의 움직임을 확실히 읽고 상대의 관자놀이를 향해 강펀치를 날렸다. 럭키펀치가 절대 아니라는 뜻이다. 이 경기로 권아솔은 라이트급 챔피언 자리를 지켰고, ROAD FC 100만불 토너먼트가 진행되며 ‘끝판왕’으로 상대를 기다리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권아솔의 상대가 될 결승전 진출자 샤밀 자브로프(34, AKHMAT FIGHT CLUB)와 만수르 바르나위(26, 팀 매그넘/트리스타짐) 모두 그래플러라는 점이다. 두 파이터 모두 펀치력도 있지만, 그래플링이 최대 장점이라 권아솔의 지난 경기들을 떠오르게 할 수 있다.

 

최근 권아솔은 100만불 토너먼트에 대해 “시합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분이 너무 좋다. 하빕 형이든 누구든 다 X졌다”라며 “사사키 신지와의 경기 이후로 운동을 쉰 적이 없다. 모두가 나를 보고 깜짝 놀랄 거다. 인생 경기를 보여주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100만불 토너먼트는 내년 2월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결승전을 치루며, 5월에는 제주도에서 권아솔과 결승 진출자가 최종전을 치른다. 과연 권아솔은 ‘끝판왕’답게 타이틀을 다시 방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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