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한국인 최초로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선유예권(34) 이 3년 만에 새 앨범 '라흐마니모프, 리플렉션'으로 돌아왔다.
2020년 데카 첫 스튜디오 앨범 '모차르트'에 이은 두 번째 앨범으로 라흐마니노프 탄생 150주년을 맞아 가장 라흐마니노프다운 작품을 담았다고 했다.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선우예권 앨범 '라흐마니모프, 리플렉션' 발매 기념 및 전국 투어 기자간담회가 진행되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선우예권은 라흐마니노프는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라고 했다. 그는 "15세에 미국 명문 커티스 음악원에 입학했지만 당시 음악을 어떻게 듣고 느끼고 표현하는지 전혀 모르고 생각도 없어 어려움이 많았다. 18세에 지금은 타계한 세이무어 립킨 교수를 만나 라흐마니노프의 '코넬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배웠고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당시 결선 연주곡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이었다. 나에게 라흐마니노프는 감정적으로, 가슴을 뜨겁게 들끊게 만드는 작곡가이다. 쇼팽과 비슷하게 대중이 직접적으로, 감정적으로 느끼는 작곡가로서 저 역시 어려서부터 좋아하는 작곡가였다. 마치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는 많은 재료를 담아 둔 피아노를 잘 아는 작곡가여서 연주가가 고충을 겪을 수 밖에 없지만 더 많은 물감으로 색채를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라흐마니노프의 곡을 들으면 넓은 바다를 저공비행 하는 느낌이 든다. 길게, 길게 호흡하는 부분이 곡선을 이루는 게 아니라, 선율 안에서 힘의 완급 조절이 이워지는 게 특징적이다. 그 힘의 밸런스를 찾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해 말했다.
은사인 세이무어 립킨 교수에 대해서는 "따뜻한 분이시다. 가족같고 할아버지 같은 존경하는 분으로 선생님의 소리가 지금도 귀에 남아 있다. 이 곡(코넬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통해 표현력을 키워나가고 성장할 수 있었다"고 존경하는 마음을 나타냈다.
이번 앨범에는 선우예권이 반 클라이번 우승을 안겨준 라흐마니노프 탄생 150주년을 맞아 레퍼토리를 구성했으며, 라흐마니노프가 남긴 단 두 개의 변주곡인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 Op. 42', '쇼팽 주제에 의한 변주곡 Op. 22'부터 로맨틱한 선율로 널리 사랑받는 '첼로 소나타 G단조 Op. 19 - 3악장: 안단테', 라흐마니노프가 직접 편곡한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슬픔', '모스크바의 종'이라는 부제로 유명한 '전주곡, Op. 3 중 2번' 등을 포함해 총 6곡을 수록했다.
선우예권은 "변주곡은 작곡가가 자신의 음악적 아이디어를 모두 담아 꾸며내는 장르라서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제대로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며 "(라흐마니노프 음악으로) 나 자신을 반영(reflection)해 제 본연의 모습을 증명하고 싶다는 뜻에서 앨범 제목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앨범 녹음은 지난 6월 초,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진행했다. 선우예권은 이번 앨범을 "애정과 애착이 가는 동시에 가슴 아픈 앨범"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녹음 당시 컨디션이 정말 안좋았다. 부비동염, 편도선염 등이 한꺼번에 왔다.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제 책임이 컸지만 수액을 맞아가며 녹음을 이어갔죠. 돌이켜보면 컨디션이 100%가 아닐 때 녹음을 해서 아쉬움도 있지만 유니버설 측에서 앨범을 잘 만들어 무척 만족하는 앨범이다"고 했다.
선우예권은 2017년 미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제15회 반 클라이번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며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린 연주자다. 또한 2012년 윌리엄 카펠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시작으로 센다이 음악 콩쿠르(2013년), 방돔 프라이즈(2014년), 인터내셔널 저먼 피아노 어워드(2015년) 등 해외 유수의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총 8회에 달하는 국제 콩쿠르에 입상했다. 한국인 피아니스트로서는 최다 국제 콩쿠르 우승 기록이다.
선우예권에게 국제 콩쿠르 우승은 도전이자 무대와 연주를 이어갈 수 있는 새로운 기회였다. 그는 자신을 비롯해 최근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이 잇따라 국제 콩쿠르를 석권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그 이전부터 본받을 많은 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저희가 지금 빛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특히 한국인들의 음악성이나 음악에 대한 헌신적인 모습을 관심 있게 보는 분들이 많아 콩쿠르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먼저 콩쿠르를 우승한 선배로서 후배 음악가들에게 대해 "콩쿠르 우승 이후 음악 생활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현명하고 확실한 해법은 누구도 갖고 있지 않지만 콩쿠르 이후 음악에 대한 확신과 열정, 본인의 애정을 돌아보는 게 중요하다"며 "콩쿠르 이후 많은 연주 기회로 정신과 감정 측면에서 고갈돼 연주를 포기하는 사람도 간혹 있는데, 그렇지 않기 위해서는 음악에 대한 신선한 마음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선우예권은 공연장이 아닌 장소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2022년 유튜브 '오느른' 채널의 시골집 앞마당 콘서트에 출연해 전북 김제의 한 시골 마을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청와대에서 열린 '2023 블루하우스 콘서트'에 출연했다.
이에 대해 그는 "예상치 못한 작은 마을에서 공연하는 것은 애틋하면서도 저에게 다시 연주를 사랑하게 하는 에너지를 가져다 준다. 그 당시 영상을 찾아보기도 하는데 너무 아름답게 영상이 꾸며져 있고, 코멘트도 황송할 만큼 표현력이 좋아 그런 소중한 말들을 통해 에너지 충전도 된다"라며 "어떤 공간이든 음악을 애정하는 분들이 계신가면 찾아가 연주하겠다"는 음악적 신념을 밝혔다.
앨범 발매를 기념하는 전국 리사이틀 투어도 진행한다. 오는 9월 23일부터 10월 20일까지 전국 11개 도시를 찾는다. 23일 화성 반석아트홀을 시작으로 서울에서는 오는 10월 1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앨범에 수록된 라흐마니노프의 변주곡 2곡과 함께 브람스가 편곡한 바흐의 '왼손을 위한 샤콘느', 바흐의 '건반을 위한 파르티타 2번' 등을 연주한다. 투어 마지막은 10월 20일 여수 GS칼텍스 예울마루이다.
선우예권은 "지난번 리사이틀은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객석을 꽉 채울 수 없었고, 사인회 등도 할 수 없었지만 이번에는 무대 밖에서도 사인회 등 관객과 직접 만날 수 있어 기대가 크다. 앨범과 공연이 많은 이들이 함께 하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