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갤러리 류가헌에서는 2024년 2024년 4월 16일(화) ~ 21일(일)까지 양병주 명상사진전 '아득한 시각'이 전시될 예정이다.
‘동백꽃이 피었다. 초승달이 떴다. 파도가 친다. 흰 포말이 인다. 윤슬이 반짝인다. 비가 내린다.’
이 문장들에 특별한 것이라곤 없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 주변에서 쉼 없이 일어나고 있는 자연현상이자, 때로는 무심히 지나치기도 하는 범상한 풍경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느 것 하나 신비롭지 않은 것이 없다. 동백꽃은 누가 일러주지 않아도 붉게 피어야할 때를 스스로 안다. 겨울에 피고 봄에 진다. 파도는 억겁의 세월을 밀려왔다 밀려가지만 단 한 순간도 같은 리듬인 적이 없고, 흰 포말의 저 형상은 오직 단 한번 세상에 드러나진 형상이다. 폐사지의 석탑은 부동으로 선 채 홀로 천년의 시간을 지나는 중이다. 그 위를 한때는 강물이었던 것이 빗방울로 내리고 있다.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하나의 대상은 예사롭기도 하고 신비롭기도 한 것이다.
사진가 양병주는 2008년에 연 첫 전시 <찰나의 꿈 - 아득한 곳에서 들려오는 메시지>, 2010년 두 번째 전시 <찰나의 꿈 - 천년의 꿈, 불국사에서> 등 ‘찰나의 꿈’ 시리즈에서부터, 그보다 오래전 21세기 문화와 영성지인 월간 <들숨날숨>지의 사진기자였던 때부터 그 예사 속의 신비를 사진 안에 담아 온 사진가다. ‘명상사진’이란 장르로 자신의 사진세계를 구별하고, 20년 가까이 일관해오고 있다. 주변의 평범한 풍경들을 명상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기록함으로써, 일상을 사느라 쉬이 잊고 마는 삶과 생명의 신비를 전하고자 한 것이다.
“모든 소재들은 그만한 존재 이유와 신비를 품고 있기 때문에 어떤 소재를 찍느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는 작가는, 사진을 찍을 때도 실재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방식을 택한다. 화면의 중앙에 대상을 두고 가장 표준이 되는 앵글로 찍으며, 촬영하는 동안에도 촬영한 이후에도 과장하거나 치레하지 않는다.
2015년에 처음 선보였던 <아득한 시각>을 10년 여 만에 동일한 주제와 제목으로 선보이는 이번 시리즈에는 붉은 동백꽃이 ‘순간의 꽃’으로, 흰 포말은 ‘순간의 파도’로, 달은 ‘초승달과 나뭇가지’에, 윤슬은 ‘빛과 사람’ 속에, 그리고 비는 ‘탑’ 안에 담겨 있다. 사진가와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면, 익히 잘 안다고 여겼던 풍경들이 일순 아득하고 신비롭게 뒤바뀌는 ‘문득, 깨달음’의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작가노트-
어스름이 내리고
깊은 어둠이 찾아오면
아득한 바다에 던져진 바위처럼
사라져가는 사물들의
침묵 속 기도를 듣습니다.
나의 시각은 실재를 있는 그대로 보려고 하는 스탠다드한 앵글이다. 시각적 초점 또한 대부분 앵글의 중앙에 위치해 있다.
이러한 평범하고 명확한 앵글을 통해 왜곡 없이 실체적 신비를 드러내려고 한다. 영적이며 명상적인 것, 심지어 진리조차 특별하거나 멀리 있는 것이 아닌 늘 가까이 평범한 곳에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든 소재들은 그만한 존재 이유와 신비를 품고 있기 때문에 어떤 소재를 찍느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소재가 가진 실체적 신비를 드러낸다면 각각의 신비들은 결국 그 무엇으로 통할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물의 실체는 눈앞에 무심한 듯 펼쳐져 있지만 그 너머의 본질에는 다가서기 어렵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더욱 아득하게 느껴진다.
‘아득한 시각’은 삶의 어귀를 돌 때 언뜻언뜻 순간 보였다가 사라지는 작은 빛에 대한 나의 ‘갈망’같은 것이다. 그것을 ‘꿈’이라고 해도 좋고 ‘기도’라고 해도 좋겠다.
양병주 명상사진전 <아득한 시각>은, 4월 16일부터 한 주간 사진위주 류가헌 1관에서 열린다. 전시는 5월 21일부터 한 주 동안 대구 봉산문화회관 3전시관에서 이어진다.
양병주 楊柄柱
2024 4. 명상사진전 ‘아득한 시각’ (류가헌갤러리, 서울)
2022 4. 명상사진 초대전 ‘찰나의 꿈’(불국사 회랑, 경주)
2016 6. 명상사진전 ‘아득한 시각’(KBS 방송총국 갤러리, 대구)
2015 10. 명상사진전 ‘아득한 시각’(류가헌갤러리, 서울)
2014 9. 명상사진 초대전 ‘찰나의 꿈’(나무갤러리, 서울)
2010 9. 명상사진 초대전 ‘찰나의 꿈’ (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08 11. 명상사진전 ‘찰나의 꿈’ (계명대학교 한학촌)
1999 2.-2000 7. 월간 문화와 영성 <들숨날숨> 사진기자
2004 6. 시드니대학 멀티미디어 석사
2005 3.-2007. 2. 인천가톨릭대학교 미술학부에서 강의

